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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는 어떤 상을 놓고 밥을 먹었을까? 본문
대학생 시절 농촌봉사 활동을 가면 꼭 먹는 새참의 맛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새참 먹을 때 작은 상을 놓고 먹었는데 어찌나 그 상이 귀엽고 요긴하던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요즘 식탁을 놓고 밥을 먹었던 때가 오래전 이야기는 아닌듯싶은데, 과연 조선 시대 사람들은 어떤 상을 놓고 밥을 먹었을까요?
국립전주박물관에서는 특별전으로 '조선의 소반'을 소개하고 있다고 해서 제가 직접 다녀왔습니다. 국립전주박물관에서는 조선 시대 소반의 다양한 모습과 우리 전통문화 속에서의 가치를 조명하기 위해 특별전을 마련하였습니다. 입장하면서 별 기대를 하고 가지는 않았는데, 특별전을 관람해 보니 '조선 시대에 이렇게 많은 소반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반'은 운반의 기능과 식탁의 기능을 가진 조선 시대 음식상입니다. 일상생활은 물론 의례, 신앙생활, 세시 풍속에 이르기까지 조선 시대 문화 곳곳에서 소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소반은 다양한 쓰임새를 통해 조선 시대 전통문화의 이모저모를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소반의 쓰임새를 [맛],[예],[염원]으로 구분하여 전시하고 있습니다. [맛]과 관련된 '맛을 담다'에서는 음식을 올리는 기능을 중심으로 소반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음식을 올리는 상은 음식의 종류에 따라 명칭이 붙어가 용도에 맞게 특수하게 제작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하는 특별하게 제작된 것으로는 먼 거리를 이동할 때 적합하게 만든 공고상이 있었습니다. 다과상은 올리는 그릇이 간단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소반보다 튼튼하지 않아도 되었고 크기도 작게 제작되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일주반'입니다.
[예]와 관련된 '예를 올리다'에서는 조선 시대의 유교 문화가 소반까지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중심으로 전시되고 있습니다. 조선 시대에서는 유교의 예를 바탕으로 국가와 왕실은 물론 민간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담은 의례를 시행하였는데 그 절차에 따라 소반이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궁중에서 사용한 '궐반'은 흑칠로 특수하게 제작되어 그 권위를 상징하였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유교의 영향이 정말 컸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소반까지 일반 백성의 소반과 다르게 만들 정도이니까요.
[염원]과 관련된 '염원을 담다'에서는 민간에서의 소반의 기능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유교를 기반으로 한 조선에서는 무속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민간에서는 개인과 가족 그리고 공동체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굿을 하거나 치성을 드리는 일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때 소반은 굿이나 점술에 필요한 도구를 올려놓는 용도로 사용되거나 신앙의 대상에게 정성을 들이는 음식을 올리는 상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점집에 가면 위와 같은 소반이 사용되는 것을 보면서 소반에 대한 전통의 연속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밖에 소반의 종류에는 한지를 길게 꼬아 만들어 아기가 태어날 때 사용한 '지승반', 혼례 시 사용되는 '기러기 상'과 '합환주 상'이 있었습니다. 이른 새벽에 심 봉사가 정화수를 올려 삼신 제왕님께 소원을 빌 때 사용한 '정화수상'도 조선 시대 소반입니다. 이처럼 소반은 특별한 사람들의 소유물이 아닌 사람들의 일생과 함께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의 소반을 바라보는 이방인들의 시선은 어땠을까요? 이방인들은 소반을 정말 신기하게 쳐다봤을 것 같습니다. 조선에서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데 이방인들이 보기에 '미니 테이블' 같은 것에 음식을 놓거나 술을 놓고 사용하는 장면이 신기했을 것 같습니다. 이방인들이 남긴 사진을 보면 그들의 시선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1876년 개항 이후 많은 외국인이 서울과 지방을 유람하면서 조선의 풍물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이 중에는 소반이나 이와 관련된 풍속이 담긴 사진이 있는데 근대기 우리 전통문화의 모습과 변화 양상을 엿볼 수 있는 자료가 되지요. 일제 강점기 조선을 방문하고 조선 공예에 관심을 둔 사람들에게 소반은 좀 더 적극적인 분석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는 조선 시대 생활용품에 대해 '공예'라는 관점에서 가치를 분석하고 의의를 부여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소반이라는 작은 유물에서 조선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국립전주박물관 특별전 '조선의 소반'을 관람하면서 '조선 시대 소반이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기와 형태, 재료나 장식에 이르기까지 당시 사상과 생활양식이 반영되어 나타난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반은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각종 의례, 신앙생활에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었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조선 시대 사람들과 늘 함께 한 소반에는 당시 사람들의 삶과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소박하고 단정한 모습이지만 그 속에서 다양한 개성도 발견하였습니다. 조선 시대 소반은 작고 단순하면서도 그 속에서 실용성과 멋, 그리고 다양한 의미를 갖추고 있습니다.
소반에 담긴 조선 시대 사람들의 삶과 마음,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어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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