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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생활이 올드보이가 아닌 이상 잘 적응할 자신 있어요” 본문
“남극 생활이 올드보이가 아닌 이상 잘 적응할 자신 있어요”
2009년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 활동할 황기환 공중보건의를 만나다
이번 2009년 겨울 남극 세종기지에 파견되는 황기환(25) 공중보건의(이하 의사)는 여행을 좋아한다. 대학 재학 시절 미국을 2번, 북유럽을 1번 여행했다. 남극에 대한 호기심도 여행을 즐기는 성격에서 시작됐다. “미국과 유럽 땅을 밟아봤으니 아무나 범접하기 힘든 남극 대륙의 땅도 밟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본과 3학년일 때 언론에서 남극 보도를 많이 접했었는데 그 때 본격적으로 마음먹고 의사도 갈 수 있는 길을 찾아봤어요.”
검색 결과 군대를 공보위로 가면 남극 파견에 지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의사는 1명밖에 선발하지 않았다. 그래서 남극에 관한 책을 서너 권 읽으며 사전 지식을 미리 쌓아 면접에 대비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책을 미리 읽어두긴 했지만 제대로 준비할 시간은 없었어요. 공보위에서 교육받던 어느 날 갑자기 남극에 파견될 의사 모집을 점심 때 한다는 소식을 듣고 2시간 정도 남은 마감 시간에 맞춰 정신없이 지원서를 썼죠.”
본인이 합격한 이유가 무엇인 것 같냐고 물으니 “면접을 주관한 대장님이 저를 성실하다고 봐 주신게 아닐까요”하고 애매하게 답변했다. 후에 진영근 22차 월동 연구대 대장에게 같은 질문을 넌지시 던졌다. 진 대장은 “의사의 경우 경쟁률이 20대 1이었고 그 중의 대 여섯명은 매우 치밀하게 준비해 왔었다”며 “심지어 남극에 가기 위해 요리사 자격증까지 딴 친구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황 군은 성격이 모나지 않아 주변 사람과 잘 화합할 것 같이 보여서 뽑았다”고 선발한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황 씨는 성격이 다정다감한 편이다. 대학 때 합창반 지휘를 도맡았는데 단원들과 잘 화합하여 해가 가면 갈수록 합창이 전체적으로 좋아진다는 칭찬도 여러 번 들었다. 의사 직업을 선택한 이유도 “공부해서 남 줄 수 있는 직업이 의사만한 게 없어서”다.
본래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과정을 즐기는 황 씨는 이번 파견에 대한 기대가 크다. 남극의 자연 풍광을 담기 위해 최근엔 DSLR 사진기도 구입했다. 9주 과정의 남극 파견의 특강도 모두 끝마친 상태다. 남극에 가져갈 책 100권도 직접 골랐다. “원래 해마다 남극 세종기지에 책을 100권씩 보내는데 의사가 모두 선정한데요. 고른다고 골랐는데 제가 고른 책은 자본론이나 전쟁론 이런 책들이 많아서 실망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 같아요.”
많은 기대를 안고 가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하는데 1년 동안 마시지 못할 걸 생각하니까 아쉽네요. 사귄지 6개월 된 여자친구와 가족도 많이 보고 싶을 거 같아요.” 생소한 자연환경에 대한 두려움도 없잖아 있다. “남극의 변화무쌍한 자연환경이 다소 걱정되고, 고립된 생활에 대한 걱정도 있죠. 아버지께서 합격한 걸 아셨을 때 축하는 하지만 과연 축하해야 할지는 모르겠다고 말씀하기도 하셨어요.”
그리고 덧붙여 말했다. “그래도 남극 생활이 ‘올드 보이’가 아닌 이상 잘 적응할 자신이 있어요. 남반구에는 상현달이 왼쪽에 차 있다는데 그런 환경도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잖아요.”
글/ 사진 : 홍지미(교육과학기술부 블로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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