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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부모의 지혜 나눔

흙을 직접 만지는 좋은 기회, 텃밭을 가꾸며 배워요

대한민국 교육부 2013. 3. 25. 09:00

겨우내 맹위를 떨치던 추위가 봄비가 내린 후 한풀 꺾이는 것 같습니다. 유독 추웠던 올겨울도 이제 물러갈 준비를 하는 것 같습니다. 남쪽 지방에는 벌써 개나리가 꽃망울을 활짝 피웠다고 합니다. 우리 가족은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매년 이맘때가 되면 동네 주변에 조그만 텃밭을 개간해왔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 텃밭을 가꾸면서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습니다.

해마다 봄이 되면 아이들과 ‘우리 농장’이라고 이름 붙인 텃밭에 무엇을 심을 건지 또는 어떻게 가꾸는 게 좋은지 같이 고민하고 연구했습니다. 겨우내 얼었던 흙을 일구면서 ‘작년에 치커리를 심었는데 올해는 적상추를 심어봐요.’ 하며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채소들의 이름을 능숙하게 말하는 아이들에게 대견함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식물의 종류나 우리가 먹는 채소에 대해 학습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물을 너무 자주 주는 바람에 뿌리가 썩어 죽는 채소도 있었고 너무 일찍 심어 꽃샘추위를 견디지 못하는 예도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아이들과 관련된 책도 빌려보고 어떻게 하면 잘 키울 수 있을까 연구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한두 번 정도 하고 그만둘 생각이었는데 아이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어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어린 상추들을 심어 놓고 얼마만큼 자랐는지 말라 죽지는 않았는지 알뜰하게 챙기느라 주말이면 밭에 가야 한다며 먼저 나서는 것이 제법 농사꾼의 마음도 배우는 것 같았습니다. 식물에 물을 주는 것은 이른 오전이나 해질 무렵에 줘야 한다는 것과 같이 자연의 섭리와 생물학적 개념을 몸으로 깨우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저의 권유로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일기로 쓰게 되면서 체험 활동을 따로 할 필요가 없었고 모아 놓은 일기는 훌륭한 여름방학 탐구과제물이 되었습니다. 특히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주말농장 경험은 흙을 직접 만지는 좋은 기회가 되고 노동의 가치를 깨우치는 훌륭한 스승이 되었습니다.

 

사실 주말농장이 그렇게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가뭄이나 장마와 같은 자연환경의 변화뿐만 아니라 병충해 등과 같은 많은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나름의 비결을 찾고 책임감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여름철에는 장맛비를 맞으며 밭에 가서 물 고랑을 만들고 쓰러진 토마토 대를 세웠던 적이 종종 있었는데 아이들은 한 번의 불평도 없이 묵묵히 비를 맞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훌륭하게 수행했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이 심은 채소와 함께 커간다는 느낌에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자기가 키운 채소를 먹으면서 채소를 싫어했던 아이들의 식습관도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주말농장은 심는 재미도 좋지만, 아이들에게 수확하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키우기 쉽고 수확이 많은 품종을 고르는 게 좋습니다. 가장 흔하게는 상추나 고추를 많이 선택합니다.

 

두세 평 정도의 밭에만 심어도 한철 내내 이웃과 나누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풍성하게 수확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이웃이 우리가 직접 키운 무공해 채소 선물을 그 어떤 것보다 값지게 받아 주셨습니다. 덕분에 이웃 간에 정도 돈독해졌습니다. 채소는 시기와 품종을 잘 선택하면 이모작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집의 주종목은 손이 덜 가면서 많은 수확이 가능했던 고구마였습니다. 세평 정도 심어서 겨우내 군고구마를 해먹을 수 있었습니다.

 

주말농장은 접근이 쉬운 주변 자투리땅을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네다섯 평의 크기면 충분합니다. 최근에는 주말농장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관련 서적도 많이 소개되고 있어 누구나 관심만 있으면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시간이나 장소가 여의치 않다면 아파트 베란다에 화분을 놓고 채소를 키워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 집은 아이들의 성화에 주말에 자주 주말농장에 갔습니다. 그래서 아예 우리 농장에 가는 날은 도시락이나 삼겹살을 싸가서 하루를 보내고 오곤 했습니다.

 

사람은 자연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웁니다. 주말농장을 운영하면서 관련 지식을 찾다 ‘원예치료’를 알게 되었습니다. 채소나 나무를 키우는 과정에서 관찰력이 예민해지고 호기심을 일으켜 지적 성장 효과가 있어온다고 합니다.

 

또한, 협동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효과, 식물의 성장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정서적인 안정, 농업 활동을 통한 신체적 발달을 가져온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성장기에 불안정한 청소년들에게 원예 활동이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식목일에는 아이들과 작은 화분에

꽃이라도 심어보는 건 어떨까요?

 

조그만 우리 농장이 우리 아이들에게 많은 배움을 제공했던 것 같습니다.

 

※참고문헌: ‘원예치료’, 손기철저, 중앙생활사,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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