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상상의 전기라는 시를 살펴보면,

 


처음에 아이는 한계도 모르고, 포기도 모르고, 목표도 없이, 그토록 생각 없이 즐거워한다.
그러다가 돌연 ‘교실’이라는 경계와 감금과 공포에 맞닥트리고 유혹과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

 

  교에 들어가는 것을 감옥에 들어가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이 시에서 묘사하고 있는 학교라는 공간의 의미와 형태가 우리나라 학생들이 느끼는 것과 비슷한데요
     
  저는 얼마 전 홍익대학교 교수이자 건축가, 유현준씨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TVN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알쓸신잡 2’에서 유쾌한 입담으로 화제를 모았었는데요. 인터뷰 내용 중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유현준 교수는 학교가 점점 교도소와 비슷해지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학교의 교정은 보통 정문을 기준으로 건물과 높은 담장이 에워싸고 있고, 그 건물 사이에 자그마한 운동장이 있는 형태인데요. 이러한 자 형태는 흡사 죄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용하게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한 감옥의 일반적인 형태인 판옵티콘 비슷합니다.

 

 

 

 즘 대부분의 학생들은 마당이 없는 아파트나 빌라 단지에 살고 있고, 학교에 가면 교실에 갇혀 생활하다가 방과 후가 되면 학교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는 학원 봉고차에 실려 상가에 있는 학원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합니다. 유현준 교수는 인터뷰에서 학생들의 이러한 삶의 패턴에서 창의력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학교의 구조와 형태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폴 키드웰이 지은 헤드 스페이스 : 영혼을 위한 건축에서는 일제히 인구가 밀집된 도시 환경이 아이들을 자연환경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시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환경은 아이들의 발달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자연과 관련된 지식의 부족해짐에 따라 자연 보존에 대한 책임의식을 전혀 갖지 못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황량한 실외 공간보다 초목이 많은 실외 공간에서 놀 때 더 많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고 녹지 공간들은 주의력 결핍증(ADHD)증상을 경감시킨다는 사실도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고 해요.

 

 

학생들의 사고력, 창의력을 높이고 성숙된 자아 형성과 바람직한 교우관계 형성에 시너지 효과를 주는 바람직한 학교 건축물의 형태와 건축의 방향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교수님께 직접 강연을 듣고 싶어서 강연을 찾다가, ‘교보 인문학 석강을 알게 되었습니다. 419일 목요일에 광화문 교보건물 23층에서 강연이 있었는데요. 저는 꼭 유현준 교수님께 직접 자문을 구하기 위해 부랴부랴 강연 신청을 했습니다.

  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한 대형 강연이었는데요. 저는 강연이 끝난 후 가진 질문 시간에 용기 있게 질문을 했습니다. ‘학생들의 사고력, 창의력을 높이기 위한 올바른 학교 건축물의 변화의 방향과 현실적인 리모델링 방향이 무엇인가요?’ 교수님은 푸근하게 웃으시면서 그것에 관해서는 올해 5월에 출간될 내 신작을 읽어보면 된다.’고 위트 있는 농담을 던지시며 친절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교수님은 첫 번째로, 아이들이 자연을 만나고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기존의 학교는 고층건물에 작은 운동장이 있는 구조인데, 저층의 건물을 여러 채 짓고 그 건물 사이사이에 정원을 구성해서 학생들을 위한 자연 체험의 장을 만드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두 번째는 운동장을 이동시켜 매스분절 효과를 볼 수 있는 건축을 하는 건데요, 기존 학교에서 큰 면적을 차지하는 운동장을 주변 근린공원으로 옮기면서 도·시민과 함께 사용 가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운동장을 이동하면 학교 건물을 분절시켜 저층화가 가능하다고 해요. 이미지로 확인하면 이렇게 됩니다.
 
  세 번째로 기존의 학교가 한눈에 전부 들어오는 학교였다면, 이제는 순차적으로 발견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겁니다. 학교 건축을 할 때 단층 건물을 여러 채 지으면서 아이들이 건물을 순차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으로 설계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다양한 천장 공간 디자인도 제시하셨는데요. 교실 천장을 낮고 평평한 천정 구조가 아닌 다양한 모양과 형태로 바꾸는 것도 좋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이와 관련한 해외 건축물 중, 학생들의 자연 친밀도를 높일 수 있도록 설계된 예시가 있습니다. 바로 테즈카 건축사무소의 타카하루 테즈카와 그의 아내 유이가 설계한 도쿄 인근의 후지 유치원(Fuji Kindergarten)’입니다. 이 유치원의 지붕은 원형으로 넓게 구성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뛰어다닐 수 있는 무한한 공간을 제공해주고 있다고 해요.

 

  마지막으로 모든 건축물은 그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어요. ‘서울, 부산, 광주, 거제도지역의 학교 구조와 형태가 모두 제각각 다를 필요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예일 미술관을 건축한 유명 건축가 루이스 칸세상에 자연보다 더 좋은 선생님은 없다라는 말을 했다고 해요.

 

 

 

 

   학교 건물 전체를 완전히 바꾸기 힘들다면 리모델링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요, 요즘에 학교 내 빈 교실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빈 교실들을 특별활동실, 강당, 체육관으로 만들기보다는 테라스로 만들어서 학생들이 수업 후에 10분 쉬는 시간이라도 자연 공기를 마시고 자연과 접촉할 수 있는 정원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윈스턴 처칠은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공간에서 하루를 보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정서 구조와 삶의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인데요, 이번 기사를 통해 다시금 ‘학교’가 단순히 통제와 감시의 공간, 교사의 편의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미래 사회의 주역인 학생들의 흥미를 고취시키고 친밀한 교우관계를 쌓으며 여러 가지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핵심적인 교육의 공간임을 상기시키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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