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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요 본문
'신석기 시대'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저는 박물관에서 보았던 빗살무늬토기와 돌도끼, 화살촉 같은 유물들이 먼저 생각납니다. 주로 구석기와 청동기 사이에서 역사 속 일부로 다루어지는 신석기 시대이기에 토기와 석기 등의 출토품으로만 이해하고 지나갔었습니다. 하지만 특별히 신석기시대의 거주와 생활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봤는데요, 바로 서울 암사동의 선사유적입니다.
암사동 유적은 한강유역의 대표적인 신석기시대 집터 유적으로 지금까지 확인된 우리나라의 신석기시대 유적 중 가장 큰 마을단위 유적입니다. 1925년 대홍수로 인해 토기와 석기 등의 유물이 노출되며 발굴이 이루어져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답니다. 이곳에는 발굴된 움집터를 전시관 안에 노출 전시해두었을 뿐만 아니라 집터 위에 옛 모습 그대로의 움집을 복원해두었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책으로만 보았던 원시시대 움집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설렘을 안고 서울 암사동으로 향했습니다. 6,000년 전 신석기시대 사람들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암사동 유적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신석기 시대, 어떤 집에 살았을까?
암사동 집터 유적에는 지금까지 30채의 움집터를 발굴했는데, 움집은 기둥을 세우고 긴 나무나 억새를 이용하여 만들었고 맨 위는 고깔 모양의 지붕을 만들었습니다. 작은 움집은 2~3인, 큰 움집은 5~6인 정도가 살았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답니다.
1전시장으로 들어가니 뻥 뚫린 넓은 터가 나타납니다. 전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곳은 바로 8기의 움집터입니다. 실제 원시시대의 주거형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발굴유역에 보호각을 설치하고 경화 처리를 하여 전시관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가장자리에 있는 구멍들은 움집 기둥을 박았던 자리입니다. 집 안쪽에 난 구멍들은 토기를 놓았던 자리라고 하는데요, 빗살무늬 토기의 아랫부분이 편편하지 않고 뾰족한 이유는 이런 구멍에 토기를 끼워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처음 선사시대 토기를 보았을 때 편평한 바닥이 아니라서 저 그릇을 어떻게 땅에 놓고 사용했을까 궁금했었는데요, 움집 안 구멍을 보니 이해가 가더라고요.
가운데 둥근 것은 화덕자리인데 집터에서 불에 탄 목탄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불을 사용할 줄 알았던 석기시대 사람들이 실수로 움집을 태우는 일이 종종 일어났을 거라는 추측을 해봅니다. 움집 안이 어두웠기 때문에 온종일 불을 피우고 살았을 거라고 하는데 겨울에야 괜찮겠지만, 여름에는 엄청나게 더웠을 것 같아요.
집터와 함께 저장공도 보입니다. 신석기 시대는 아직 수렵, 채집, 어로에 많이 의존하는 단계여서 큰 저장시설이 아닌 집 근처의 땅을 파서 만든 이런 작은 구덩이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2전시장 안에 움집 모형을 만들어 당시의 주거 모습을 재현해놓았습니다. 움집터에서 봤던 구멍들과 화덕, 기둥을 박았던 자리들이 이제 이해가 되죠?
유물로 살펴보는 신석기인의 삶
신석기시대를 대표하는 유물 중 하나가 빗살무늬토기라는 건 다들 아시죠?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요, 암사동 유적의 빗살무늬 토기는 길쭉한 모양에 뾰족한 바닥의 포탄처럼 생긴 토기가 많이 발굴되었습니다. 무늬도 아기리, 몸통, 바닥 세 부분이 모두 다른 무늬를 장식하는 특징을 보인다고 하네요. 그 옛날 토기 하나를 만들어도 선과 점으로 촘촘하고 세심한 장식까지 하였다니 정말 신기합니다.
한강을 끼고 넓은 평지에 자리 잡은 암사동 움집은 당시 사람들이 고기잡이를 하고 살았음을 짐작하게 되는데요, 실제로 어망추나 작살 같은 어로도구가 출토되었습니다. 화살촉이 많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산에서 수렵생활을 했음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식물성 식량 채집에 쓰이는 갈돌과 갈판도 발견되고 보습, 돌낫 등의 농경 기구의 출토로 보아 밭농사도 하고 살았을 거라 생각됩니다. 전시관에는 앞서 살펴본 유물과 유적지와 연결하여 상상할 수 있도록 이렇게 신석기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정교하게 표현해 두었습니다.
도토리를 직접 먹어본 적이 있나요? 저는 도토리묵만 먹어봤는데요, 탄화된 도토리가 암사동 유적 여기저기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아 당시에는 도토리가 중요한 식량 공급원이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도토리 이외에도 호도, 밤 같은 딱딱한 나무 열매는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역시 식량으로 많이 이용했습니다. 갈돌과 저장구덩이들이 이런 채집생활을 뒷받침해주는 증거입니다. 불에 탄 도토리를 돋보기를 통해 보는데 도토리 모양이나 결까지 남아있었어요. 저게 몇천 년 전에 살던 사람들이 먹으려고 보관해두었던 도토리라니, 기분이 참 묘하더라고요.
아직은 수렵이니 채집이니 어로니 이런 말을 이해하기 어려운 어린 친구들을 위해 그림으로 쉽게 설명해두었고요, 패널 군데군데 있는 둥근 뚜껑을 열면 유물이나 신석기 사람들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상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타임머신 타고 신석기 마을로!
자, 이제 밖으로 나가볼까요? 암사동 유적에서 발굴된 30여 기의 집터 중 9개의 집터 유구 위에 약 2m 두께의 흙을 덮고 옛 모습을 살려낸 복원 움집입니다. 직접 들어가 당시의 생활상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움집도 있는데요, 원시인 복장을 하고 체험학습에 참가한 학생들이 움집 안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화덕에 고기를 굽고 있는 가족의 모습이 보입니다. 빗살무늬토기도 있고요, 천장에 매달아 놓은 생선과 어망도 보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움집의 구조가 튼튼하고 견고해 보이죠? 천장에는 화덕의 연기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구멍이 있습니다. 창을 손질하고 있는 아빠와 요리를 하는 엄마, 그리고 마주 앉아있는 아이들.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가족의 모습이네요.
2010년에 개장한 체험마을로 이동해보았습니다. 선사시대 마을 모습을 그대로 만들어놓은 움집 군락이 보입니다. 움집 밖에서 어망을 다듬고 석기를 만드는 사람도 보이고요, 잡아온 짐승을 불에 익히고 있는 사람들도 있네요. 움집 안의 모습을 볼 수 있게 기둥과 서까래만 남겨놓은 움집도 있습니다.
사냥하는 모습도 숲 속에 재현했습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짐승을 어떤 도구를 사용해서 잡았는지 유물로만 보는 것보다 이렇게 직접 모형으로 보여주니 이해가 더 쉽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잡은 짐승을 매달아서 운반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숲 옆에는 과거 하천이 흘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리에 자연형 하천까지 조성해놓았는데요, 움집, 하천, 숲에 짐승과 선사시대 이웃까지 있으니 시간여행 제대로 온 느낌이죠?
재미있는 체험학습에 참여해볼까?
그냥 둘러보고 돌아오는 건 기억에서도 금방 지워집니다. 직접 몸으로 느껴보는 체험학습은 빼놓을 수 없는 코스입니다. 암사동 유적지에는 유아, 어린이, 가족대상으로 다양한 만들기 체험과 원시 생활체험이 운영되고 있는데요, 직접 참여한 학생들의 모습을 담아보았습니다.
사포로 열심히 나무를 다듬어 활과 화살을 만들고, 활에 실을 단단히 묶은 후 쏘아보니 화살이 제법 멀리까지 날아갑니다. 점토를 이용하여 빗살무늬 토기를 만들어보는데요, 설마 내가 6,000년 전 사람보다 못하겠어? 하며 무늬를 넣어보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움집 바닥을 다지고 화덕도 만든 후 기둥과 서까래를 세우더니 어느새 멋진 움집이 척척 만들어집니다. 까치구멍이 있는 움집 천장을 얹으니 드디어 완성! 집에 가져가면 멋진 장식품이 되겠네요. 다른 테이블에서는 어망을 만드는 손길이 바쁩니다. 빨리 고기를 잡으러 가야 하는데 실로 묶는 작업이 마음대로 잘 안 되나 봅니다.
어로체험에 참여한 아이들은 신석기 사람이 되어 그들이 사용했던 어망으로 직접 고기를 잡아봅니다. 이 체험장에는 작은 고기들을 풀어놓고 망으로 잡아 통에 넣은 후 체험이 끝나면 다시 물에 놓아줍니다. 몇 마리는 제법 큰 물고기도 있는데 잘 유인하면 손으로도 잡을 수 있답니다.
서울 암사동 선사유적은 박물관이나 전시관에 왔다기보다는 자연 속 공원에서 선사시대로의 시간여행을 하고 나온 기분이었습니다. 넓고 푸른 숲 속에 복원한 움집을 지나가다 보면 진짜 내가 원시인이 되어 식량을 구하러 가고 있는 착각에 빠질지도 모릅니다. 신석기 시대 느낌을 주려고 만든 나무 간판이나 빗살무늬 토기 모양의 쓰레기통, 나무 조각을 모아서 만든 동물 조형물, 감각적인 가로등까지 상상 속 원시 세계로의 여행을 도와줍니다.
1, 2 전시관의 전시 형태나 체험마을의 교육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주로 초등학생까지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고생이나 성인에게도 선사시대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기는 하겠지만, 눈높이가 초등학생들에게 맞춰져 있었어요.
가족 단위로 방문하는 것도 권하고 싶습니다. 함께 전시관을 돌며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요, 잠시 숲 속 벤치에 앉아 쉬면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가족도 종종 눈에 띄더라고요. 간단한 간식을 싸오면 소풍 나온 기분이겠죠?
숲에서 자연을 느끼며 과거로의 체험을 하고 싶다면 서울 암사동 선사유적지를 찾아보세요. 역사여행뿐만 아니라 자연의 한 부분으로 살아갔던 신석기시대 우리 조상의 삶을 돌아보고 경험하며, 가족 간 즐거운 추억도 함께 만들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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