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프랑스에서 알약에 일련번호를 새겨준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손톱만한 크기의 알약에 왜 번호를 새기고, 또 어떻게 보이지 않게 새기는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제약시장의 위조품 거래가 바로 일련번호를 가진 알약을 탄생하게 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번호는 어떻게 새기는 것일까요? 정답은 바로 "나노기술!"
나노기술은 일반적인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분의 1 수준에서 물질을 자유자재로 만드는 기술을 말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의 수준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광학현미경으로도 볼 수가 없습니다. 해상도 높은 전자현미경으로 봐야 분간할 수 있습니다. 이 나노기술을 이용해 프랑스 나노기술 관련기업에서는 알약에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일련번호를 새긴다는 것이었습니다.
10여년 전부터 중요성을 인정받고 국가적 연구과제로 삼아 연구해오고 있는 나노 기술.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 우선적으로 나노기술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지만 이제 우리나라가 나노기술 발전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미래 국가 경쟁력이 나노 기술에 달렸다'고 할만큼 나노기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은나노 세탁기, 손목의 열을 이용해 구동되는 시계, 마이크로 칩 등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많은 것들이 나노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2003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나노기술의 국내외 현황을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올해로 9회째 맞는 국제나노기술심포지엄 및 나노융합대전 'NANO KOREA 2011'은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경기도 KINTEX(한국국제전시장) 4, 5홀에서 열렸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가 공동주최하는 이 전시회는 '나노기술이 열어가는 행복한 내일'이라는 주제 아래 나노기반 신기술을 융합한 합동전시회입니다.
제1회 첨단세라믹나노융합특별전시회, 제4회 국제마이크로/MEMS기술전시회, 제9회 국제나노기술전시회, 제2회 국제인쇄전자산업전, 제2회 레이저기술전시회가 '나노코리아 2011'이라는 이름으로 KINTEX에서 합동으로 진행됐습니다. 한국, 일본, 독일, 미국, 러시아, 프랑스, 스위스, 중국 등 12개국의 311개 기관・기업이 총 518부스를 열어 각자의 장비, 기술을 출품했습니다.
나노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시스템, 바이오, 세라믹, 레이저, 인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실생활에 적용된 기술거래를 활성화하고 산학협력구축 등을 목표로 열린 이 전시회에는 기업뿐 아니라 각 대학의 산학협력단, 학생들이 부스를 열기도 했습니다.
충남대학교 산학협력단의 관계자 분과 이야기를 나누어 봤습니다.
충남대학교 산학협력단 관계자분들
충남대학교 산학협력단 관계자
Q. 충남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는 이 전시회에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부스를 열게 되셨나요?
A. 우리 대학에서 개발한 산업기술이나 지식재산권인 특허를 산업체에 이전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부스를 열게 됐습니다. 기술 공급자인 교수, 대학내우수Lab에서 기술과 장비를 연구해 기술 수요자인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기업 등으로 기술을 이전해주려고 합니다. 산업발전에 필요한 새로운 지식을 개발・확산한다면 대학의 학술연구를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대학의 위상을 제고하며 국가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 대학에 있는 많은 연구실의 연구동향을 홍보하고 이 기술을 산업체에 알려 산학협력의 연계로 꾀하고 있습니다.
정장을 차려입고 전시회를 방문한 많은 나노기술 관련 기업인들 중에 눈에 띄는 관람객이 있었습니다. 교복을 입고 있는 세명의 고등학생들이었습니다. 국내외 나노기술의 현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나노기술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도 이 전시회를 찾곤 하지만 대학생, 대학원생이 아닌 고등학생들이 전시회를 찾은 것은 조금 특별했습니다. 경기북과학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라는 세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어봤습니다.
경기북과학고등학교 1학년 윤동현, 김영무, 김지훈 학생(왼쪽부터)
경기북과학고등학교 1학년 윤동현, 김영무, 김지훈 학생
Q. 이 전시회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A. 나노 쪽에 관심이 많아서 수업도 빠지면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나노는 공학 중에서 발전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해서 꼭 나노 관련 전공이 아니더라도 나노 공부는 이공계에서 필수적이라고 생각해 나노기술을 살펴보러 왔습니다. 학교 수업 중에 각자 팀을 짜서 연구 주제를 정해 연구해나가는 R&E(Research and Education)라는 수업과목이 있습니다. 우리 셋은 같은 팀인데 이 곳에 연구 주제와 관련있는 배울만한 내용이 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Q. 그럼 이 팀의 R&E연구주제는 무엇인가요?
A. 홍합은 바다에 붙어 있을 수 있는 접착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홍합이 가지고 있는 그 접착력을 생체접착제로 응용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몸의 많은 부분은 수분이 차지하고 있는데 의료용 접착제는 수분이 많은 환경에서는 잘 적용되지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홍합의 접착력을 생체접착제로 응용하고자 하는데 홍합이 가진 접착물질이 매우 적습니다. 그래서 나노 수준에서 처리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전시회는 우리팀이 R&E 연구를 이어가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Q. 전시된 많은 기술, 장비 중에서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춰 둘러보려고 하나요?
A. 전자, 레이저, 세라믹 등 다양한 분야로 나노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데 저희는 학교 수업이나 우리 연구 시 필요한 유용한 장비가 있는지를 살펴볼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열전소자라고 열을 전기로 바꿀 수 있는 소자가 있는데 이는 화학반응에서 나오는 열을 낭비시키지 않고 전기로 만들어서 이용하는 기술입니다. 이렇게 학교에서 배운 내용들이 직접 적용된 장비와 기술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Q. 고등학생들이 이 전시회의 나노기술의 기술과 장비를 이해하기에 어렵지는 않았나요?
A. 행사 자체가 각 기업의 기술을 홍보해서 기업 간 협력을 맺으려는 것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우리같은 일반 고등학생들이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적용시켜가면서 대략적으로 이해했고 기업체 분들이 친절히 설명해주셔서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Q. 학교에서 주로 이론을 배우다가 전시회에서 직접 기술, 장비들을 보게 됐는데 소감이 어떤가요?
A. 학교는 교육과정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틀에 박힌 교육 내용이 주로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전시회를 직접 찾으면 교과서, 책만을 보는 것 이외의 것들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수준에서 기술과 장비들을 이해하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실질적으로 사회와 기업에서는 어떤 연구를 주로 하는지 연구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어떤 분야가 잘 연구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기도 합니다. 학교에서도 이같은 과학분야 전시회 견학을 자주 추천하곤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 생체광학 및 나노공학연구실 부스를 찾아 설명을 듣고 있는 경기북과학고등학교 학생들
경기북과학고등학교 학생들 이외에도 과학기술에 흥미를 가지고 부모님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도 있었습니다.
황금옥 학부모, 저동고등학교 1학년 윤호상 학생(왼쪽부터)
저동고등학교 1학년 윤호상 학생, 황금옥 학부모
Q. 어떻게 참가하게 되셨나요?
A. (황금옥 학부모)
어렸을 때부터 아이가 과학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다양한 전시회를 다녔었습니다. 그러던 중 남편의 소개오 오늘 전시회에 오게 됐습니다. 저는 학생시절 물리학을 전공했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둘러보고 있습니다.
Q. 오늘 전시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기술이나 장비가 있으신가요?
A. (황금옥 학부모)
주부이다 보니 나노 기술을 이용한 기술, 장비 중에 아무래도 믹서가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일반적인 물건임에도 나노 기술을 실생활에 적용했다는 사실을 보니 좀 더 관심이 갔습니다. 각 기업 부스를 살펴보면 정말 많은 분야에 노기술을 이용했다는 점이 참 인상 깊습니다.
A. (윤호상 학생)
기업들이 장비와 기술을 소개하는 곳이기에 아직 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뉴스나 각종 매체에서 많이 접했던 기술을 적용시킨 장비들을 직접 보는 것이 신기하고 재밌습니다.
국내외 연구원들 사이에 학부모와 함께 전시회를 찾은 어린 초등학생들부터 시작해서 대학생들까지 많은 학생들이 전시회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중요성이 더해지고 이미 우리 생활 속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나노기술. 나노기술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어려운 내용이지만 배우고자 전시회를 찾은 학생들을 보니 앞으로도 나노기술 발전은 계속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