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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에 대한 내리사랑

대한민국 교육부 2018. 3. 1. 09:00

 

"다음 세대에 대한 내리사랑"


 


 


1985년 1월. 경상북도 성주군의 작은 국민학교에서 대구로 전학을 간 소년은 편지를 한 통 받았다. 대구로 오기 전 담임이었던 선생님이 보내온 편지였다. 시골 마을에서 도시로 이사를 가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들 소년을 위해 선생님이 보낸 편지 한 통. 소년은 큰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어른이 되고 어엿한 과학자로서 학생들 앞에 서게 된 지금까지도 그 편지는 고이 간직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태돈 박사는 자신의 모교인 성주 용암초등학교에서 교육기부 수업을 하면서 빛바랜 편지를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김 박사의 은사이자 편지의 주인공 이기희 교장은 흐뭇한 미소로 옛 제자를 바라봤다. 전교생이 40여명에 불과한 이 작은 학교에서 김 박사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과학자로 성장하게 된 과정, 연구 분야와 관련한 과학 이야기 등을 들려줬다.


​이 교장의 편지는 김 박사가 교육기부에 나서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이 교장은 국민학교 시절 김 박사가 과학 경연대회에 나가도록 지지해주고 과학자의 꿈을 키워가게끔 응원했다. 김 박사는 작은 시골마을 출신인 자신이 꿈과 용기를 잃지 않은 것은 이 교장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편지를 받았던 1985년 이후 30여년 만에 은사를 찾아 나선 김 박사는 수소문 끝에 이 교장의 근무지를 알아냈다. 김 박사는 지난 2014년 한국과학창의재단에 개인 교육기부자로 등록한 뒤 첫 번째 교육기부를 모교이자 이 교장이 근무하고 있는 용암초교에서 진행했다.


​“교육기부는 다음 세대에 대한 내리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받은 사랑과 혜택들을 생각하면 빚진 마음이 생기죠. 받은 만큼 되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은사님의 편지를 통해 과학자라는 꿈을 키웠듯 제 수업을 듣는 학생 중 몇 명, 아니 단 한 명만이라도 동기부여가 되고 꿈을 갖게 된다면 좋겠어요.”


​김 박사의 교육기부 수업 제목은 ‘생명의 신비와 생명공학’이다. 미래에는 지금과 같은 ‘알약’이 아닌 유전자나 세포 그 자체가 치료제로 쓰이게 되고,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의료 서비스와 유전자 교정을 통한 치료 기술이 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에 아이들이 흥미를 보인다. 이어 김 박사는 르네 마그리트의 ‘통찰’이라는 작품을 화면에 띄운다. 탁자 위에 달걀처럼 생긴 흰색 알이 놓여 있는데 화가는 이를 보면서 캔버스에 아름다운 새 한 마리를 그리고 있는 그림이다. 김 박사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그림 속 화가라면 어떤 그림을 그려낼지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학생들이 정해져 있는 규칙이나 틀에만 자신을 맞추기보다 그걸 깰 수 있으면 해요. 자기가 그림을 그리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저는 자녀가 셋이고 교회에서 가르치는 중등부 아이들이나 연구원의 대학원생 등 요즘 친구들과 만날 기회가 꽤 있었는데, 동기부여가 전혀 안 돼 있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자신의 꿈이 뭔지 생각해보고 자신감을 갖도록 돕고 싶어요.”


​김 박사는 자신의 강연을 집중해서 듣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수업이 끝난 후 다가와 궁금한 것을 묻거나 이메일을 보내오는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 김 박사가 일하는 연구원을 구경하고 싶다는 아이들을 데리고 견학을 시켜주기도 했다. 그는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구나 하는 생각에 큰 보람을 느낀다”며 웃었다. 또 어떤 수업에서 한 아이가 진지한 얼굴로 ‘어머니가 갑상선 암을 앓고 계시는데 앞으로는 정말 완치가 가능해지냐, 아프지 않게 치료할 수 있냐’고 물었을 때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수업이 단순한 지식 전달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더 책임감을 갖고 진실하게 수업을 해야겠다’ 다짐하기도 했다.


“수업을 하고 나면 마음이 참 푸근하고 좋습니다. 아이들한테서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호기심에 찬 눈빛들을 보면 힘이 나고 더 자주 교육기부를 하고 싶어지죠. 교실에서 아이들을 보면서 ‘황금어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아이들에게 있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김 박사는 시골에서 자란 어린 시절 기억 때문인지 올해는 산간벽지에 있는 학교들을 찾아가 수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학교들과 연락이 닿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아직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며 교육기부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을 전했다. 현재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교육기부 활동을 더욱 체계적으로 조직화해 관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것. 분야별·지역별로 프로그램을 묶어 기부자들 간 교류를 강화하고 수요자들도 관심 분야의 프로그램을 쉽게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또 교육기부 프로그램의 질이 높게 유지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기부자와 수요자가 피드백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덧붙였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교육기부는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서 “더 체계적으로 자리가 잡히고 더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 세대를 키우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고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이를 위한 교육기부는 누구나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실천이고요. 과학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공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교육기부는 과학자인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네요.”



출처_ 에듀드림 웹진 Vol.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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