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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부모의 지혜 나눔

잘 놀아야 잘 큰다, 같이 놀자

대한민국 교육부 2013. 11. 21. 11:00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하루 24시간스포츠에 29분, 독서에 8분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토요휴업일이 전면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말을 유용하게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휴일에도 쉬지 못하거나 맞벌이로 지친 학부모휴일에는 집안 대소사와 밀린 업무로 자녀들과 놀아주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나마 유치원 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동참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서 시간을 내어 보지만 초등학생, 더구나 고학년이 되면 '알아서 하겠지.' 미뤄버립니다. 학부모 학교 참여? 그건 우수한 학생의 학부모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학부모가 하는 일이라고 외면합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진주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 진주초등학교에서는 이런 학부모를 위해 지난 10월 26일 토요일 학부모와 함께하는 스포츠교실을 열었습니다. 한때 한 반 70명, 학년별로 18학급에 이르던 학교가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지금은 전교생이 340명에 불과합니다. 많은 학부모가 중앙시장에서 장사하셔서 주말에도 시간을 내기 어렵고, 사회적배려대상자도 많아서 학부모 학교참여 독려가 절실하다고 합니다.

학교 평생교육 담당 선생님께서 제게 학부모 리더로서 학부모 학교 참여 연수를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2학기 교육설명회에 할까, 따로 학부모 초청일을 잡을까 하다가 딱딱한 강의 형식이 될 수밖에 없는 대규모 행사 일은 피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학부모와 함께하는 스포츠교실' 날에 하자고 결정했습니다. 교육정책 모니터단 하면서 들른 적이 있어서 낯설지 않았고, 어떤 주제와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지 여름방학 때부터 의논했습니다. 같은 학부모의 입장에서 학부모 학교참여란 이런 것이고 저는 이렇게 하고 있다고 이야기 나누는 형식이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고 흔쾌히 허락해 주셨습니다.

 

날씨도 화창한 가을날, 사랑하는 자녀를 위해 반나절 장사를 접었다며 학부모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교실 뒤편에 전시해 둔 아이들의 작품도 보고, 책상에도 앉아 봅니다. 출산장려 덕분인가요. 같은 1학년 학부모인데 30대 초반에서 50대 중반까지 연령대가 다양합니다. 30대 학부모는 초보여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고, 50대는 세대 차이가 나서 많이 달라진 학교 환경에 당황스럽다고 합니다. 간단하게 김밥 도시락을 먹고 교실에 모였습니다.

저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학부모 학교참여란 무엇이며 필요성, 그럼에도 학교 참여가 어려운 환경적, 심리적 요인에 대해 진솔하게 얘기했습니다. 나는 어떤 학부모 유형일까 알아보고, 학부모 학교참여 활동의 여러 형태,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활동을 소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학부모 학교참여는 권리이자, 의무이다. 잘난 자식만 내 자식이 아니고,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야 내 아이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참 못난 우리 아이들을 예로 들면서 내가 하는 일은 함께 놀아주는 것이라고, 다행스럽게도 내 정신연령도 10대 수준이라 차이를 못 느낀다고 했더니 모두 웃으셨습니다. 내 아이가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되는 게 소망인 아주 소박한 보통 아줌마임을 밝혔습니다. 일정상 30분이 채 안 되는 강의를 마치고 운동장으로 향했습니다.

준비 운동-오랜만에 해 보는 국민 체조 새롭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인사와 준비운동을 하고 첫 경기피구였습니다.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누었습니다. 저학년 학부모는 아이들이 다칠까 공을 깔아서 던졌습니다. 던질 수은 없지만, 우리 편의 방패가 되어 주는 슈퍼맨이 있어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습니다. 고학년은 형, 누나의 활약으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벌어졌습니다. 동심으로 돌아가 학부모도 신이 났습니다. 자신에게 패스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며 서운해서 주저앉는 저학년 학생도 있었습니다. 이긴 팀은 우렁차게 만세를 불렀습니다.

피구-행여 아이들이 다칠까 부드러운 공임에도 슛을 하다 말고 힘을 조금 뺍니다.

슈퍼맨 뒤에 숨어라-슈퍼맨은 공격은 할 수 없지만 날아오는 공을 막아 줍니다.

피구로 지친 저학년은 가족과 함께 공 던지기, 원반던지기와 투호 놀이를 했습니다.

장애물 이어달리기도 했습니다.

아까 교실 강의에서 못다 한 이야기가 많은 학부모는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았습니다. 아이를 위해 휴직 중인데 잘하고 있는 건지 걱정된다는 엄마, 고학년이 되니 학습량이 많아져 사교육을 시키다 보니 비용 부담 때문에 일을 하고 있는데 중, 고등학생이 되었을 대 어떻게 할지 고민인 분, 늦은 밤 귀가하면 자기 바빠 대화할 시간도 없다며 걱정하는 분, 도대체 잘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싫은 것도 없다는 무기력한 자녀 때문에 같이 우울하다는 분 등 저마다의 고충을 풀어놓았습니다. 녹록지 않은 삶을 산 덕에 쉽게 공감이 되었고, 정답은 아닐지 모르지만 이렇게 해보면 어떻겠냐고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놀라운 시간이었습니다. '정녕 내가 이런 말을 할 수준이 되는 건가?'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고맙게도 잘 들어 주셨고, 심지어 나중에 연락해도 되느냐고 하셔서 교육부 블로그 기자단 명함을 요긴하게 썼습니다. 

'와~!'하는 함성에 달려가 보니 축구 경기를 하려는 모양입니다. 늦둥이 덕에 50대 중반에도 힘이 난다는 1학년 아버지가 고학년 위주로 하는 축구에 참가하시겠다고 합니다. 체육 활동을 좋아하는 다른 엄마도 질세라 끼워달라고 합니다. 진풍경입니다. 큰 비치볼 하나와 작은 공을 함께 사용했습니다. 큰 공은 3점, 작은 공은 1점입니다. 저학년은 공굴리기하듯 주로 큰공을 따라가고, 고학년은 멋진 드리블 실력을 뽐내며 작은 공을 찹니다. 골이 터질 때마다 흥겨워서 어깨춤이 절로 납니다.

마지막으로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줄다리기했습니다. 남녀 성비와 성인, 어린이 비율이 맞지 않아 학교에 놀러 온 형, 누나의 친구들까지 다 함께 참여했습니다. 저도 어찌나 큰소리로 응원했던지 목이 다 쉬었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아이들과 좀 더 시간을 내어 놀아주겠다고 약속하는 모습에 흐뭇했습니다. 저도 올가을 밤낮이 바뀐 근무 시간으로 소홀했던 것 같아 반성했습니다. 잘 놀아야 잘 큽니다. 학원 하나 더 보내기 위해 일하는 시간을 늘리는 대신 안 보내고 늘어난 여가를 함께 해 주자는 생각으로 저도 일을 포기했습니다. 남들 생각에는 돈도 안 되는 일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런 엄마를 더 자랑스러워 하는 아이들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학부모 학교 참여 활동을 통해서 아이의 학교생활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여전히 방관형 학부모이긴 합니다만 알면서 지켜보는 것과 몰라서 외면하거나 일방적 지시를 하는 것과는 천양지차입니다. 학부모들은 다음번에 꼭 이웃과 함께 오자고 약속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잘 놀고 잘 큽니다. 가끔 저도 불안합니다. 그때마다 더 씩씩하게 엄마가 옆에 있어서 좋다고 말해 주니 믿으렵니다. 정확하게 직함이 뭐냐고 묻는 학부모님께 대답했습니다. 대한민국 보통인 삼 남매의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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