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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은 어떤 집을 짓고 살았을까? 본문
날씨가 꽤 춥죠? 한파주의보까지 내린 날에는 온몸이 꽁꽁 얼었다가 따뜻한 집으로 들어오는 순간 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방에 누워 피곤을 풀고 있는데 문득 '옛날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집을 따뜻하게 만들고 살았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여러분도 그런 생각 해본 적 있을 거예요.
우리가 생활하는 집과 땅에 대한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들으러 제가 향한 곳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토지주택박물관입니다. 토지대장, 토지주택거래문서, 고지도와 지적도 등 토지와 건축에 관한 약 5만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토지주택박물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전문박물관입니다. 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성곽을 쌓고, 편안한 생활을 누리기 위한 집을 짓는 토목건축기술은 국가의 기반이라고 둘 만큼 중요한 기술입니다. 토지주택박물관에는 '토목건축기술의 역사'라는 주제의 전시로 우리 조상의 뛰어난 토목건축기술과 그와 함께 살아온 삶을 보여줍니다.
우리 조상들은 어떤 집을 짓고 살았는지 유물도 보고 역사 공부도 하면서 그 궁금증을 함께 풀어볼까요?
◆ 땅, 집과 함께한 역사가 한눈에
토지주택박물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옥 1층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ㄷ'자 모양의 동선을 따라 관람하게 되어있는데요, 시대별로 우리의 우수한 토목기술과 건축기술을 발굴하고 보여주는 다양한 전시물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경주에서 출토된 보상화문 벽돌. 이 벽돌 하나에 새겨진 정교한 문양은 통일신라의 발달한 생활 수준을 짐작하게 해줍니다. 구석기·신석기· 청동기 시대별로 유물과 함께 당시의 생활상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어린아이들도 쉽게 이해하도록 전시한 아이디어도 돋보였습니다.
벽돌과 기와를 이렇게 한곳에 모아놓으니 독특한 문양과 형태로 시대별 특징이 확실히 구별됩니다. 기와는 우리 건축의 혁신적인 지붕 재료로 시간이 흐르면서 함께 발전해왔는데요, 통일신라 시대는 화려함을 추구하였으나 조선 시대로 오면서 실용성이 강조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체험학습으로 유적지를 다니면서 성곽도 몇 번 봤지만, 그냥 만들어진 목적이나 시대적 배경만 듣고 자세히 보지 않았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고구려 성벽과 신라 성벽의 돌을 비교해보니 비슷한 시대에도 건축 기술이나 기법의 차이가 크게 나더라고요. 왼쪽이 고구려, 오른쪽이 신라의 돌인데 전혀 다르죠? 박물관에는 당시의 성곽축조기술에 대한 설명도 되어있는데 견고한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 적용된 과학의 원리와 기술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전통 가옥난방 방식인 온돌은 움집 안에서 불을 피우던 선사시대를 지나 고대의 외줄고래, 두줄고래를 거쳐 현대의 온돌까지 꾸준히 발전해왔습니다. 고대시대부터 온돌 방식이 사용되었다는 것이 놀랍죠? 저는 히터로 공기를 덥혀주는 방식보다는 이렇게 바닥을 데워 난방하는 것이 더 좋은데요, 외국 교포분들도 겨울이 되면 뜨끈뜨끈한 온돌방을 그리워한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리 서양식의 집이 많이 지어진다 해도 우리의 우수한 전통 온돌 방식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 같아요.
◆ 귀한 유물과 자료가 가득!
전시관에는 토지와 주택에 관한 문서 자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려면 한나절 이상은 봐야 할 정도였어요. 민간에서 제작된 건축일기를 통해 당시 주택 건축 과정을 자세히 알 수 있고 조감도를 통해 주택건축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토지측량을 위한 수학책도 눈길을 끌었는데요, 그 옛날에도 이렇게 다양한 면적산출 계산법을 사용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풍수지리는 지금도 우리 일상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듯이 우리 조상들이 집을 지을 때는 풍수지리를 더 엄격하게 따졌을 거라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인지 풍수지리와 관련된 책도 많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팔각형으로 된 세 장의 종이를 돌리면서 길일(吉日)과 길지(吉地)를 택하는 신기한 책도 있더라고요.
'지도'하면 '대동여지도'를 가장 많이 떠올리죠? 위치와 거리 정보가 풍부했던 조선 시대에는 각종 지도 제작이 활발히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당시의 지도를 보면 지명이나 산줄기, 하천, 건물 등이 굉장히 정교하게 표시되어 있는데요, 대량 인쇄를 위해 하나하나 조각칼로 목판에 새겨넣었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소매에 넣고 다녔다는 휴대용 소형 지도도 볼 수 있었어요.
토지주택박물관에는 귀한 유물이 많지만, 특히 이 고려 시대 '청동9층탑'은 더 특별한 전시품입니다. 고려 시대에는 청동 탑을 만들어 사찰에 봉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부분 30cm 이하의 소형이지만 토지주택박물관의 청동 탑은 높이 1m 정도의 대형 탑인데다가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이 되어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더 크다고 합니다.
광복 후 우리 삶을 가까이 비춰주는 전시물도 흥미로웠습니다. 독립이라는 기쁨도 잠시, 한국전쟁으로 인해 전국이 초토화되는 시련을 겪었지만 50년 만에 다시 우뚝 일어서는 과정을 각종 도표, 벽보, 포스터, 유물과 모형 등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경제부흥만이 국민의 살길이다.'이라고 쓰여있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도표'를 보니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가 어떤 각오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내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 박물관에 대학이 있다고?
토지주택박물관에서 전시만 하느냐고요? 아니에요. 지역 문화 활성화와 지역주민의 평생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토지주택박물관 대학'을 운영하고 있답니다. 일 년에 두 번 모집하며 '전통문화과정', '세계문화과정', '다도과정', '고문서연구 과정', '해외문화유산 답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접수는 홈페이지로 받는데 인기 있는 과정은 10~20분 만에 접수가 마감된다고 합니다.
일반 여행 상품으로는 갈 수 없는 '해외문화유산 답사', '고문서연구' 과정은 저도 참가하고 싶은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저 같은 고등학생은 수강할 수 없고 2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합니다. 아쉬운 마음은 있었지만 '평생교육'을 지원한다는 면에서 볼 때 아주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 도심 속 체험학습 떠나보자!
찾아보면 우리나라에 생각보다 많은 박물관이 있답니다. 저도 박물관 견학을 좋아해서 외국의 유명한 박물관에도 가보고 국립중앙박물관 같은 큰 규모의 박물관에도 가보았는데요, 토지주택박물관처럼 비교적 작은 규모이지만 어떤 특색있는 주제를 가진 곳이 기억에 더 남는 것 같아요. 물론 규모가 큰 유물 중심의 박물관에는 정말 볼 것도 많고 배울 것도 많지만, 학생들이 체험학습으로 반나절 정도 잠시 관람하는 경우라면 오히려 작은 규모의 박물관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토지주택박물관은 우리의 삶과 떨어질 수 없는 땅과 집을 주제로 역사를 풀어가기 때문에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전문가의 안내와 함께하는 전시 해설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연령대에 맞는 학습지도 준비되어 있어 알찬 관람을 하도록 도와줍니다.
겨울방학을 맞아 가까운 도심 속 이색박물관인 토지주택박물관을 방문해보세요. 찬란한 우리 문화유산을 만들어낸 조상들의 놀라운 토목건축 기술을 역사와 함께 배우는 유익한 시간이 될 거예요. 또한, 우리 국토와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기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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