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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부모의 지혜 나눔

폐교의 무한변신, 초록마을을 찾다

대한민국 교육부 2013. 5. 10. 11:00

봄바람이 살랑거리는 토요일 진주 촉석초등학교 5학년 학생 40명과 진주 대암 초록마을에 다녀왔습니다. 교육복지회원이 교실 밖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해 새로운 경험과 견문도 넓히고, 같은 학년 학생들과 깊고 넓은 우의와 결속력을 다지도록 기획된 행사입니다. 저는 교육청 재능기부자의 한 사람으로 선생님과 함께 안전한 활동을 도왔습니다.

 

초록마을은 구 대암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테마체험학교, 오토캠핑장이 있고, 마을과 연계하여 둘레길 걷기, 작목반 체험도 할 수 있는 안전행정부 지정 정보화 마을입니다. 일단 마을 곳곳에 아기자기 정감이 가는 벽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교문을 들어서자 오토캠핑장이 보입니다. 여름에는 실외 수영장도 이용할 수 있다고 하니 안전하게 야외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훌륭한 시설입니다. 교사 뒤로 토끼장과 진돗개도 보입니다. 체험 활동을 준비하는 동안 아이들은 금세 진돗개를 안고 친구처럼 운동장을 뛰어다닙니다.

제가 담당한 모둠은 두부 만들기 체험부터 했습니다. 옛날 그대로 돌로 만든 전통 맷돌로 불려 둔 콩을 갈았습니다. 처음 해 보는 데도 어처구니도 잘 맞춰 맷돌을 돌립니다. 간 콩을 모아 가마솥에 넣고 끓입니다. 이곳은 간수를 쓰지 않고 경상대학교에서 개발한 매실 액을 주원료로 한 응고제를 사용하여 무염 두부를 만듭니다. 몽글몽글하게 맺힌 콩물을 반 컵씩 나눠 마셨습니다. 미용에 좋다고 하니 여학생들은 한 컵 더 마시겠다고 난리입니다. 돌아가며 콩물 젓기도 해 보고, 걸러서 무거운 것으로 눌러 놓습니다.

<맷돌 돌리기><콩물 젓기>

<콩물 거르기><응고 시키기>

기다리는 동안 주변 정리를 하고, 장기 자랑 시간을 가졌습니다. 잘 못한다며 머뭇거리더니 막상 앞에 나오니 그런 끼 어떻게 감추고 살았는지 마음껏 발산합니다. 1등에게는 돌아갈 때 두부 한 모씩을 주는데 특별히 두 모를 주기로 했습니다. 부모님께 자랑할 거라며 열심입니다. 완성된 두부는 점심 밥상에서 보기로 하고 도자기 체험을 하러 갑니다.


물레 돌리기는 인원이 너무 많아 시간이 부족하고 아직은 어리고 초보인 초등학생이라 안전상의 문제로 못하고 손으로 빚기로 했습니다. 서로 더 멋진 작품을 만들어 보겠다고 경쟁이 치열합니다. 한참을 두드리고 매만지는 과정이 제법 힘든데도 재미있어합니다. 머드 팩을 한 듯 손에 진흙이 잔뜩 묻었는데도 신이 납니다. 직접 만든 작품은 한 달 뒤 학교로 보내 주신다고 합니다.

기다리던 점심시간. 맛깔난 정찬입니다. 김치, 장아찌, 각종 밑반찬이 솜씨 좋은 아주머니께서 만드셔서 정말 맛있었습니다. 직접 가꾼 재료로 제대로 숙성시켜 주신 덕분에 조미료가 없어도 맛있고 과식을 해도 속이 불편하지가 않습니다. 직접 만든 두부는 시중에서 파는 매끈하고 물렁물렁함 대신 윤기는 없지만, 살이 탱탱하고 고소합니다. 무염 두부인데도 양념장 없이 먹어도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어 더 맛있습니다. 평소 잘 안먹는 전통식인데 반찬 더 달라고 줄을 서고, 나갈 때 보니 모두 빈 그릇입니다. 예의 바른 우리 학생들 빈 그릇도 거둬서 설거지대로 옮겨 주고 갔습니다.

소목에 치자 물을 들인 염료를 솥에 넣고 끓입니다. 그동안 아이들은 홀치기, 매듭 기법을 이용 문양을 만듭니다. 뜨거운 물에 넣고 주무르는 건 무리여서 선생님 하시는 거 보면서 거들어 드렸습니다. 말리고 염색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더 고운 색이 나오겠지만, 시간이 없어서 나무젓가락에 쓴 이름을 보고 각자 비닐봉지에 담아 주셨습니다.

두부, 비지와 손수 만든 손수건을 들고 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의기양양합니다. 늦잠 자는 토요일 아침 일찍 나와야 하고, 대부분 시골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셔 농촌 환경이 새삼스럽지 않아 시큰둥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전통식으로 두부도 만들고, 스스로 뭔가를 창조하는 기쁨이 엄청났다고 합니다. 계절별로 쑥설기 만들기, 콩나물 만들기, 자연 관찰하기, 전통 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고 합니다. 

담당 선생님도 챙겨 주는 재능기부자 선생님께서 두 분 더 계시니 안심하고 잠시 자리를 비울 수도 있어서 좋았다며 다음번 체험 때도 동행해 줄 수 있느냐고 합니다. 저 역시 잘 노는 아이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도움이 되었다니 기뻤습니다.

폐교는 학교였던 만큼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장소입니다. 진주 대암 초록마을은 이를 마을 공동체가 하나 되어 체험학습장과 휴식 공간으로 거듭났습니다. 연세 지긋하신 대표님의 진한 경상도 사투리에 아이들도 생소한 듯 못 알아듣고 까르르 넘어가기도 했지만, 꾸미지 않은 생활 그대로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도시 학생들은 자연과 전통을 체험하고, 마을 수익 사업과 교류의 장으로 쓰이는 폐교는 최적의 자연 학습장입니다. 지친 일상에서 탈피하여 어른들도 함께 추억 여행을 떠나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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