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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말자, 6월 6일 현충일! 본문
작년 현충일을 맞아 한 언론사와 교원단체가 서울시 내 4대 권역별로 1개교씩 총 4개 학교 4∼6학년 32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로는, ‘6월 6일이 무슨 날인가’라는 질문에는 88.8%(286명)가 현충일이라고 대답했지만, 이날이 왜 공휴일인지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답변이 49.4%(159명)였습니다. 6월 6일이 달력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공휴일인 현충일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절반 정도가 현충일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죠. 이렇게 모르기도 하지만 실제로 안다 하더라도 그저 쉬는 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저 역시 부끄럽게도 그저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기뻐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답니다. 하지만 현충일은 단지 놀고 쉬는 날이 아닙니다. 그 의미를 알고 나면 저처럼 부끄러움을 느낄 정도로 경건하고 엄숙한 날이랍니다. 다가오는 현충일을 가치 있게 보내기 위해 지금부터 현충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까요?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이들을 기억하자
올해로 58주년을 맞는 현충일은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충성과 넋을 기리는 날입니다. 많은 분이 ‘현충일’ 하면 6·25전쟁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데요, 실제로 현충일의 추모대상에는 6·25전쟁 때 전사한 국군을 비롯한 말 그대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신 모든 분이 범위에 해당한답니다. 하나의 국가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란을 거치게 되는데요, 그 많은 전쟁에서 매번 물러서지 않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분들이 있기에 현재의 우리나라가 존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호국 영령의 명복을 빌고 추모하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충일은 매년 6월 6일이며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는데요, 혹시 한 가지 의문이 들지 않으셨나요? ‘현충일의 날짜는 왜 하필 다른 날도 아니고 6월 6일일까?’ 하는 의문이요. 현충일이 6월 6일로 정해진 이유는 우리나라의 전통풍습과 관련이 깊답니다.
우리 조상은 1년을 24절기로 나누어 날짜를 인식하였는데, 그중 아홉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로 ‘망종’이 있어요. 망종은 음력으로는 5월, 양력으로는 6월 6일 무렵으로, 벼, 보리와 같이 수염이 있는 곡식의 씨앗을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라는 뜻이랍니다. 즉 보리를 베고 모내기를 시작하는 시기를 말하는 것이죠. 농경 사회에서는 예로부터 이러한 망종을 가장 좋은 날로 꼽아 이날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는데, 1965년 6·25전쟁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현충일을 제정할 당시인 1956년 망종이 6월 6일이었다고 해요.
또 고려 현종 때는 망종 때 나라를 위해 싸우다 숨진 전사한 장병의 뼈를 집으로 봉송하여 제사를 지내도록 했다는 기록도 있답니다. 그래서 옛 풍습을 따라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모든 선열의 넋을 기리며 기념행사를 하는 날을 6월 6일로 정하였고, 이날이 현충일이 된 것입니다.
이렇게 현충일의 유래까지 알고 나니 현충일이 생각보다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날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일 년에 딱 한 번인 중요한 날, 그동안 생각 없이 쉬고 놀러다녔던 지난날의 저를 반성함과 동시에 앞으로 다가올 현충일은 예전처럼 지나쳐서는 안 되겠다는 결심도 했답니다.
사이렌과 함께 온 세상이 고요해지는 6월 6일 오전 10시
6월 6일 오전 10시. 늦잠을 자고 있었다면 아마 깜짝 놀랄 거에요. 엥~하는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귀를 파고들기 때문이죠. 현충일 오전 10시에는 전국에 사이렌이 울리면서 1분 동안 묵념을 합니다. 눈을 감고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순국선열들의 넋을 기리는 시간이죠. 이러한 사이렌을 울리는 것은 다른 일을 하다가도 하던 일을 멈추고 이 시간만큼은 나라를 지켜주신 그들의 희생에 감사함을 표하자는 의미겠죠?
<국립묘지>
현충일 추념식은 현충일이 제정된 1956년부터 정부주관행사로 거행해 오고 있는데요, 국립 서울현충원에서 전몰군경유가족, 각계 대표, 시민 등 10,000여 명이 참여하여 진행됩니다. 이 식은 매년 6월 6일 사이렌이 울리기 5분 전인 오전 9시 55분에 시작한답니다. 9시 55분에 개회식을 하면서 국민의례와 국가에 대해 경례를 하고 애국가를 부르고 나서 그다음으로 사이렌이 울리는 것이죠. 순국선열 및 호국 영령에 대한 1분간의 묵념이 끝나면 헌화와 분향이 진행됩니다. 헌화와 분향은 영정에 꽃을 바치고 향을 피워 순국선열들의 충절을 기리는 의식입니다. 이어서는 추모 헌시를 비롯하여 추념 공연, 추념사가 진행되고 마지막으로 현충의 노래를 제창하고 나면 폐회식을 합니다.
사실 저는 생각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국립묘지에 안치된 이들의 넋을 기린다는 사실에 약간 놀랐답니다. 각각 다른 방법이지만 그 프로그램들이 전해주는 마음은 모두 하나이긴 하지만요. 현충일 기념행사를 그저 지루하고 조용히 묵념만 하는 행사라고 생각했다면 올해 현충일 추념식을 꼭 한 번 보시길 바라요. 편견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진심으로 추모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펄럭이는 태극기에 담는 그들을 향한 마음
현충일에는 국토방위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의 충성을 기념하면서 태극기를 달아야 하는데요, 이를 조기 게양이라고 합니다. 조기란 조의를 표하기 위하여 다는 국기를 말하기 때문에 현충일에는 조기 게양이라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겠죠? 조기 게양은 나라의 경사스러운 일을 기념하는 국경일의 국기 게양과는 그 방법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국기 게양은 깃봉과 깃 면의 사이를 떼지 않고 달지만 조기 게양 때는 이와 달리 깃봉과 깃 면의 사이를 깃 면의 너비만큼 내려달아야 한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도 아니니 현충일에 잊지 말고 태극기 다는 것에 모두가 참여해서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이에 대한 감사함을 그분들이 계신 곳까지 날려 보낸다면 참 좋을 것 같네요.
<충국분수대>
현충원에서 직접 느끼는 그들의 숨결
저는 주말에 매년 현충일 행사가 진행되는 현충원에 직접 찾아가 보았습니다. 초등학생 때 가족과 함께 다녀온 이후로 처음 간다는 사실에 반성도 하며, 또 지금에라도 찾아가보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현충원에 금방 도착했습니다. 평일이라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서이기도 하겠지만, 현충원이라는 곳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를 뿜고 있었답니다.
정문으로 들어가 국가 유공자, 6·25 참전 용사, 대통령 등이 안치된 국립묘지를 제일 먼저 보았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온 저는 현충원 안을 계속해서 걸어 다녀야 했는데 특히 국립묘지가 생각보다 너무 넓어서 다리가 아플 정도였어요. 그만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분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니 다리가 아픈 것을 느끼는 것도 잠시, 무언가 제 마음에서 뜨거운 것이 일렁였습니다.
여기 잠드신 분들 모두 한 가정의 가장으로, 한 부모의 소중한 자식으로 살아오셨을 텐데, 그러한 자신의 삶은 포기하고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셨다는 생각을 하니 그 용기에 감탄하게 되면서 그분들의 죽음이 너무나 가슴 아프더라고요.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유가족들의 심정을 생각하니 제가 그들의 심정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참 많이 안타까웠어요. 그러니 그들은 얼마나 더 마음 아리고 슬플까요.
<현충탑><학도의용군무명용사탑>
담담한 표정으로 많은 생각을 하면서 걸으며 현충탑, 위패 봉안관, 학도의용군 무명용사 탑 등 안장 관련 시설과 참배 및 추모시설에 들렀습니다. 그중에서도 현충탑에서의 기억이 특히 생생하네요.
현충탑에 가니 한 어르신께서 분향하고 계시더라고요. 저도 참배에 직접 참여하려는데 제가 분향의 방법을 정확하게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어 어르신께 "저도 참배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건가요?"라고 물어보았습니다. 분향은 향을 집어서 향로에 넣는 것을 세 번 반복한 후에 묵념하면 된답니다. 어르신께서는 분향을 세 번 하는 이유는 하늘과 땅, 호국 영령들에게 감사하는 것이라고 친절히 알려주시며 자신의 아버지가 이곳에 계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분향을 끝내고 위패 봉안관에 들어가서 돌에 새겨진 수많은 이름을 보니 진지하고 엄숙한 태도로 말씀하지는 어르신의 모습과 겹치며 그들의 숭고한 죽음에 절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처음에 그렇게 넓어 보이기만 하던 현충원의 길이 나설 때는 혼자 생각에 잠겨 길이 멀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답니다.
<위패봉안실>
6월이 가면
장수남
유월 뜨거운 비
하늘은 슬프지 않았다.
짧은 만남 긴 인연
헤어져야 할 시간들.
위대한 죽음
조국은 사랑했다.
호국영령
가슴을 파고 묻고 싶다.
그대 이름들 하나하나 조국은
기억하리라.
또 하나의 가슴
유월은 가도 사계절 더 뜨겁게
사랑하리라.
현충일과 관련된 호국 영령을 추모하는 시입니다. 짧고 간결한 시임에도 가슴을 울리는 그 무언가가 있는 시라는 생각이 드네요. 비장하게까지 느껴지는 슬픔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분들을 떠올리게 해 마음 저릿하게 하고 저 역시 그들을 오랫동안 기억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이번 현충일에는 위의 시처럼 나라 사랑을 주제로 한 시나 현충일에 관련된 시를 찾아 읽어보며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국립서울현충원 홈페이지에서는 그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사이버 참배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으니 직접 찾아가기 어렵다면 이용해보세요. 단순한 휴일이 아닌 현충일다운 6월 6일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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