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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장 담그기 체험을 하고 왔어요!

대한민국 교육부 2013. 3. 1. 07:00

우리 집은 직접 담근 된장을 이용합니다. 그래서 2~3년에 한 번씩 집에서 간장을 담급니다. 힘들지만, 바른 먹거리를 먹이고 싶은 마음에 혼자 된장과 간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아이는 할 때 양념장이 아닌 항아리에서 갓 퍼온 된장을 좋아하고 붉은 고추와 파프리카를 된장에 찍어 먹으면 그 상큼함이 더 한다며 전통의 맛을 아는 미식가입니다.


얼마 전, 전라남도 농업박물관에서 전통 장 담그기 체험행사가 있었습니다. 저는 전통 간장 담그는 방법을 배우고 싶고 제가 집에서 만드는 간장과 된장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기도 해서 초등학교 6학년인 저희 아이와 전라남도 농업박물관은 찾았습니다. 


<간장을 담그기 위해 온 사람들>

봄을 시샘하는 막바지 추위에도 장 담그기를 배우러 초가집 앞마당에 100여 명의 사람이 모였습니다. 이 사람들은 전라남도 농업박물관 누리집에 미리 신청을 한 사람들입니다. 이곳에 온 사람 중에는 지난가을 우리 가족처럼 메주를 만든 가족도 있고 처음 참가한 사람도 있습니다.


장 담그기는 메주를 쑤어서 된장, 간장 같은 장을 담그는 일입니다. 한자로는 침장(沈藏)이라 하는데 주에 소금물을 부어 발효시키고 숙성시킨 후 장을 뜨면 액체는 간장이 되고 고체는 된장이 됩니다.


장 담그기 체험을 하기 전에 학예 연구사인 이명헌 선생님으로부터 장에 대한 유래를 배웠습니다. 장에 대한 기록은 삼국사기 신라 본기 신문왕조에 처음으로 나옵니다. 신문왕 3년(683년)에 왕비를 맞이하면서 보내는 여러 가지 예물 품목에 간장과 된장이 포함된 것으로 보아 오래전부터 장을 담가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간장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학예 연구사 이명헌 선생님>

담그기를 위한 메주 쑤기는 보통 10월 12월 무렵이 좋고(주로 입동 전후), 장 담그기는 1월~3월 무렵이 좋습니다. 하지만 지역이나 장의 종류에 따라 그 시기는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농가월령가에는 11월에 메주를 쑤고 3월에 장을 담근다고 했고 동국세시기에서는 서울은 5월에 장을 담근다 했으며, 제주도에서는 동짓달과 섣달 사이(12월경)에 장을 담근다 했습니다. 전라도에서는 정월 말의 날(午日)이나, 2월 또는 3월 삼짇날에 장을 담근다고 하고 민간에서는 보통 손 없는 날인 10일, 20일 그믐날, 또는 말의 날(午日)이나 돼지 날(亥日)에 장을 담근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본격적으로 전남 강진군의 된장 명인이신 백정자(76세) 선생님을 모시고 장 담그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장 담그기 시연을 할 명인 백정자 선생님>

우선 간장을 담을 항아리 소독을 했습니다. 김치를 담았던 항아리는 가능한 사용하지 않은 것이 좋다고 해요. 왜냐하면, 김치에는 산 성분이 있어서 된장이나 간장이 하얗게 끼어 맛도 좋지 않다고 합니다. 항아리가 깨진 곳은 없는지 확인도 할 수 있고 소독을 하기 위해 지푸라기에 불을 지펴 항아리 속에 넣은 후 다시 항아리를 엎어 놓습니다.


<지푸라기로 불을 피워 항아리 소독하기>

장을 담기 위해 처마 밑에 매달린 메주를 하나씩 내려 깨끗이 메주를 닦아야 합니다. 추운 날씨에도 손으로 메주를 닦는 아이들은 처음 해 보는 일에 신이 나고 즐거운 모이었습니다.


<메주를 씻는 아이들>

집에서 간장을 담글 때는 서로의 시간을 조율하기가 어렵고 아이에게 힘든 일이라 생각하고 저 혼자 담갔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고 저는 저희 아이가 마냥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손이 시려 안 한다고 할 것 같았는데 대야 앞에 다가가 솔을 들고 팍팍 밀며 메주를 씻을 때 저는 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왜 어리다고만 생각했을까요? 


<고사를 지내기 위한 상차림>

예로부터 우리 선조는 장을 담그기 위해 좋은 날을 정하고 고사를 지내 부정을 타지 않도록 조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립문 앞에 황토를 뿌리고 금줄을 놓아 액을 막았던 것이지요. 또 예전에 장독대 근처에는 꼭 봉숭아를 심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뱀이나 유해 곤충이 봉숭아 향기 때문에 접근할 수 없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런 사소한 것에서 우리 조상의 지혜가 숨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악귀를 막고 부정을 막기 위한 금줄 치기>

이제 깨끗이 씻은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야 합니다. 소금을 바구니에 넣고 서서히 물을 부으면 소금이 녹아 소금물이 완성됩니다. 풀어진 소금물에 달걀을 넣어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큼 달걀이 뜨면 적당한 양이라고 합니다.

 

<염도 조절하기-달걀이 500원 크기만큼 떠오르면 됨>

깨끗이 씻어 채반에 받쳐 놓았던 메주를 소금이 풀어진 항아리에 넣습니다. 이때 항아리 속에 메주를 문대고 넣습니다. 왜냐하면, 혹시라도 있을 항아리 구멍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메주에 고추•숯•소금 얹기>

가득 채워진 메주 위에 고추•숯•소금을 얹고 뚜껑을 닫습니다. 마지막으로 한지로 버선본을 만들어 거꾸로 붙이고 나면 장 담그기의 전 과정이 끝나게 됩니다.


<해충을 막기 위해 버선코 붙이기>

오늘 담근 장은 간장과 된장으로 가른 후 6개월이 되면 완전한 된장과 간장이 되어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발효식품인 된장과 간장은 오랜 기다림이 있어야 먹을 수 있지요.

 

장 담그기 하는 동안 한쪽에서는 고구마를 구워먹으며 옛 정취를 느껴보기도 했습니다. 군고구마를 손에 쥐고 나타난 조민서(초등학교 3년) 어린이는 "내가 만든 메주가 된장과 간장이 된다는 것이 재밌고, 기뻐요."라고 말했습니다. 민서 어린이의 말에 이곳에서 체험한 모든 아이의 마음이 저에게 전달되는 것 같았습니다.

 

 

저희 아이와 함께한 간장을 담근 날, 같이 일하며 서로의 얼굴을 보며 이야기할 시간이 많아 소중한 체험이 되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 저희 아이는 우리 집 장독대에 가서 항아리 뚜껑을 열었습니다. 몇 년이 된 된장이고 엄마도 오늘 배운 것처럼 담갔는지 이것저것 물어보았습니다. 평상시에는 무관심한 우리 간장과 된장이 소중한 보물처럼 보인대요. 아이가 항아리 뚜껑을 열고 무엇이 있는지 관심조차 없었는데 올해 우리 집 간장 담글 때에는 도와줄 테니 꼭 함께 만들자고 합니다. 저는 왜 혼자 만들려고 했는지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장담그기 체험 후 저희 아이는 사회 시간에 옛날 풍습을 공부할 때 이곳에서 체험했던 것들이 떠올라 더 이해하기가 쉽다고 했습니다. 절구를 찧어 곡물을 빻는 것과 우리의 전통 음식과 같은 옛날 생활 이야기가 나오면 재미있고 공부가 눈에 쏙쏙 들어온대요.

제 저도 맛있는 전통 우리 집 간장을 담글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창가에 말려놓은 메주로 맛있는 간장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네요. 올해 우리 집 간장 맛이 기대됩니다.


여러분도 우리 고유의 장을 직접 담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가까운 곳을 찾아 우리의 전통식품 간장과 된장을 만들어 보세요. 자녀와 함께 만든다면 그 즐거움은 더 할 거예요.


전라남도 농업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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