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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를 통해 살펴보는 인쇄의 역사 본문
세계 최초 금속활자로 찍어낸 우리의 책
유명한 미국의 잡지인 ‘라이프’ 지에서 지난 1천 년 동안 있었던 사건 중에서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100대 사건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1위는 무엇인가요? ‘라이프’에서 발표한 1위는 석유의 발견도 아니고 진화론도 아니었으며 에디슨의 전구 발명도, 컴퓨터의 개발도 아닌 구텐베르크의 성경 인쇄였습니다.
왜 구텐베르크의 성경 인쇄를 1위로 선정하였을까요? 그 이유는 당시 유럽을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1400년대에 책이란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쓴 필사 책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평민들은 책을 보기도 힘든 사회였고 일부 지역은 아예 책을 찾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독일의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금속 활자를 연구하기 시작하였고 1450년에 최초로 고딕 활자를 사용하여 42행의 라틴어 성서인 <구텐베르크 성경>을 인쇄하였습니다. 그 이후 책은 대량생산되기 시작하였고 유럽 전역에 평민들까지 성경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라이프’ 지에서는 인류의 문명 선진화에 가장 큰 디딤돌은 구텐베르크의 활자라 뽑았죠. 2001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고 사람들은 구텐베르크 활자를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본이라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구텐베르크 성경보다 78년이나 앞선 1377년 금속활자에 인쇄된 책이 발표되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 사람들은 놀랐습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이 인쇄됐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직지심체요절」이 바로 그것입니다.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고인쇄박물관으로 같이 떠나볼까요?
직지와 흥덕사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처음으로 접하는 곳은 직지와 흥덕사실입니다. 이 곳은 직지와 흥덕사를 주로 설명하며 직지 관련 유물과 흥덕사에서 출토된 유물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주로 직지에 관해서 살펴보았답니다. 자세히 알아볼까요?
청주 흥덕사에서 1377년에 금속활자로 간행한 책의 이름은 「백운화상초록북조직지심체요절」입니다. 이 책의 이름을 줄여서 「불조직지심체요절」, 「직지심체요절」, 「직지심체」, 「직지」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는 흔히 ‘직지’라고 부르죠! 불교에서 ‘경(經)’은 불교경전을 뜻합니다. 직지는 엄밀한 의미에서 불경이 아니므로 「직지심경」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합니다. 「직지」는 상·하 2권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흥덕사에서 간행된 금속활자본은 현재 상권은 전하지 않고 하권 1책(총 38장)만이 프랑스 국립 도서관 동양문헌실에 전하고 있습니다.
직지는 왜 프랑스 국립도서관으로 가게 되었을까요?
1886년 한불수호통상조약이 체약된 후 초대 주한 대리공사로 부임한 꼴랭 드 쁠랑사가 우리나라에 근무하면서 고서 및 각종 문화재를 수집하였는데, 그 속에 「직지」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쁠랑시가 우리나라에서 수집해간 대부분의 고서는 모교인 동양어학교에 기증이 되었는데요. 그러나 금속활자본 「직지」는 앙리 베베르가 180프랑에 구매하여 소장하고 있다가, 1950년경에 그의 유언에 따라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되었습니다.
직지는 어떻게 발견이 되었을까요?
「직지」는 1901년 모리스 꾸랑이 저술한 「조선서지」보유판에 수록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실물과 내용은 확인이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972년 “세계 도서의 해”를 기념하기 위한 ‘책’ 전시회에 출품됨으로써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직지」의 간행 장소인 청주 흥덕사도 1985년 청주대학교박물관에 의해 발굴됨으로써 오늘날의 청주 흥덕구 운천동 866번지임이 확인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직지에는 어떤 내용이 쓰여있을까요?
직지는 석옥선사가 전해준 「불조직지심체요절」에 「선문염송」과 「치문경훈」등에서 그 내용을 보완하고 과거 7불과 인도28조사, 중국 110 선사 등 145가의 법어를 가려 뽑아 107 편에 이르는 송·찬·가·명·서·법어·문답 등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선사로는 유일하게 신라 대령선사가 하권에 수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직지」의 중심 주세는 <직지심체>로 <직지인심 견성성불>이라는 선종의 불도를 깨닫는 명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참선을 통하여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볼 때, 그 마음의 본성이 곧 부처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직지를 간행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직지」를 1377년에 청주 목 밖에 있는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하여 배포한 이는 연화문인 석찬, 달잠, 시주 비구니 묘덕이라는 간행 기록이 있습니다. 석찬은 「백운화상어록」상·하권을 모아서 기록한 백운화상의 수행비서격인 시자였습니다. 특히 비구니 묘덕은 흥덕사 금속활자본과 취암사 목판본의 「직지」간행에 모두 관여한 인물입니다. 석찬과 달잠은 모두 백운화상의 제자로서 스승의 가르침을 세상에 널리 펴기 위해 묘덕의 시주를 받아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직지」를 간행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직지」는 최소한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는 78년, 중국의 「춘추번로」보다는 145년이나 빨리 금속활자로 찍어낸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 세계기록유산으로서의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청주시, 청주고인쇄박물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유네스코 충청북도협회 등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2001년 9월, 「직지」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직지 금속 활자 공방
직지와 흥덕사실을 지나오면 직지금속활자공방이라하여, 직지의 금속활자 인쇄과정을 9단계로 나누어 애니메이션으로 연출되어 훨씬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각 단계로 이동하면 자동으로 인형들이 움직이면서 각 단계의 금속활자 제작 과정을 설명합니다. 갑자기 인형이 움직이니 놀라지 마시고 보시길 바라요. 다 같이 감상해볼까요?
인쇄문화실
활자공방을 나오면 인쇄문화실이 있습니다. 인쇄문화실은 신라시대의 인쇄문화, 고려시대의 인쇄문화 그리고 조선시대의 인쇄문화가 설명 및 전시되어 있습니다. 저는 고려시대의 인쇄문화와 특히 조선시대의 인쇄문화에 집중해서 관람하였습니다. 함께 가보실까요?
고려시대 금속활자 기원에 대하여 여러 설이 있으나 13세기 초에 시작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것은 고려 후기로 접어들어 잇달아 일어난 무신난이 수습되기 시작한 것이 13세기 초였고 강화로 천도한 1239년에 동요하는 민심을 수습하는데 필요한 책으로 기왕에 금속활자로 찍은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그대로 뒤집어 새겨냈는데 그것이 오늘에 전해져 실증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제가 찍은 사진이 바로 남명천화상송증도가와 동국이상국집입니다. 동국이상국집은 이규보가 1234-1241 년 사이에 지은 것으로, 여기에는 「상정예문」 28부를 금속활자로 인쇄했다는 기록이 실려있다고 합니다.
다음 그림은 조선시대의 인쇄소의 모습을 나타낸 것입니다.
활판인쇄를 하기 위하여 나무에 새겨 만든 활자를 목활자라고 합니다. 이러한 목활자 인쇄가 언제부터 이루어졌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현존하는 자료에 의하면 1395년에 백주지사 서찬이 나무활자를 만들어 서적원에 바쳐 찍어낸 대명율직해가 오래된 것으로 손꼽힙니다.
월인천강지곡은 세종이 소헌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석가 세존의 일대기를 엮어 국역케 한 「석보상절」을 친히 보시고 문득 읊으신 국한문 찬불가인「월인천강지곡」의 한글을 찍기 위하여 최초로 한글 활자를 주조하였다고 합니다. 이것이 '초주갑인자'와 함께 사용되어'초주갑인자 병용한글자'라 일컫고 있습니다.
동서양 인쇄문화 전시실
인쇄 문화실을 탐험하였다면 이제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의 인쇄문화도 궁금하지 않나요? 그 다음 관림실은 동서양의 인쇄 문화 전시실입니다!
백만탑다라니
일본의 창덕여왕은 백만 개의 작은 목제 탑안에 봉안할 백만 개 다라니의 인쇄를 명하였고. 그것이 770년경에 완성되어 탑과 다라니를 각 사찰에 나누어주었다고 합니다.. 이 다라니는 근본, 자심, 상륜, 육도의 4종판을 장단 2종으로 구분하여 나무판 조각에 새겨 먹물을 칠한 다음, 스탬프 찍듯이 날인식으로 박아낸 것이라고 하네요.
금강반야바라밀경
중국 왕개가 부모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868년에 목판으로 간행하였습니다. 1907년 중국 동황에서 스테인경이 발견해 현재 영국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서양의 인쇄문화는 직지와 비교한 구텐베르크의 작업을 보았습니다.
구텐베르그 42행 성서는 인쇄술의 최고 걸작으로 통합니다. 구텐베르크는 이 성서의 인쇄를 위해 290개의 서로 다른 자모를 만들었고, 삽화로 그려진 머리글자(장식글자)와 부호들은 뒤에 채색공이나 적색문자 식자공들이 삽입해 넣었습니다.
동서양 인쇄 문화 전시실을 지나오면 현대와 미래에 대한 전시실이 나옵니다. 주로 근현대 인쇄기기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한번 보실까요?
활판인쇄기
활자로 조판을 하여 인쇄를 하는 인쇄기입니다. 볼록판 등이 발명된 후로는 글자가 많은 서적 신문 잡지 등을 인쇄하는데 주로 이용되었으나, 오프셋 인쇄기가 개발되고부터는 활용도가 감소되었다고 합니다.
체험실
고인쇄박물관 안에는 금속활자를 인쇄해볼 수 있는 체험실도 있습니다. 한지는 구입을 따로 하셔야합니다!
고인쇄박물관을 다녀온 후 느낀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배움에 대한 열정입니다. 가르침은 스승에게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스승을 통해 배울 수 없었던 과거에는 책을 통해 대부분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책을 통해 배우기 위해서는 책을 싸고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했죠. 그래서 책의 필요성 즉 배움에 대한 열정이 인쇄술을 발달시키고,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로 찍어낸 책을 만들었습니다. 정말 과거 조상들의 학구열을 다시 한 번 느껴볼 기회였습니다.
두 번째는 세계의 인쇄술입니다. 고인쇄박물관은 전 세계 나라의 인쇄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인간이 발전하는 모습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비록 인쇄술에 한정되어 있긴 하지만, 이 작은 것을 통해 위대한 것을 이루는 것을 보고는 과거의 목판 인쇄부터 현재 인쇄기까지의 역사를 다시 한번 그려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글자를 인쇄하고, 책을 구매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습니다. 하나하나 오차를 겪고 수많은 실패를 통해 계속 발전하는 모습이 현재 방에 꽂혀있는 책이라는 사실에 감사의 마음도 듭니다.
고인쇄박물관을 다녀오고나니 항상 눈에 보이던 책이 새삼 값지게 느껴졌습니다. 9월은 독서의 계절인 만큼 조상들의 지혜가 쌓여 만들어진 책을 통해 감사의 마음으로 마음의 양식을 쌓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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