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공식 블로그

아이 손잡고 역사여행 떠나볼까? 본문

교육정보

아이 손잡고 역사여행 떠나볼까?

대한민국 교육부 2013. 3. 5. 13:00

박물관 관람은 예나 지금이나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에서 항상 등장하는 단골 코스다. 선생님을 따라 한 줄로 쭉 들어갔다가 물밀 듯이 나왔던 경험 다들 있으시죠?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하면 시간상 쫓겨서 여유가 없고, 막상 나오고 나서 생각하면 별로 기억나는 것이 없다는 분들도 많을 거예요.   


특히 아직 역사를 깊이 접하지 못한 초등학생이나 유치원생같이 어린아이들은 한문이 잔뜩 적힌 이름도 어려운 전시물들에서 뭔가를 배운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형식적인 관람이 아니라 유물을 통해 역사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눈높이 맞춤 '어린이박물관'이 많이 생기고 있답니다.


국립부여박물관 관람을 갔다가 호기심에 들어가 봤던 어린이박물관은 어린이만을 위한 박물관이라는 저의 편견을 깨주었는데요, 어린이박물관은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함께 구경해 봐요!


◆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역사교육

국립부여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의 전시 주제는 '백제 금동대향로와 떠나는 여행'입니다. 옛 백제인들은 나쁜 냄새를 제거하고 불길한 기운을 없애기 위해 향을 피웠다고 합니다. 백제 금동대향로 하늘과 소통하는 행사에서 쓰였던 것인데요, 이 대표적인 유물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며 백제의 문화와 생각, 사는 모습 등을 쉽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설명해줍니다.


저도 예전에 박물관에서 이 향로를 본 적이 있지만, 그냥 '백제의 대표 유물'이라는 것 외에는 별로 기억나는 것이 없었답니다. 그런데 어린이박물관의 전시물을 보다 보니 어린이뿐만 아니라 저 같은 고등학생이나 성인도 이곳에서 배울 기본 지식이 많았습니다.

 

작은 렌즈를 통해 안을 들여다보니 향로의 크기와 모양, 비율뿐만 아니라 고대 동아시아의 다른 향로와 비교까지 한 눈에 들어옵니다. 또, 향로에 나타난 재미난 캐릭터들을 눈에 띄도록 표시해놓았는데요, 낚시하는 신선, 코끼리 탄 신선, 머리 감는 신선까지. 저런 독특한 캐릭터들이 숨어있었다는 걸 저도 처음 알았어요. 여러분은 알고 계셨나요?


향로의 제작 과정을 그림과 동영상으로 보여주는데, 거푸집을 만들고 금도금까지 그 옛날 저런 작업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신기했어요. 손으로 청동을 다듬으며 사람의 몸짓까지 정교하게 다듬고 있는 백제인의 모습을 상상해봤습니다.

 

백제 금동대향로의 뚜껑 꼭대기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다섯 악사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그 당시에 어떤 악기가 있었는지, 악사들이 어떤 모습으로 악기를 연주했는지 알 수 있었겠죠?


그 다섯 개의 악기는 완함, 종적, 배소, 거문고, 북이랍니다. 그 중 좀 생소한 이름의 완함과 종적, 배소는 서역에서 들어온 악기라고 하는데요, 바로 백제가 세계 여러 나라와 일찍부터 교류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각 악기 앞에는 재미있는 표정의 악사 스탬프를 찍게 되어있어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어요.


부여정림사지오층석탑은 역사 시간에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거예요. '탑은 무엇일까요?'에서는 나무로 만든 탑 모형을 쌓아 올리면서 탑의 구조를 이해하고 백제의 탑이 신라의 탑과 비교해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아마 이렇게 배운 지식은 평생 잊지 않고 기억할 것 같아요.


박물관 중앙에는 둥근 구조물이 있는데요, 경사를 따라 올라가고 내려가면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향로 속 동물과 인물을 재미있는 캐릭터로 만들어 벽에 하나하나 그려놓았고, 완벽해 보이는 백제 금동대향로에 담긴 비밀 알아보기, 백제의 악기 소리 직접 들어보기 등의 활동도 마련되어 있어요. 둥근 원통 안이 텅 비어있어서 무엇을 하는 공간인지 궁금했는데, 꼭대기에 올라가서 버튼을 누르니 아래 원형 벽면에 영상이 나오더라고요.


 ◆ 어린이 박물관, 무엇이 다를까?

첫 번째,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체험활동이 함께합니다. 전시물 자체가 체험과 결합한 형태로 되어있는 경우도 많지만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체험만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부여 어린이박물관에는 먹물과 화선지로 탑본 만들기(1), 찰흙으로 수막새(기와) 만들기(2), 왕과 왕비 되어보기 의상체험(3), 컴퓨터 합성사진으로 백제사람 되어보기(4) 등의 활동이 있습니다.

단순히 유물을 보고 그 아래에 나와 있는 설명을 읽는 박물관 관람에서 벗어나, 이렇게 직접 몸으로 경험해보면서 자연스럽게 그 당시의 건축을 이해하고 복식을 배우게 됩니다.


두 번째, 역사•사회•미술 등 학교 교과서와의 연결로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박물관을 다녀간 후 교과서에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머릿속에 쏙쏙 들어올 것 같아요. 그뿐만 아니라 박물관에서 본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활동지가 나이별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체험과 교과연계가 함께하는 박물관이기에 어린이들이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무리하게 어른들 손에 이끌려 의미 없는 박물관 관람을 하다 보면 오히려 역사는 나와는 관계없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만들어 줄 수도 있습니다.  

 

박물관에서 만난 초등학교 4학년 학생에게 관람 소감을 물어보니 '백제 금동대향로에 저렇게 많은 비밀이 숨어있는 줄 몰랐다'며, '전에 갔었던 박물관에 다시 가서 이번에는 유물 하나하나 어떤 특징이 있는지 자세히 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저 역시 그동안 단체 체험학습으로, 수학여행으로 적어도 5개 이상의 역사박물관을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을 보고 왔는지도 잘 생각이 나지 않거든요. 우리 조상이 남겨준 유물 속에서 스스로 무언가를 찾고 알아내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그들의 눈높이에서 가르쳐주는 것. 어린이에게 어린이박물관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

 

3월, 따뜻한 봄이 손짓하는 주말에 아이와 함께 어린이박물관으로 떠나보시는 건 어떠세요? 전국 곳곳에 있는 어린이박물관은 어린이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가족 모두를 위한 곳이랍니다. 잊었던 역사도 다시 꺼내어보고 상식도 쌓으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보세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