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공식 블로그

우리나라 미라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본문

교육부 국민서포터즈

우리나라 미라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대한민국 교육부 2013. 9. 6. 11:00

미라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저는 제일 먼저 이집트가 생각나고, 그다음으로 어릴 적 무서운 영화에서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던 미라가 떠오릅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미라를 떠올리면 징그럽다거나 무섭다는 느낌으로 다가올 거예요.

 

미라자연적 또는 인공적인 처리 오랫동안 원형에 가까운 형상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나 동물의 사체를 말합니다. '미라'라는 말은 역청(瀝靑 : 왁스, 천연 아스팔트)을 뜻하는 아랍어 미야(mmiyah)에서 유래된 포르투갈어라고 하네요. 이집트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지만 전 세계 곳곳에 다른 형태의 미라가 존재한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에도 미라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신문에서 잠깐 우리나라 미라 발굴 소식을 접했을 뿐 자세한 내용은 접하지 못했는데, 마침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과학, 미라를 만나다!' 展이 열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미라에 대한 자세한 자료뿐만 아니라 이집트나 다른 나라의 미라와의 비교, 그리고 과학을 통한 비밀 풀어가기까지! 과거로의 타임캡슐, 함께 열어볼까요?


미라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옛날 사람들은 미라를 만들었을까요? 바로 영혼 불멸 사상 때문입니다. 시신에 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기에 죽은 후에도 시신을 보존하는 것이 고인의 내세에 중요하다고 여겼습니다. 이렇게 시신 보존을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미라의 대표적인 것이 이집트의 미라입니다.

이와는 달리 주변의 환경으로 인해 자연적인 미라가 만들어지기도 하는데요. 몹시 추운 지역이나 건조한 사막에서 주로 발견됩니다. 알프스 산맥에서 발견된 아이스맨 외치와 페루의 얼음소녀 미라가 추위에 냉동되어 보존된 미라이고, 사막 지역에서 발견되는 건조 미라의 경우 시신을 썩게 하는 미생물이 살 수 있는 수분이 없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미라라고 합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이집트의 미라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길래 기나긴 세월 동안 보존될 수 있었을까요? 

시신에서 심장을 제외뇌와 내부 장기를 모두 꺼내어 카노푸스 단지에 따로 담은 후 몸에 천연 탄산소다를 덮어 40일간 말립니다. 그 다음 강물로 씻고 몸속에 톱밥, 나뭇잎, 천 조각 등을 넣고 기름을 바른 후에 아마포라는 천으로 감아 미라를 만듭니다. 그 옛날 저런 방식을 어떻게 생각해냈을까, 참 대단하죠? 제가 이집트에 갔을 때를 기억해보면 박물관마다 어찌나 미라들이 많은지 관을 막 아무렇지도 않게 쌓아놓은 곳도 있더라고요. 나중에는 미라가 신기하지도 않을 정도였어요. 그만큼 내세를 향한 염원이 컸고 시신을 미라로 만드는 일이 일반화되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심지어 이집트에서는 동물도 미라로 만들었습니다. 대게는 제물로 바쳐진 동물이라고 하네요. 고양이, 개, 뱀, 쥐, 원숭이, 맹금류 등 별별 동물 미라가 이집트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는데요, 전시장에는 소 다리와 따오기 미라의 모형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미라는 무엇이 다를까?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미라가 발견되어 신문과 방송이 떠들썩해지지요. 그렇다면 이집트에서 발견되는 미라와 우리나라의 미라는 같은 방법으로 만들었을까요? 정답은 '아니오'입니다. 우리나라와 이집트 미라의 가장 큰 차이점방부처리 등의 인공과정을 거치는 이집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회곽묘라는 독특한 매장 양식에 따라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회곽묘조선 시대의 대표적 무덤양식인데요. 나무관 바닥에 을 깔고 주변에 시멘트 같은 성질의 삼물을 부어 단단하게 굳힌 구조입니다. 회곽묘를 만들기 위해 관 주변에 삼물을 부으면 잠시 후 관 내부의 온도가 고온으로 상승하면서 멸균이 되고, 밀폐되어 진공상태가 되면서 미라가 만들어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지요.

관을 열었을 때 보이는 모습입니다. 장례를 치르는 과정에서 시신이 썩는 모습을 후손들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옷을 많이 입혔다고 하는데요. 옷과 이불, 공간을 채우기 위해 넣은 옷감까지 관 속에 빽빽이 들어있습니다. 가로와 세로로 시신을 단단히 묶었지만, 매듭을 짓지 않았다는 것도 특이합니다. 아마포로 둘둘 감은 이집트의 미라와는 많이 다르죠?

이렇게 무덤과 그 주변에서 나온 옷과 장례 용품출토 복식이라고 하는데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알아내는 중요한 연구자료가 됩니다. 전시장에는 미라를 발굴하는 과정이나 출토 복식을 보존 처리하는 과정이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한 단계씩 복원하는 과정이 정말 정교하더라고요. 박물관에서 만나는 작은 전시품 하나도 그런 과정을 거쳤을 거로 생각하니 앞으로는 관람하는 자세도 바뀔 것 같아요.

 

과학으로 푸는 미라의 비밀

이번 전시의 주제'과학, 미라를 만나다!'이라서 미라의 과학적 연구 방법을 알려주는 이 구역을 가장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고(古) DNA를 분석하여 미라의 유전적 정보 및 질병 감염 여부 등을 확인하고, 컴퓨터 단층촬영을 통해 신체의 구석구석을 3차원으로 들여다보고,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을 통해 생존 연대를 추측하며, 탄소와 질소 안정동위원소 분석으로 과거 식생활에 대한 정보를 복원하는 등 놀라운 과학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중앙에 설치된 TV에는 EBS에서 방영했던 '원더풀 사이언스' <과학, 미라에 말 걸다>를 보여주고 있었어요. 언제 어떤 환경에 살았고 몇 살에 왜 죽게 되었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하나하나 수수께끼 풀어가듯 밝혀가는데, 마치 제가 그 과정에 참여한 것처럼 전율이 느껴집니다. 전시회를 보고 나서는 나중에 커서 미라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학생도 있을 것 같네요.

내장을 빼서 저장하는 이집트 미라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미라에는 내장 기관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 안에서 발견되는 분변 속 기생충 알이나 출토 복식에서 얻은 고(古) 기생충을 연구하면 당시의 식생활이나 보건 환경, 질병 등의 생활상을 밝혀낼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미라에서 발견되는 기생충 알을 확대해서 볼 수 있도록 해놓은 코너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어요. 특이한 사항은 날고기를 먹을 때 잘 감염되는 조충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는 건데요, 조선 시대에는 고기를 구워먹기보다 국처럼 끓여서 먹는 경우가 많아서라고 합니다.

 

미라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다! 

'과학, 미라를 만나다!' 展을 보고 느낀 두 가지 특징은 첫 번째, 우리나라 미라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 미라를 과학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유교 사상이 뿌리 깊게 남아있는 우리나라의 정서무덤을 훼손하는 것도 금기시되는데, 하물며 조상의 시신을 공개하는 미라 전시회는 쉽게 접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미라를 만들었던 이집트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미라들은 '원하지 않았으나' 조선 시대 회곽묘라는 무덤의 특별한 환경으로 인해 미라가 된 경우입니다. 조선 시대 이전의 미라가 발견되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와! 우리나라에도 미라가 있어요?'라고 놀라는 아이들이 많았는데요. 우리나라 미라다른 나라 미라와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쉬운 말로 풀어주는 유익한 전시였습니다. 한 가지 전시 주제로는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미라를 과학과 연결해 학습의 장으로 만들었다는 점도 좋은 아이디어였습니다.  미라 사진만 잔뜩 보여줬다면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가 어려웠겠죠. 하지만 '그들은 누구일까요?', '그들은 무엇을 먹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과학을 통한 미라와의 대화로 이끌어나가는 전시 구성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여러분도 앞으로 우리나라나 외국에서 박물관이든 전시회든 진짜 미라를 직접 볼 기회가 있을 거예요. 그리고 TV나 신문에서도 종종 미라에 대한 내용을 보게 되는데요. '과학, 미라를 만나다!'를 찾아 미라의 비밀을 풀어보면 어떨까요? 평소 무서운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미라가 사실은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밝혀주는 중요한 연구 자료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과학, 미라를 만나다!' 展은 12월 31일까지 계속됩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