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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맹정음을 아십니까?

대한민국 교육부 2013. 11. 4. 11:00

'점자'가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문자라는 것은 아시죠? 직접 점자책을 보지는 못했더라도 대부분 점자에 대한 약간의 상식은 가지고 있을 거예요.

 

저는 작년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점자에 대한 관심을 두게 되었는데요, 나라에서 어떤 연구소에 맡겨서 만든 것이 아니라 송암 박두성 선생님의 열정과 희생으로 한글 점자가 탄생했다는 것을 알고 정말 놀랐습니다. 점자로 된 훈민정음이 바로 훈맹정음이랍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들어 주었듯이 박두성 선생님은 훈맹정음을 만들어 시각장애인들이 의사소통하도록 해주었습니다.

↑송암 박두성 기념관

의사소통의 수단뿐만 아니라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도구로서 문자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점자. 한글 점자를 만든 박두성 선생님은 어떤 분이며 어떤 과정을 거쳐 한글 점자가 만들어졌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시각장애인의 빛, '훈맹정음'을 만나기 위해 인천의 송암 박두성 기념관을 찾았습니다.

 

◆ 한글 점자 '훈맹정음'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점자지면이 볼록 튀어나오게 점을 찍어 손가락 끝의 촉각으로 읽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점의 개수보다는 점의 배열이나 특이한 모양이 점자를 구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합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점자는 6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것인데요, 1829년 프랑스의 루이 브레이유가 개발했습니다.

↑송암 선생님의 노트↑6점으로 표현되는 점자

우리나라의 한글 점자 훈맹정음은 역시 세로로 3개, 가로로 2개인 6개의 점이 모여 한 칸이 되는 구조이고, 한글의 원리와 같이 초성, 중성, 종성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6개의 점 중에 어떤 점을 돌출시키는지에 따라 63개의 각각 다른 점형이 생기게 되고 이 점형에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김'이라는 글자를 점자로 쓰려면 'ㄱ, ㅣ, ㅁ'로 풀어써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일반 책을 점자책으로 만들면 몇 배로 부피가 늘어나게 됩니다.  

↑점자 타자기

점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으며 쓸 때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는데요, 한글 점자 외에 수학, 과학, 음악, 외국어, 특수 문장부호까지 점자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 송암 박두성 선생님과 훈맹정음


우리나라 시각장애인의 등불이라 할 수 있는 한글 점자 '훈맹정음'이 탄생하기까지에는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의 지배를 받으며 최소한의 인격도 보장받지 못했던 시기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글 점자를 만드셨다니, 보통 사람이면 상상도 못 할 일이죠.

↑박두성 선생님 흉상

박두성 선생님은 일본이 조선인 유화정책의 하나로 설립조선 총독부 제생원(일본강점기에 고아와 장애인 교육을 담당하던 기관) 교사로 발령받으면서 맹 교육과 인연을 맺게 됩니다. 당시 제생원의 맹인 아이들은 앞이 안 보인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버림받고 손가락질당하는 삶을 살고 있었는데요, 송암 선생님은 이 아이들이 먹고살 수 있도록 침술과 안마 등 직업교육에 힘썼습니다. 기본 자료인 점자 교과서의 필요성을 느낀 그는 일본에서 점자인쇄기를 들여와 일어 점자 교과서를 출판합니다. 하지만 우리말도 힘든 시각장애인에게 일본어 점자 교과서는 또 하나의 높은 벽이었고 한글 점자의 필요성을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되죠.

↑맹사일지(盲事日誌)

조선어를 없애려는 일제의 탄압 아래 '조선어 점자연구회'를 설립한 박두성 선생님은 비밀리에 한글 점자를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6년 7개월의 노력 끝에 1926년 11월 4일에 시각장애인의 훈민정음인 '훈맹정음'을 반포하게 됩니다. 

↑ 송암 선생님의 저서

시각장애인의 생활교육뿐만 아니라 명심보감, 천자문, 이솝우화, 뉴스 등 수많은 읽을거리를 점자로 번역하는 데 힘을 쏟았으며, '3·1운동', '참으로 통일하자' 등의 점자책을 직접 집필하기도 했습니다.

 

◆ 교과서에도 훈맹정음이?


초등학교 4학년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가 전시되어 있어 펼쳐보니 훈맹정음과 박두성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었습니다. 저는 예전에 배운 적이 없는데 아마도 교과서가 바뀌었나 봅니다.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에는 박두성 선생님이 한글 점자를 만든 까닭과 훈맹정음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가르치고 있었어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그림이 있어 이해가 더 쉬워 보였답니다.

↑초등학교 4학년 국어교과서↑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

중학교 교과서에도 비슷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더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있었고, 박두성 선생님이 하신 말씀도 대화체로 나와 있어서 시각장애인 교육에 대한 그분의 열정과 희생정신을 더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 가까이 다가가는 시각장애체험


전시장의 유품과 자료를 보며 훈맹정음에 대해 배우고 송암 선생님의 애맹정신을 기리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하지만 정말 대단하다는 감탄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시각장애체험을 통해 점자와 시각장애인에 한걸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면 더 의미가 있겠죠? 기념관에는 방문자를 위한 담당 선생님의 설명과 함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답니다.

↑기념관 설명

기념관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는 안대를 착용하는 시각장애인 체험으로 감각 촉각체험 및 저시력체험, 흰 지팡이를 이용한 보행체험, 시각장애탁구체험, 골볼체험, 미니 축구체험이 있습니다. 또, 한글 점자를 직접 배워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어요.

↑감각 촉각체험↑흰 지팡이 체험

학교에서 기념관으로 교육을 신청하면 방문 체험교육도 가합니다. 인천지역 내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하며 송암 박두성 소개 및 한글 점자교육, 한글 점자체험을 진행합니다. 매년 음력 3월 16일에는 송암 선생님의 탄생일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다고 합니다.

↑학교복지교육↑점자교육

◆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외면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장애인 시설을 찾는 학생들조차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배려가 부족한 경우를 종종 봅니다.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우리가 진정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살아가는지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먼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시각장애인 생활 용구

산과 들로 가을 체험학습을 떠나는 것도 좋지만 송암 박두성 기념관을 찾아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편견 없는 마음을 가지는 계기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훈맹정음의 창제 과정과 구조, 원리를 이해하고 점자를 체험하면서 시각장애인과 더 가까워지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기념관에서 송암 박두성 선생님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시각장애인 교육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신 숭고한 정신을 느껴보세요.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또한, 차별 없는 따뜻한 사회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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