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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민서포터즈

전시장에 누워 '쉼'의 여유를 찾다

대한민국 교육부 2013. 9. 9. 11:00

정말 더웠던 이번 여름, 어떻게 나셨나요? 저는 나름의 방법으로 여름을 열심히 나려고 노력했는데 그럼에도 이번 여름은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나무 밑 그늘, 흐르는 시냇물 등지로 가족과 함께 휴가를 떠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가족 모두 일과 공부 등으로 바빠 휴가를 위해 어느새 시간을 내는 것도, 날짜를 맞추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쉽지만 내년에는 꼭 가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이렇게 우리 가족만 보아도, ‘쉰다는 것’은 어느새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쉬기 위해 시간을 내고 어느 정도의 필요한 비용도 부담해야 하지요.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쉬기 위한 마음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떤 분이 매일 일을 하다 보니까 쉰다는 것이 익숙지 않고 생각해보지도 못한 것이라고 말씀해주시는 것을 듣고 ‘얼마나 현대인에게 쉼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게 된 것인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때마침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휴식을 잊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진짜 ‘쉼’을 선사하고자 9월 23일까지 ‘쉼’ 특별전을 마련하고 있었습니다.

옛날엔 어떻게 쉼을 즐겼을까요?

현대와 다르게 과거에는 여유가 가득했고, 자유롭게 풍류를 즐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쉼’ 특별전에서는 민속적 자료를 통해 과거를 보게 해주고, 현재와 과거를 비교해보도록 하며, 이것과 연결 지어 현대의 ‘쉼’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도록 해주었습니다.

‘쉼’ 전시장매우 어둡습니다. 어둠 속에서 시원함이 더 잘 전달되는 것만 같았습니다. 전시에 들어서자 ‘푸른 그늘 실바람에 새소리 들레어라’라는 글이 처음에 보였습니다. 두 눈으로 천천히 읽어내려 가는데, 여행자가 고단한 몸을 이끈 채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바라보는 모습에서 삶의 무거웠던 짐들이 저절로 바닥에 내려놓아 지는 가벼움을 왠지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금강산도>

‘금강산도’ 앞으로 자리를 옮기니 장엄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이러한 풍경을 실제로 바라보게 된다면 정말 음식을 먹지 않아도 배부를 듯 넉넉함이 채워질 것 같았습니다. 작품 옆의 글을 살펴보니, 풍경을 보며 누리는 자족함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휴대용 지도, 찬합, 표주박>

수진일용방이라는 휴대용 지도와 음식을 담는 찬합, 목을 축일 수 있는 표주박 등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을 생각나게 해주었는데요. 바로 대학 시절 세 번 정도 다녀왔던 기차여행입니다. 여행의 준비물은 조금 다르지만, 선 후기에도 길 떠나는 사람의 든든한 길잡이 역할을 해주었을 휴대용 지도를 보니 생각난 것입니다. 기차역에서 지도를 챙겨놓고, 길을 잘 몰라 헤맬 때 손에 든 지도에 의지했었답니다. 그리고 여행 때 찬합까지는 아니어도 틈틈이 여행객의 주린 배를 채워 줄 식량과 물병 등을 챙기니 그 모습이 꽤 비슷하지요? ‘쉼’을 위한 준비물은 이렇게 최소한의 것으로도 자족할 수 있는 것인가 봅니다.

<필낭, 휴대용 벼루, 먹통 등>

자연을 감상하고 느낀 감동을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도 참으로 뛰어났던 것 같습니다. 필낭휴대용 벼루, 먹통, 문방구 함만 보아도 알 수 있었는데요. 벼루가 너무도 작아서 그림을 그리는 데 과연 충분했을까 싶었지만, 경치를 직접 보고 생생하게 그려내기 위한 열정이 느껴졌습니다.

 

옛날 조상들에게 ‘쉼’이란 아마 자족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부유하지 않아도 자연을 내 것처럼 품고 마음껏 표현하고 누비는 모습이 그러합니다. 현재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 저절로 반성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풍요하기 때문에 자족을 잃어버리고 욕심을 부리며 많은 것을 쌓기 위해 노력하다가 결국 몸과 마음이 쉽게 지쳐버리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자족함이라는 ‘쉼’의 가치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발걸음을 멈추고 꽃의 황홀함에 취해보다

<화조도>

‘화조도’를 보면서는 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춘 적이 언제였던가를 떠올려보게 되었습니다. 학기 중에는 마음을 무겁게 하는 리포트와 시험과 팀 프로젝트로 시간에 쫓기듯 살아가기에 일상 속에서는 사물을 보고 멈춰 깊게 생각해본다는 것이 불가능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관조와 사색과 탐구가 없는 일상의 반복이 오히려 제게 주어졌던 많은 과제를 하는 데 필요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깨달음을 주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흔히 창조적인 생각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던 가장 일상적인 사건과 사물을 지긋하게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된다고 하는데요. ‘쉼’ 특별전을 통해 일상의 속도를 조금 줄여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증강현실을 체험하기 위한 꽃 그림 / 꽃이 점차 피어난다.>

이러한 아름다움 ‘증강현실’이용한 설치작품을 통해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증강현실이란, 현실 세계에 3차원의 가상물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설치된 휴대폰 기기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화면에 꽃 그림을 사진 찍듯이 담으면, 기기의 화면 안에서 꽃이 활짝 피어나는 황홀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한 외국 관람객이 증강현실을 체험해보면서 “Wow!” 하며 탄성을 자아내는 모습에 역시 ‘자연을 실로 경험해보는 누구나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위를 피하는 방법

<여름날의 생활상><담뱃대><엘리자베스 키스, 장기 두기><바둑판>

옛적의 여름날 생활모습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모시옷 그리고 기다란 담뱃대 등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둑과 장기였는데요. 엘리자베스 키스라는 서양 작가가 그린 ‘장기 두기’라는 작품을 통해서 친구와 오랜 시간을 두고 장기를 두면서 세상사를 잠시 잊고 열중하는 모습‘내려놓음’이라는 단어를 생각나게 했습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이렇게 바둑과 장기 두기를 통해 쉼을 누렸다면, ‘현대에는 많은 이들이 어떻게 쉬고 있나?’ 하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조금이라도 쉴 여유가 생기면 스마트폰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을 하거나 만나서 이야기하고, 홀로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는 것현대의 쉼의 모습인데요. 건강한 쉼의 습관을 만들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등등거리 입어보기><등토시><호박저고리 및 모시저고리>

등등거리등토시, 부채여름을 날 때 중요한 물건인데요. 특히 모시옷을 입어도 지나치게 땀이 많이 나서 살에 붙을 때 이를 방지하기 위해 등등거리와 등토시를 착용한다고 하네요. 등나무 줄기로 만든 엮은 것인데 정말 그 당시 삶의 모습에 지혜가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한국 고유의 우아한 선과 모시라는 민속 소재를 접목해 만든 호박 저고리도 한국전통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전달해주었습니다. 

 

‘쉼’ 속으로 들어가 ‘쉼’의 가치 체험하는 시간

<금강산 유람을 위한 노젓기>

이번 전시의 매력관람객이 직접 몸을 움직여 쉼을 체험해보는 것인데요. 금강산 유람이라는 타이틀로, 관람객이 노를 저으면 마치 안개로 어슴푸레하지만, 금강산의 굴곡이 훤히 보이는 고요한 자연 속에 몸을 맡긴 듯한 느낌이 실로 듭니다. 또한, 버튼을 번갈아 누르면서 관서지방의 명승지를 유람하는 것은 자연이 어우러진 경치를 보는 색다른 참여 체험이었습니다.

<대청마루에 앉으면 자연의 소리가!>

대청마루에 앉으면 물소리, 풀벌레 소리, 개구리 소리 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적한 계곡에 와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는데요. 많은 관람객이 저와 같은 마음으로 이를 더 오래 누리고 싶은 마음에 대청마루에 오랜 시간 머물러 계시더라고요.

마지막으로 한여름 밤의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으로 들어서 보았습니다. 죽부인과 함께 편히 몸을 젖힐 수 있는 푹신한 의자에 앉으니 앞으로의 계획과 해야 할 많은 일을 잠시 뒤로 하고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누워서 밤하늘을 보기도 하고, 앞에 나오는 자연풍경이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갈대가 흔들리는 소리, 나무와 바람이 만나는 소리, 막힌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계곡 소리가 다녀오지 못한 휴가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주었습니다.

<3부 공간에서 쉬면서 영상을 볼 수 있는데, 매우 편안하다.>

‘쉼’ 특별전을 찾은 한 여대생은 “이번 전시전은 다른 전시와 다르게 관람객들에게 지식을 알려주려고 하기보다‘쉼’에 함께 참여해서 체험할 수 있게 하여 자연스러운 ‘진짜 쉼’이 가능했다. 정말로 전시실의 한 공간에서 누워서 자연을 감상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웠다.”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많은 분이 언제, 어떤 방법으로 쉬어야 할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일의 능률성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관계가 있다는 것은 밝혀진 사실이지요. 이것을 많은 기업에서도 활용해서 재충전 후의 업무 효율성을 기대하기도 한답니다. 이번 기회에 ‘쉼’ 특별전을 통해서 진정 ‘쉼’을 경험하고 자신만의 쉼의 방식을 설계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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