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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 여름방학, 알차게 보내기 본문
“단풍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안타까워하며, 한 참을 서서/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멀리 끝까지 바라다보았습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중에서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은 두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중 선택하는 것이죠. 자신의 적성, 능력, 성격, 가치관 등을 점검하여 진로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평생 신문 등에 글 쓰는 일을 하고 싶다는 계획은 초등학교 때 정했지만, 그 일과 함께할 직업을 선택하기 위하여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할지를 정해야 합니다.
저는 ‘물리 또는 화학’과 ‘경제학’ 중에서 기회비용을 고려하여 경제학 쪽을 선택했고, 그렇다면 문과가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과 부모님의 지지를 얻어 계열선택을 했습니다. 과학에 대한 미련이 남았는데, 이는 동아리인 '물리부' 활동을 통하여 해결하기로 했지요. 여름방학 시작과 함께 학교에서 진로진학캠프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다중지능검사, 적성검사 등 여러 가지 검사와 상담활동을 통해서 경제학이 가장 적성에 맞는다는 결과가 나와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선택에 따라 이번 여름방학 계획을 ‘진로진학을 위한 준비’, ‘행복한 삶을 위한 여가 선용’, ‘배려하는 삶을 위한 봉사활동’을 고려하여 세웠습니다.
진로‧진학을 위한 준비
제 장래 희망은 신문에 글 쓰는 사람, 동시에 인류에 도움되는 경제학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해야 할 일을 생각했습니다. 진학준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교과 공부와 독서, 전공과 관련한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방과후학교를 통한 보완 : 수학, 논술>
저는 교과목에 대해 사교육은 받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과목을 방과후학교를 통하여 보완하기로 했습니다.
<수학>은 2학기 예습을 하기로 하고 오전 두 강의(1교시 : 정석-90분, 2교시 : 내신대비-90분) 모두를 선택했습니다. 저녁에는 혼자서 교과서 중심으로 개념을 이해한 다음 정석을 풀고, 방과후학교 수업시간에는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논술>은 특징, 개요 짜기 등 스스로 느끼기에 익숙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보완하기로 하고 논술특강을 신청했습니다. 강의 내용이 명확하게 이해되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자신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교과실력 향상을 위한 공부>
저녁 시간은 혼자 공부하는 시간입니다. 국어와 영어는 모의고사를 대비하여 수학은 2학기 예습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독서>
원래 독서를 좋아하기 때문에 틈틈이 책을 잡으면 놓기가 어려운 것이 문제입니다. 이번 방학 때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등을 읽고, 1학기부터 읽은 책과 합쳐서 독후감을 써서 생활기록부에 기록할 수 있도록 담임선생님께 제출할 계획입니다.
<인문 영재학급 논문 준비>
서울고등학교는 ‘인문 영재학급’을 운영합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시간, 일반사회/역사/윤리 중 각 분야 전공 선생님의 지도로 독서 후 발표와 토론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데, 이제 2학기가 되면 논문을 한 편씩 써야 합니다. 1학년 때는 전공에 얽매이지 말고 여러 분야를 융합할 수 있는 내용을 쓰고, 2학년 때 전공 관련 논문을 쓰는 것이 좋겠다는 선생님 말씀에 따라, 이번 방학 때는 논문 주제와 지도교사(교수) 정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3월 석학 인문학강연에서 한영우 교수님 강의 중, 특히 놀라웠던 우리 민족의 기록문화 중 정조의 수원화성 건설 기록 또는 거중기 사용의 경제적 효과를 계산해 보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경제경시대회 준비>
경제학과에 진학하는 쪽으로 마음을 정하고 전공과 관련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생각하는 중, 인문 영재학급 이미숙 선생님께서 추천하신 것이 경제경시대회 준비였습니다. 겨울 방학에 있을 예정이므로 경제 교과서와 자습서로 개념이해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물리 동아리 '앱시스'의 축제준비>
인문학과 과학적 소양을 모두 갖추고 싶은 생각에 물리 동아리 '앱시스' 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개학하면 바로 열리는 서울고등학교 축제인 '경희제' 때 동아리 전시를 위한 실험과 비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삶을 위한 여가 선용
미래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준비하는 과정인 지금도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에, 공부하는데 방해되지 않도록 공부 계획 사이에 즐거운 일들을 끼웠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이 긴장을 늦추거나 게으름을 부리지 않고 깨어 있게 해서 공부하는 데 오히려 효율적인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준비>
‘서울청소년 오케스트라(Seoul Youth Orchestra)’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하는데, 매주 목요일 5~7시 사이에 모여서 연습을 합니다. 어릴 때부터 배운 실력을 녹슬지 않게 하고, 연주회를 통해서 느끼는 성취감이 행복하게 합니다. 9월 13일에 정기 연주회가 있는데, 이를 위해 선생님의 개별지도를 받고 있습니다.
<‘희망찬 작은 음악회’ 출연을 위한
피아노 연습>
지난번 교내 작은 음악회 출연 후 다음 작은 음악회에 출연하기 위해 또 도전합니다. 리스트(Franz Riszt)의 ‘위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제 실력으로는 부족하여 피아노 선생님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영화관에서 영화감상>
방학 중 영화관에서 영화 한 편은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마지막 4중주>를 봤습니다. 다른 계획을 해치지 않고 보기 위해서 방과 후 학교 오전(수학 ~11:10 끝)과 오후(논술 14:00 시작~) 사이의 점심시간과 끼어있는 시간(11:10-14:00)을 활용하려 했다가 물리부 모임과 겹쳐서 저녁 시간(21:25~)에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늦은 시간이어서 안전을 고려해 온 가족이 함께 다녀왔습니다. 많은 일정에 지쳐서 약간 졸기도 했습니다. ^^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학 강좌>
올해 3월,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학 강연’ 기사를 쓰기 위해서 듣기 시작했던 강의를 계속 듣고 있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토요일 3~5시, 국외체험학습 같은 학교 행사나 시험 직전이 아니면 모두 참석하고 있는데 석학이신 교수님께서 강연하시니 인문학 각 분야의 정통한 지식을 효율적으로 얻는 느낌입니다.
<선생님,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
방학 중에 선생님,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을 하루씩은 갖기로 했습니다. '고범채' 선생님과 중3 친구들과의 등산, 초등학교 친구 윤영대와의 만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배려하는 삶을 위한 봉사활동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재능으로 봉사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는 것은 학교에서 많이 배웠고, 진학에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고등학생인 제가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찾아보았습니다.
<다니엘 복지원의 학습지도 봉사>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복지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는데, 장애우들의 학습 도우미는 고등학생이 되어야 가능하다고 하셔서, 지퍼백의 지퍼 달기, 양말 상자 접기 등 일손 돕기를 했습니다. 4시간 동안 봉사활동을 하며, 내가 하는 일이 얼마의 경제적 효과가 있는지 계산해 보니 2,000원 정도여서 실망했습니다. 그러나 함께 작업하시는 분들이 저희와 작업하며 이야기하는 것으로 기뻐하시는 것을 보며 내가 경제적으로 계산하지 못한 또 다른 효과가 있다는 것을 느꼈었습니다.
이제 고등학생이 되어 장애우의 학습 도우미를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여름 방학이 너무 짧아서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다른 일정에 방해되지 않기 위해 겨울 방학으로 미뤘습니다.
<기아대책의 편지 번역 봉사>
기말고사가 끝나는 날, 선생님의 추천으로 ‘기아대책 본부’에 가서 봉사활동 교육을 받으며 기아문제가 지금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는 작은 배려를 통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에 감명받았고, 후원자와 후원 아동의 편지 번역하는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늦은 시간에 해도 되므로 고등학생인 저에게 딱 맞고, 제가 가진 작은 재능이나마 더해지니 뿌듯하기도 합니다.
느낀 점과 교육적 효과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너무 짧다는 것을 실감해서 효율적인 시간활용이 얼마나 중요한 지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제가 해 본 결과, 시간은 활용하면 할수록 묘미가 있었습니다.
먼저, 무엇을? 왜? 하는지가 분명해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긴장이 풀리거나 낭비하기 쉬운 시간은 새로운 것을 끼워서 활력을 주는 방법이 효과적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방과후학교의 오전수업과 오후수업 사이의 점심시간과 끼어있는 시간을 점심 식사 후 바로 바이올린 연습이나 영화보기로 타이트하게 활용하는 것입니다.
저녁식사 후 졸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독서를 하거나 집 주변의 ‘구립서초유스센터’ 독서실에 가서 10시까지 공부하는 것도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었습니다. 음악이나 악기 연주 등 적성에 맞는 활동이 중간에 끼어 있으니 졸음을 방지하고 공부하는 데 활력소가 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교과공부는 당연하게 느껴지고, 다른 활동들은 무언가 특별하고 생동감 있게 느껴지는 점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공부하는 사이의 즐거운 활동들은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하고, 해야 할 일에 대한 효율을 훨씬 더한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또 공부 중 제시문의 내용과 원작자가 글을 참 훌륭하게 썼다는 느낌을 받아 감탄하는 기쁨도 누렸습니다. 그리고 커서 저도 교과서에 실릴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기도 했지요.
위에서 말씀드렸던 이런 ‘치밀한’ 계획 덕분에 삶에 있어 중요했던 이번 방학은 지금까지 보냈던 다른 여느 방학과는 달리, 매우 보람차게 보내고 있습니다. 계획을 짜고 성취하는 과정에서, ‘하루 일과뿐 아니라 인생 전체를 놓고 계획을 짜서 실천하면 멋진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답니다. 이 계획이 계속되어, 결국 제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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