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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공식 블로그
인문학 강좌, 당신은 왜 들으시나요? 본문
혹시 ‘후마니타스(humanitas)’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인문학 열풍이 꾸준한 대한민국에서 최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이 용어는, 인간과 인간의 문화, 인간의 가치와 인간만이 지닌 자기 표현 능력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인 연구 방법에 관심을 갖는 학문 분야인 ‘인문학’을 가리키는 또 다른 말이다.
‘후마니타스(humanitas)’의 문자적 의미인 ‘인간다움’은, ‘인문학’이라는 주제에 확연하게 반응하는 이 시대의 요구와 맞닿아 있다. 무한 경쟁의 시대, 물질 만능주의의 시대, 인간이 도구화 되어가는 21세기, ‘인간다움’을 지키며 살아가기 원하는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욕구는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나타나는 인문학 열풍이 이를 반증한다. 이번 기획에서는 이러한 ‘인문학’과 ‘인간다움’에 대한 갈급의 수요로 생겨난 인문학 강좌가 만들어가는 가슴 벅찬 이야기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전 세계 인문학 열풍의 시작,
미국의 언론인 얼 쇼리스의 <클레멘트 코스>
클레멘트 코스는 1995년 미국의 언론인 얼 쇼리스가 실직되고 집까지 잃은 홈리스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철학 ,시, 미술사, 논리학, 역사 등의 인문학을 가르쳤던 교육과정이다. 오늘날 전 세계에 불고 있는 인문학 강좌 열풍의 시초 격이라고 볼 수 있는 이 클레멘트 코스가 탄생된 데에는 비화가 있다. 1983년 얼 쇼리스는 미국의 빈곤에 대해 책을 쓰기 위한 취재를 진행하던 중, 뉴욕의 한 교도소 살인 사건에 연루돼 8년째 복역 중인 비니스 워커라는 여죄수와 그 자신의 인생을 바꿔 놓는 대화를 나누게 된다.
"비니스, 사람들은 왜 가난할까요?“
"시내 중심가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정신적 삶이 우리에겐 없기 때문이죠.“
이 대화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이야말로 인문학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쇼리스는 1995년 노숙자, 빈민, 죄수 등의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정규 대학 수준의 인문학을 가르치는 교육과정인 클레멘트 코스를 만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최고 수준의 교수진들이 모여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강좌가 시작됐다. 강좌가 계속 진행될수록, 참여하길 원하는 사람들은 점차 늘어갔다. 끝까지 강좌를 수료한 17명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직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클레멘트 코스는 이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수강생들로 하여금 공적인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하고, 가난으로 인한 고립에서 벗어나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교육목표를 바탕으로 각 나라의 지역적 특성에 맞춰 코스를 만들고 교수진을 구성하며 커리큘럼을 짜는 등 각고의 노력을 통해, 클레멘트 코스는 전 세계적으로 4개 대륙, 6개 나라(미국, 캐나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호주, 한국 등), 57개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고, 최근에는 아프리카 대륙의 가나에서 클레멘트 코스를 개설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2006년 10월 기준 통계)
빈민이라는 열악한 환경에 둘러싸여, 생존을 위한 즉각적 대응밖에 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반성적이고 성찰적인 인문학적 사고를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삶의 본질이 달라지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는 것이, 아마도 클레멘트 코스의 가장 큰 성과일 것이다. 여기, 클레멘트 코스를 수료한 수강생의 말이 그것을 증명한다.
“인문학을 배우기 전에는 욕이나 주먹이 먼저 나갔어요.
그러나 이젠 그렇지 않아요. 나를 설명할 수 있게 됐거든요.”
그러나 이젠 그렇지 않아요. 나를 설명할 수 있게 됐거든요.”
노숙인 김씨, 대학가다
한국형 클레멘트 코스, 성 프란시스 대학의 노숙인 대상 인문학강좌
서울역 앞에서 지내던 '김 씨'는 어느 날 인문학 공부를 해보겠느냐는 희한한 제안을 받았다. 별 생각 없이 참여한 김 씨에게 뜻밖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당장 그날부터 지난 1년 반 동안 기대어온 거리 무료급식을 끊고 지원센터에서 소개한 자활 근로를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하루 몇 천 원하는 쪽방을 얻어 스스로 밥을 지어 먹고 밤에는 불을 밝혀 책을 읽기 시작했다.
2005년 9월부터, 노원 성 프란시스 대학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강좌)은 소외 계층을 위한 인문학 강좌를 진행했다. ‘김 씨’도 이 강좌의 수강생이다. ‘김 씨’처럼 뜻밖의 변화를 겪은 이들이 늘면서 비슷한 강좌가 속속 만들어졌다. 교도소 수용자, 자활 근로자, 노숙인 등 참여하는 사람들도 다양해졌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참여해 만들어낸 새로운 인문학을 가리켜 이제 ‘시민인문학’이라고 부른다. 이른바 인문학의 위기를 뚫고 새로 태어난 소외 계층을 위한 인문학, 그 ‘행복한 인문학’이 바로 한국형 클레멘트코스다. (‘행복한 인문학’ 출판사 서평 중에서)
이 ‘노숙자들을 위한 거리의 대학’은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이다. 서울역에서 우측으로 돌아가 누가병원을 지나 얼마쯤 걷다보면 ‘성 프란시스 대학’이라고 적힌 현판이 걸린 허름한 건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건물 2층이 바로 ‘거리의 대학’이다. 개설 강좌는 인문학 즉 철학, 문학, 역사, 글쓰기 4과목이다. 2005년 1기를 시작으로 2011년 2월 6기까지 매년 15명 내외의 노숙자들이 인문학 과정을 마쳤다.
이제 ‘거리의 대학은’ 그저 노숙인 학생들만 배우고 느끼고 변화하는 공간이 아닌, 가르치는 교수, 센터활동가, 자원봉사자 모두가 함께 배우고 느끼고 어떻게 살 것인지 같이 부대끼고 어울리는 곳이 되었다. ‘시간은 많은데 할 것도 없어서 그냥 듣기 시작한’ 인문학 강좌를 통해, 노숙인 학생들은 단순의 동정의 대상에서 벗어나 존재를 이해하고 소중하게 감사하며 더불어 사는 길을 모색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사회적 약자로 만들었던 악조건들에,
과거와 다르게 맞서 대응하는 법을 익히다.
과거와 다르게 맞서 대응하는 법을 익히다.
<서울시 희망의 인문학>
인문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서울시 역시 노숙인 등 저소득 시민의 정신적 빈곤 탈피를 위해 '희망의 인문학 과정'을 운영해왔다. 서울시 ‘희망의 인문학 과정’은 매년 3~4월에 시작돼 6개월 동안 주 2회 2시간씩 총 60회로 진행되며, 철학·역사·문학(글쓰기)·예술 등 기본강좌와 고전·합창 등 특화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로 5년째를 맞이하는 희망의 인문학과정의 수료율은 2008년 66.8%, 2009년 73.6%, 2010년 75% 등으로 매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별히 2011년의 경우 경희대·동국대·성공회대·이화여대 등 4개 대학에서 운영한 이 ‘희망의 인문학 과정’에, 36개 반에 총 1104명이 참가하고 902명이 수료해서, 올해 81.7%의 수료율을 보였다. 이는 2008년 ‘희망의 인문학 강좌’가 시작된 이후 최고 수치다. 수료자는 노숙인 156명,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 시민 676명, 인문학 과정을 이미 수료한 후 심화반에 재입학한 70명 등이다.
성황리에 진행되는 이 인문학 강좌를 통한 정신적 자활은 실질적인 자립으로 이어지고 있어 더욱 뜻 깊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8~2010년 인문학 과정 수료자 29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3.5%(982명)가 저축·취업·창업 등으로 자립을 실천했다. 특히 수료자 중 17.2%(506명)는 희망플러스통장 · 꿈나래 통장 등 서울시 자산형성저축에 가입했다. 이 수치는 빈곤이 단순히 밥과 돈의 문제이기 이전에 생각과 정신의 문제이며, 인문학 강좌를 통한 성찰적인 사고의 훈련을 통해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야만 하는 악조건들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는 원론이 진실임을 증명하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문학 강좌에 대해 알아봤다. 2012년 새해에도 역시, 전 세계적으로 인문학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여, 얼마 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인문 사회분야 학술 지원 사업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발표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당면한 한국 사회의 주요 문제와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 의제를 설정하고, 집중 연구하여 인문학․사회과학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한다는 목표 아래 교육과학기술부가 수립한 계획을 간단히 소개하니, 참고하시길.
교육과학기술부,
2012 인문사회분야 학술지원사업 시행계획 수립
-연구 성과의 대중화 사업 확대
석학 인문강좌 지방시리즈 개최, 인문사회 기초학문 육성 10년 성과 전시, 제2회 세계 인문학 포럼 개최 등의 방법을 통해 국내외에 인문사회 분야 연구 성과를 알리고 대중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별히, 석학 인문 강좌 지방시리즈의 경우 비교적 서울 및 경기 수도권 지방에 집중되어있던 인문강좌의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산하는 좋은 시도로 보인다.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프로그램 강화
지자체, 지역교육청, 지역사회기관(도서관, 박물관 등)의 연계를 강화하고, 각 기관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프로그램의 기획 및 운영을 유도한다. ‘인문고전 읽기’나, 학교 및 교육청 연계 행사(글쓰기, 토론 및 청소년 문화공연 등)이 그 구체적인 실행방안의 예가 될 수 있겠다.
-인문사회 분야의 연구 역량 제고
또한 인문사회에서 보다 수준 높은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도입할 예정이다. 연구자들이 보다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국형 그랜트(Grant)인 ‘정액연구과제’를 확대하고, 신진 연구자에 대한 지원 강화 등을 추진할 예정이며, 연구과제 선정의 공정성․전문성․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충분한 평가기간 확보(30일→60일), 이의신청 및 평가자 공개 제도를 정착해 나갈 계획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1월 16일(월), 1월 19일(목) 양일에 걸쳐 2012년도 인문사회분야 학술지원사업의 상세내용을 연구자들에게 알리는 설명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2012년, 보다 더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인문학 연구를 향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아낌없는 지원을 통해, 그 혜택을 더 많은 국민들이 누릴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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