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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한옥마을 체험 UCC 만들기 본문

~2016년 교육부 이야기/부모의 지혜 나눔

함양 한옥마을 체험 UCC 만들기

대한민국 교육부 2014. 9. 18. 11:00

'한국의 문화유산' UCC 만들기 조별 수행평가
함양 한옥마을 체험 UCC 만들기
UCC I 수행평가 I 보고서 I 조별| 함양 | 한옥마을 | 편집

"엄마, 이번 주 토요일에 별일 없죠?" 뜬금없이 진주제일중학교 3학년인 큰아들이 물어봅니다. 사회 조별 수행평가 사전모임을 우리 집에서 해도 되느냐고 물어봅니다. 속물 엄마는 대뜸 "네가 조장이니?" 아들은 작은 눈을 동그랗게 떠서 되묻습니다. "그게 중요해요?" 아차, 싶었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한국의 문화유산'이란 주제로 UCC를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편하게 누군가 조사하고 찍으면 만든 사람에 이름만 올리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담임이신 사회 선생님께서 특급 조건을 다셨습니다. "모두가 참여했다는 증거로 UCC에 한 명도 빠짐없이 나와야 하며, 제작과정을 보고서로 제출해야 한다. 이 조건을 지키지 않은 결과물은 실격이다."

방과 후에는 다들 학원 가느라 바빠 주말에 모여서 의논하기로 했답니다. 막내와 사춘기 자녀와의 관계개선 캠프에 참가하기로 해서 제가 집에 없는 날입니다. 3개월 동안 제가 공부하는 게 있어서 낮에는 공부, 저녁엔 수업으로 집안이 난장판입니다. 친구들이 흉볼까 봐 걱정입니다. "괜찮아요. 엄마 안 계실 때 벌써 몇 번씩 다녀가서 익숙해요." 이미 집안 살림 잘못하는 엄마로 공개되었나 봅니다.


컴퓨터로 무엇을 주제로 할지 검색하고 있습니다. 진주의 자랑이자 가까운 촉석루, 비단산업, 한식이 물망에 올랐으나 성의 없어 보여서 원거리 취재를 가기로 했습니다. 아들은 한옥을 추천했고 나름 향교, 사찰 등을 다니며 본 것과 시골 할머니 댁 지을 때 설계자인 아빠한테서 들은 지식을 얘기해 줬답니다. 전주 한옥마을, 산청 단성면 남사 예담촌, 경남 고성 한옥마을, 함양 한옥마을을 놓고 비교에 들어갔습니다. 관광지가 되어버린 곳보다 실제 생활하고 있어 집주인과 인터뷰도 가능한 함양 한옥마을로 결정했습니다.

부모님께 태워달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 해보겠다고 시외버스를 타기로 했습니다. 첫차를 탈 예정이었으나 태풍으로 아침에 호우가 쏟아졌습니다. 휴일 늦잠꾸러기가 새벽부터 어떻게 할까? 카톡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오전 10시 반 호우가 멈추고 드디어 출발입니다.


체험관, 카페가 있긴 했지만, 기념품 파는 곳도 입장료를 받는 곳도 없는 평범한 농촌 마을입니다. 집집이 대문은 열려 있어 어디든 밀고 들어가면 됩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경로를 대충 정하긴 했지만 되도록 전통적인 모습을 많이 간직한 집 위주로 촬영하기로 했습니다.


작은 농가입니다. 서로를 찍어주다 보니 뒷모습만 나와서 함께 모여 인증사진을 찍기로 했습니다. 보호자 자격으로 동반한 제가 카메라 담당이 되었습니다.

 

디딜방아에서 역할놀이 들어갑니다.

 

두 아들은 나와서도 티격태격합니다. 머슴과 주인 놀이에 푹 빠졌습니다.

 

정원이 아름다운 집에서 인터뷰도 했습니다. 디지털 잠금장치가 달리고 주방은 최신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외형은 전통 양반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서 취재를 부탁했습니다. 더운 여름인데도 에어컨은 없었습니다. 문만 열면 바람이 잘 통하여 필요 없다고 합니다.


동네 한 바퀴를 다 돌았는데 뭔가 부족한 느낌입니다. 비가 온 다음이라 무척 후덥지근한 날씨였습니다. 가져온 물도 다 마시고 지쳐 있더니 연못을 보더니 생기를 되찾습니다. 우렁이와 우리나라 민물고기가 많습니다. 돌다리 건너뛰기도 하고 물속 생물 찾기 놀이를 합니다.

 

가옥 구조를 좀 더 세세히 살펴보려고 몇몇 집은 다시 들르기로 했습니다. 외형은 거의 전통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지만, 내부 시설은 많이 현대화되어 카메라에 담을 수 없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흙으로 된 벽, 천장 대들보, 방풍 창 등 꼼꼼하게 찍었습니다. 마을 우물이 예전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신기했습니다. 정화수 떠 놓고 비는 곳도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면사무소에 들렀습니다. 휴일인데도 근무하는 분이 몇 계셨고 어린 학생들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 주셨습니다. 물도 마시고 잠시 쉬었다 왔습니다.

식당에서 찍은 사진도 점검하고 배경음악을 뭐로 할지 의논합니다. 식욕이 왕성한 청소년 덕에 저는 주머니가 가벼워졌습니다. 자료를 모아서 한 컴퓨터에 저장하기로 했습니다. 얼마 전 최신형으로 바꾼 우리 집 컴퓨터로 정했습니다. 너무 피곤하여 취재 당일은 쉬기로 했습니다.

다시 모여 편집에 들어갔습니다. 동영상으로 촬영한 것은 편집이 너무 어렵습니다. 모두 요즘 중학생답지 않게 얌전한 스타일이라 특별히 이런 활동을 해 본 친구가 없었습니다. 스스로 컴맹이라고 하는 평범한 친구입니다. 사진을 이용하여 슬라이드 필름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자막을 넣을 줄 몰라 고민합니다. 다행히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이 좋아져서 쉽게 해결했습니다. 막내가 크게 나온 사진은 대거 편집되었습니다. 잔잔한 배경음악을 어떻게 할지 또 의견이 분분합니다. 국악으로 넣고 싶었지만 아는 곡이 별로 없어서 길이와 분위기가 맞지 않습니다. 결국, 팝으로 결정 퓨전의 느낌이 물씬 나는 동영상이 완성되었습니다. USB에 담아서 제출하면 된다는데 이왕 만든 거 유튜브에도 올리라고 제가 제안했습니다. 조회 수 올라갈 때마다 기분이 좋아서 자랑하고 다녔습니다.

 

1학년 때 올림픽을 주제로 UCC를 만들어 보긴 했지만, 학교 운동장, 집 근처 수영장 등에서 촬영했습니다. 이번에는 함께 버스 타고 여행하면서 우정도 돈독해지고 몰랐던 우리나라의 멋진 모습도 보게 되었습니다. 날씨도 무덥고 일정 맞추기가 쉽지 않았지만 함께해서 참 좋았습니다. "우리가 또 언제 이런 여행 해 보겠니? 졸업하기 전에 좋은 추억 되겠다." 수행평가로 시작했지만, 우정 쌓기 여행, 문화탐방 여행이 되었습니다.

 

결과는 상, 중, 하 중에서 중에 머물렀습니다. 설명이 부족했다는 평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다섯 친구는 전 과정을 함께한 뿌듯한 경험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일 때문에 함께하지 못한 다른 엄마를 대신해 지켜보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다음에는 보호자 없이도 잘해낼 자신감이 생겼다고 합니다. 혹시 의견충돌이 격해지거나 낯선 곳에서 곤경에 처할까 봐 걱정했는데 멋진 팀워크를 보여주었습니다.

 

조원 모두 같은 점수를 받게 된다는 것 때문에 성적이 월등한 친구는 꺼리기도 한다는 조별 수행평가. 우리 아이들은 이를 통해 협동을 배우고 우정도 다졌습니다. 만족할 만한 점수는 아니었지만, 함께 얻어낸 성과에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한 단계 성장하는 아들의 뒷모습이 든든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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