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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상담주간 100% 활용하기

대한민국 교육부 2013. 4. 19. 11:00

‘학부모상담’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문제 아동 상담? 학부모 호출?

아무래도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상담’이라는 단어가 원래 의미만큼 편안하게 다가오지 못하는 것 같은데요,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담임교사와의 대화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담’을 어렵게 생각하는 학부모님들이 많아 몇 년 전부터 일선 학교에서는 ‘학부모 상담주간’을 지정하여 상담 신청을 받고,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을 적극 독려하고 있습니다. 어렵기만 한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에 120% 성공적으로 임하는 방법, 지금부터 현직 초등교사인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1. 상담 약속 잡기

보통 학부모 상담주간은 1, 2학기에 한 번씩 총 2번이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미리 안내장으로 안내하고 상담신청을 받는데요, 이렇게 상담주간을 지정해서 안내하다 보니 다소 오해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딱히 상담할 내용 없는데 꼭 해야 하나? 안가면 무관심한 부모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야? 상담주간 말고 다른 날은 상담하면 안 되는 건가?


- 상담은 의무가 아닙니다. 아무래도 ‘상담’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할 이야기가 많을 때만 신청하는 걸로 생각하실까 봐 조금이라도 부담 없이 신청하시라고 상담주간을 지정한 것이지 의무로 모든 학부모가 참여하라고 지정한 것은 아니니 의무감에 신청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저학년은 상담주간 내내 약속이 꽉 잡혀있어 하루에 4, 5명 이상의 학부모님과 상담하다 보면 상담하는 교사도 많이 지치고 다음 차례 학부모님이 기다리시는 경우 길게 상담할 수 없어 불편한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전화상담을 요청하셔도 좋고 미리 약속만 한다면, 상담 주간이 아닌 다른 날에도 얼마든지 상담을 하실 수 있으니 꼭 상담주간에만 상담해야 한다는 오해는 없으셨으면 합니다.

 

2. 담임선생님과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과연 선생님과 무슨 이야기를 할지, 많은 학부모님이 가장 걱정하시는 부분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처지를 바꿔 생각해보면 담임교사도 학부모와 상담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아이에 대한 상담은 담임교사와 학부모, 양쪽의 이야기가 고루 오가야 하므로 양쪽에서 모두 이야깃거리를 준비해야 합니다.


담임교사가 상담 준비를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고 처지를 바꿔보면 학부모님들이 준비하셔야 할 상담 준비도 감이 잡힐 것 같습니다. 초등교사인 저의 경우는 아이의 교우관계, 학업, 생활태도 세 가지 측면에서 아이에 대한 자료를 준비합니다.   

학교에서 전문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창의성 진단검사 해석지를 보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평소 언어생활을 조사한 활동지를 보고 아이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부모님께 알려드리기도 합니다. 특히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조사해보면 가정에서 부모님과의 관계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는데요, 학부모님들은 평소 몰랐던 아이의 속마음에 놀라시기도 합니다. 또 아이들에게는 학부모 상담용이라고 하지 않고 모둠구성을 위한 조사라고 하고 교우관계를 조사해 보았습니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걱정스러운 부분이 보이는 경우는 부모님께 따로 말씀드리기도 합니다.


1학기 상담이 빠른 학교는 학부모 총회기간이나 3월에 학부모 상담주간이 잡혀있기도 한데 이때에는 담임선생님이 아직 아이들에 대한 파악이 덜 이루어졌을 때라 아이에 관해 이야기하기 조심스러운 시기입니다. 1학기 상담에는 학부모님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하는데요, 담임교사인 저로서는 학부모님의 교육관, 집에서의 생활모습이 궁금한 점입니다. 


학부모님과 담임교사의 교육관이 지나치게 상반된 경우 조정이 필요하므로 꼭 이야기해주셨으면 하고, 집에서 대화는 많이 하는지, 스스로 공부는 얼마나 하는지, 집에 데려오는 친구는 누구인지 등등 집에서의 생활모습을 알면 아이에 대한 이해가 더 빨라지므로 상담 오시는 학부모님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3. 상담사례

끝으로 저도 학부모님도 상담하기 참 잘했다 싶은 사례가 있어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6학년 여학생 A양은 친구 관계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친구들은 조용하고 늘 같은 옷만 입고 다니는 A양과 놀기 싫어했고, A양 역시 1학년 때부터 쭉 특별히 친한 친구 없이 책을 벗 삼아 지냈던 터라 혼자 있기를 더 좋아하는 학생이었습니다.


1학기 상담주간에 직장도 조퇴하고 찾아오신 A 어머니께서는 잘 씻지도 않고 옷도 안 갈아입는 A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사춘기가 시작된 터라 집에서 어머니와의 소통도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전 A가 썼던 일기, 심리 검사 결과지를 보여 드리며 사실은 A가 또래 아이들답지 않게 엄마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크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또 지금은 본인이 괜찮다고 하지만 중학생이 되어서 사회생활이 걱정된다는 말씀과 함께 친구들이 A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눈물을 보이셨고, 저와 많은 이야기를 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와 A 사이에 있었던 일을 들은 저는 A를 더 이해하게 되었고, 더 신경 쓰고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 어머니께서는 2학기 상담주간 외에도 학예회나 공개수업에도 참가하셔서 잠깐씩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문자로도 A에 대한 상담을 계속해 나갔습니다.

 

A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신가요?

졸업한 A는 여전히 친한 친구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중학교 가서는 달라질 거라고 스스로 결심하고 저와 몇 가지 약속도 했습니다. 어머니와는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고 같이 여행도 다녀왔다고 하는데 밝아진 A의 모습을 보며 어머니와 제가 함께 많은 이야기를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문제가 있는 아이의 부모님만 상담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 한 마디라도 부모님 얼굴을 뵙고 이야기하다 보면 아이의 모습이 훨씬 더 잘 이해되기 때문에 각종 행사 때 오가며 한두 마디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짧은 전화 통화도 좋습니다. 전 아이의 담임으로서 일 년 동안 한번은 부모님과 대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학부모 상담주간은 맞벌이 부부 등 학교 일과 시간 중 상담이 어려운 학부모의 상담을 돕기 위해 야간시간이나 주말을 활용하기도 하니 부담 없이 신청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학부모가 담임교사에게 아동의 이해를 위한 자료를 제공하고, 담임교사는 학부모에게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 효과는 바로 우리 아이들에게 나타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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