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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민서포터즈

3대가 삶을 나누는 곳,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대한민국 교육부 2013. 3. 18. 13:00

세계 지도를 펼쳤을 때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땅덩어리, 게다가 그마저 남북으로 나뉜 통한의 땅. 이런 대한민국이 근현대 시기의 격동의 세월을 이겨내고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주는 국내 최초의 국립 근현대사박물관이 2012년 12월 문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경주, 부여 등 역사박물관에는 여러 번 가봤지만 '가깝고도 먼' 근현대사를 접할 기회는 없었는데요, 1,500여 점의 관련 자료와 다양한 체험으로 19세기 말 개항기부터 오늘날까지 생생한 역사를 배울 수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기사의 제목을 '3대가 삶을 나누는 곳'이라고 정한 이유가 궁금하지 않으세요? 함께 떠나보아요!

 

◆ 독립을 향한 불굴의 의지, 탄압의 시대를 넘어 자주독립 국가로



'대한민국의 태동'을 주제로 한 제1전시실은 강화도 조약을 통해 세계에 문을 열었던 역사부터 시작됩니다. 개화와 위정척사 사이의 갈등 속에 서구의 문물이 들어와 근대화가 진행되는 한편, 서구 열강의 침탈 야욕 속에 우리나라가 국권을 빼앗기기까지의 과정도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이 우리나라의 외교권을 빼앗기 위해 강제로 체결한 을사늑약문도 글자 하나하나 자세히 읽어보았는데요, 저 길지도 않은 문서 하나로 끔찍한 수탈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혔습니다.


서양 문물이 들어오면서 사람들의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겠죠? 기차와 전차가 다니고 전기도 들어왔으며 우편이나 금융제도 등도 도입되는 등 당시 조선에는 대대적인 근대화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궁내부에 설치된 자석식 벽걸이 전화기나 입체경 같은 신기한 옛 물건들도 볼 수 있고요, 당시에 발행되었던 신문들도 전시되어 있어요.


갑자기 어두워지는 조명과 전시장 중앙에 박힌 기울어진 말뚝에서 우울한 느낌이 확 다가옵니다.


바로 일제강점기의 탄압과 수탈의 시대로 들어섰다는 것이지요. 굳이 패널을 읽지 않아도 분위기로 슬픔과 굴욕의 역사를 느끼게 해준 아이디어가 돋보인 공간이었습니다.


나라를 잃은 아픔이 국민의 시련으로 이어지는 과정도 생생한 영상과 사진 자료로 보여줍니다. 특히 "미개한 사람들을 다스리는 데에는 경찰보다 헌병이 더 편리하다."는 조선 통감 데라우치의 말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신사참배와 일본식 성명 강요, 노동 착취는 당연시되었고, 강제노역으로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는 자식을 가슴에 묻은 어머니의 고통도 역사 속에 흘러갔습니다.  

 

◆ 전쟁의 아픔을 딛고 이룩한 근대국가의 토대 


드디어 일본 식민통치를 벗어나 자주 독립국을 건설한 기쁨도 잠시, 우리는 미국과 소련의 세력 다툼 아래 다시 분단의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바닥에 38선이 그어진 전시장으로 들어서니 한숨이 나오더군요. 미 군정을 중심으로 남한에 어떤 일들이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소련을 중심으로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어떻게 권력을 장악해 나갔는지의 과정을 38선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분리해 보여줍니다.

 

갑자기 숙연해지며 눈물을 훔치게 되는, 6•25 전쟁 전사자 유품이 전시된 곳입니다. 전쟁터로 떠나기 전 조국 수호를 맹세하는 서명을 적은 무운장구(武運長久) 태극기. 빽빽하게 쓰인 글귀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힙니다. 구멍 뚫린 철모와 주인 없이 돌아온 유품 앞에 모두가 할 말을 잃습니다.  


<무운장구(武運長久) 태극기(1), 전사자 유품(2)>

자, 이제 전쟁의 폐허 속에서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전쟁 후 1950년대 후반, 국방과 경제의 기틀을 마련하고 의무교육의 시행으로 인재를 육성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합니다.  

 

'콩나물 교실'이라는 제목의 이 전시물은 초등학교 의무 교육제가 시작되었을 당시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생소한 장면이지만 부모님은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며 즐거워하셨어요. 부족하고 열악한 시설이었지만 96% 취학률이라는 엄청난 교육열을 보여주는데요, 이런 인적자원의 토대가 있었기에 세계를 놀라게 한 경제 성장도 이루어낼 수 있었습니다.


<콩나물 교실(1), 최초의 국정 국어 교과서(2)>


◆ 모두가 힘을 합쳐 이루어낸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는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60년대 '농협 1조 금고 저금통'에 적힌 '푼돈 넣어 황소 사자'라는 문구를 보면서, 지금의 성장이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부터 피땀 흘려 일하고 절약한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대치상황은 계속되었고 긴장 또한 늦출 수 없었으니 '반공' 교육은 필수였다고 합니다. 학용품과 생활용품에도 새겨진 반공 구호에서 당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제 부모님도 반공교육을 받았던 세대라 그런지 전혀 낯설지 않다고 말씀하시네요.


<반공 구호가 새겨진 학용품(1), 대한민국 1호 전자 제품(2), 전차 승차권과 시내버스 승차권(3)> 

TV, 세탁기, 라디오, VCR 등 국산 1호 가전제품과 승차권도 정말 신기했는데요, 같은 전시물을 바라보는 엄마께서는 써본 제품들이라 저에게 설명해주기 바쁘셨어요. 박물관 해설사가 따로 필요 없었답니다.


◆ 더 큰 도약, 세계로 뻗어 나가는 대한민국 



나라의 통치권을 강탈당해 식민지의 아픔을 겪었고, 또다시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이루어낸 대한민국의 발전에 세계가 놀랐지만, 우리의 도약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이미 올림픽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루며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였는데요, 이제는 '한류'라는 한국문화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마지막 전시실에서는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경제 선진국을 향해 세계로 뻗어 나가는 대한민국의 모습과 더 넓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2002 월드컵 체험실(1), 세계 속의 한류(2), 첨단 기술 발전사(3)>


◆ 3대(代)의 삶이 공존하는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1 전시실의 슬픈 역사에서 시작, 제4 전시실의 대한민국 미래 비전까지 약 140년의 역사여행을 했습니다. 다른 역사박물관에 비해 비교적 짧은 역사를 담고 있으면서도 가장 많은 격동의 역사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요, 저는 이곳을 '다르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3대(代)가 함께하는 교육의 장'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여태껏 방문했던 박물관은 학생들이 많았지만,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는 부모님 세대나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의 관람객이 많이 찾아오십니다. 바로 그분들의 삶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는 바로 우리가 모두 주인입니다. 


전시실마다 가족의 인생이 그대로 녹아있고 그것이 고통스러운 과거이든 즐거운 추억이든 공유해야 할 역사이기에, 서로서로 해설사로 삶을 나누는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생전 처음 보는 할머니가 흘리는 눈물에 같이 슬퍼하고, 생전 처음 만난 할아버지가 설명해주시는 전쟁의 참상을 들으며 이것이 바로 산 교육이라 생각했습니다. 나와는 멀다 생각했던 그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것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다가오는 주말에 온 가족이 함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찾아 그때 그 시절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건 어떨까요?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람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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