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미술 체험 전시 
보고, 체험하고, 느끼는 살아있는 전시, 노모어아트에서
미술사 I 현대사 I 더모어아트 I 부산국제시장 | 제비다방 | 이중섭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 1950년대의 삶을 체험하는 듯, 미술작품들을 관람하는 듯. 그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는 특별한 전시 <NO MORE ART>를 만나고 왔습니다. 더 모어 아트더 이상 예술이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라 과거의 예술형식이나 가치에 대한 작별을 의미하고 있다고 합니다. 즉 고급문화, 대중문화의 경계를 고착시키는 의식이나 시장 중심의 예술에 대한 작별, 그리고 각종 우상화된 예술의 출구들을 소멸시키는 의미를 지닌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해석의 실마리는 한국 근, 현대사에 나타난 찬란하고도 신화적인 시간을 미술사와 연결해 해석해보는 전시입니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옛 기차]


입구에 설치된 옛 기차를 오르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시작됩니다. 한복을 입거나 양장을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하며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거한 환영의 인사를 받은 후 도슨트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가장 먼저 찾아가는 곳은 1950년대 부산 국제시장을 재현해 놓은 가게 앞입니다. 도떼기시장에 머물렀던 시장은 6·25전쟁과 함께 부산항으로 들어온 미국의 원조품이 시장에서 거래되면서 국제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됩니다. 그 옆으로는 세계적인 기업 현대의 모태가 된 현대공업사에서 포니를 시승할 수도 있어 딸아이가 탑승해 보았습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시인 이상이 운영했던 <제비다방>입니다. 근대 예술가, 화가, 시인, 지식인들이 모여 인생과 예술을 나누었던 공간으로 암울한 현실에서도 예술혼을 지키고 낭만과 연대의식을 가졌던 예술인들의 문화적 살롱이었습니다.

[포니에 시승한 딸]

 

마네킹처럼 꼿꼿하게 앉아있는 배우가 앉은 방은 신여성의 대표적 인물인 나혜석의 방입니다. 모든 공간에는 배우들이 그 인물들로 변해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낸 나혜석은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한국 최초의 여성 일본 유학생’, ‘한국 최초의 개인전을 연 여성화가’, ‘한국 최초로 유럽여행을 다녀온 여성’ 등 수많은 한국 최초의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닙니다. 그러나 여성해방운동가로 변한 후 시대를 앞선 그녀의 급진적 사고방식은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결국, 그녀의 사회 활동도 작품 활동도 배척당한 채 행려병자로 떠돌다 홀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방 주위로 그녀가 그린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같은 여성으로서 나혜석의 방을 보니 지금 주어진 많은 자유들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나혜석처럼]


‘조선의 고갱’이라 불리며 한국적인 풍토를 풍부한 색채 감각으로 표현한 이인성, 한국을 대표하는 서민 화가 박수근, ‘소’하면 바로 연결되는 이중섭 등의 작품 공간들에도 그들에 관한 이야기와 그림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소’하면 이중섭, 이중섭 하면 ‘소’가 떠오르기 마련이지만 이중섭은 가족애가 컸던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여러 가지 여건으로 아내와 자식들과 떨어져 살게 되면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그림도 많이 남기게 됩니다. 그가 가족들과 함께 보내며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제주도 시절을 보냈던 좁은 방을 재현한 공간에 올라가 보았습니다. 좁은 공간에 온통 가족에 관련된 그림들을 보고 있자니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얼마나 외롭고 그리웠을지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이중섭의 그림]

 

깜박깜박 화면들이 계속해서 바뀌는 텔레비전으로 만든 집 <IN-FLUX HOUSE>를 통과하면 현대미술 작품들을 만나게 됩니다.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최고의 상인 황금사자상을 받게 한 퍼포먼스 영상, 모차르트 서거 200주년을 맞아 만든 진혼곡 등의 백남준 작품과 함께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하늘 위에 떠 있는 듯한 공간으로 들어가면 김중만 작가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마치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사진들은 한지를 이용해서 인화한 작품들입니다. 미국의 화가인 샘 프랜시스의 작품들도 또 다른 동양화를 연상시킵니다. 여백의 의미를 담은 그의 작품들은 일본 수도승 옷 색깔인 파란색이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대미술답게 동서양을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중만의 사진]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님을 형상화 한 작품, 약에 대해 맹신하듯 언젠가 예술도 믿을 수 있는 하나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담아낸 오브제 등의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백의 장진주를 한문 같아 보이는 영어로 써 내려간 작품은 중국작가 쉬빙의 <The New English Galligrahpy>입니다. 인간이 만들어 낸 문자에 갇혀 사고를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이모티콘을 이용한 일기, 드로잉을 이용한 영상 역시 쉬빙의 사고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모티콘과 함께 현실이 아닌 SNS에 빠져있는 현대인을 보는 것 같아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습니다.

[쉬빙의 작품]

 

볼마커를 이용한 이수미 작가의 작품을 끝으로 전시는 끝이 납니다. 191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자유롭게 관람할 수도 있지만 색다른 전시설명을 들을 수 있는 도슨트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추천합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예술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을 들으며 보니 더욱 흥미롭고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딸아이만이 아니라 나 또한 살아보지 못했던 시대의 사람들의 삶을 잠시나마 체험하면서 하루하루가 새삼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지켜온 예술혼들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수미의 볼마커]

 


근·현대 미술 체험 전시 노 모어 아트전(NO MORE ART) 

- 전시 기간: 2014.07.03 ~ 09.28

- 전시 장소: 더페이지 갤러리(www.thepage-gall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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