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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인성교육의 메카 '이우학교'를 가다

대한민국 교육부 2010. 3. 23. 15:34
졸업식 알몸 뒤풀이에 전 국민이 '아차'했다. 주입식 교육이 낳은 부작용의 단면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TV 개그 프로그램에서 나온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이란 말이 요즘 유행어다. 웃기려고 하는 말이긴 해도 점수경쟁에서 살아남는 아이들만 대접받는 우리 교육 현실에 시사하는 바 크다. 사람됨을 가르치는 교육, 학생들의 창의성과 잠재력 살리기는 가장 절실한 과제의 하나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대안학교인 이우학교에 재학 중인 전한(18) 군은 올해 고3이 되어 대학입시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느긋하다. 일반 중학교를 졸업하고 이 학교 고교과정에 입학한 전 군은 지난 겨울방학 동안 인권, 사회봉사, 복지 관련 서적을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이전부터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전 군은 고2 때 인턴십 교과 수업을 통해 직접 인권활동을 해본 이후 더욱 흥미를 붙여 각종 신문 기사와 잡지, 논문을 탐독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다른 과목 공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인턴십 수업 과제로 2박3일 동안 부산의 한 사회복지원에서 부모가 돌봐줄 형편이 못 돼 맡겨진 아이들을 돌본 적이 있어요. 초등학교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1 더하기 1’을 가르치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사회봉사에 대해 막연하게만 알고 있다가 그 수업을 통해 실상을 잘 알게 됐고, 그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의 어려움도 실감하게 됐어요.”
 

이우학교 학생들이 농촌에서 농사 체험을 하고 있다. 농사 체험은 특성화 교과 정규 과목이다.



   고교 2학년 때 인턴쉽, 일대일 멘터 따라다니며 직업 체험
 

이우학교에는 고교 2학년에 인턴십 과정이 개설돼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의 진로를 개척하는 전(前)단계로, 각 직업군에 대한 현실을 바로 알게 해주자는 취지에서 개설된 과목이다. 이 과목에서 학생들은 기업, 예술, 문화, 스포츠, 정치 분야 등 다양한 직업 세계에서 일하는 현직 직장인들을 ‘멘터’로 만난다. 그것도 1 대 1이다. 학생들은 멘터를 따라다니며 실제로 일도 해보고, 그 직업이 지향하는 가치도 몸소 깨닫게 된다. 

일반 교과목 역시 학생 중심의 토론, 팀 과제, 프로젝트 수행 식으로 진행된다. 문제풀이 방식의 수업은 철저하게 배제한다. 정치·사회 과목을 맡고 있는 이 학교 이수광 교감도 딱딱한 이론을 설명하기보다는 신문 사설이나 사회 이슈를 학생들에게 주고 함께 토론하며 각자의 생각을 자유스럽게 표출하도록 유도해 글을 쓰게끔 한다. 

이 교감은 “자신의 생각에 타인의 생각이 덧붙여질 때 신선한 아이디어가 발현되곤 한다”며 “토론이나 과제 수행 과정에서 친구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세상을 알아가는 방법을 깨닫게 해주는 목적도 있다”고 했다. 

이처럼 일반 중고교와 달리 자율적으로 기본 교과와 특성화 교과(심화, 보충) 및 창의적 재량활동 커리큘럼을 갖춘 ‘도시형 대안학교’는 창의·인성교육의 모범 사례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도시형 대안학교의 교육 방식을 우수 사례로 선정하고 이를 보편화할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성년 의례식을 체험해보는 이우학교 학생들.


교육과학기술부가 이처럼 창의·인성교육에 힘을 기울이는 것은 교육과학기술 부문 선진화를 위한 2010년 정부 정책의 핵심이 ‘창의와 배려’가 조화된 창의·인성 교육이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를 위해 지난 1월 ‘창의·인성 교육 기본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과활동엔 입시 위주, 경쟁 중심의 수업 방식이 배제되고 창의성과 인성 함양을 위한 요소들이 대폭 반영된다. 모든 교과 수업은 사례, 시나리오, 프로젝트, 토론, 협력학습 중심으로 이뤄진다.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 보충수업 시간으로 전락해버린 예체능 교과도 각종 창작활동과 단체 경기 등을 편성해 학생들이 스스로 새롭고 독창적인 능력을 발굴하는 기회의 장으로 활용된다. 

체험활동을 확대한 것도 정부의 창의·인성교육 강화를 위한 주 전략 과제다. 

이우학교 오수은(17·고3) 양은 일반 중학교에서 1년을 다니다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치른 뒤 대안학교에 입학했다. 스스로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말할 만큼 일반 학교의 수업 방식에 불만이 많았고, 거기에서 오는 고민이 극에 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우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학교 커리큘럼을 적극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특히 ‘체험의 여왕’이라 불려도 될 만큼 특성화 교과의 참여도가 높다. 고1 때는 공부하고 싶은 주제를 한 가지 정한 뒤 실제 그 현장을 체험하는 ‘통합기행’이란 과목을 신청해 필리핀의 빈민촌을 견학하고 온 뒤 ‘빈곤과 비정부기구(NGO)’란 보고서를 써냈다. 또 대학생들이 주로 참가하는 유네스코 문화유산 캠프에도 참가해 필리핀의 계단식 논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하며 생태 보고서도 썼다. 학교에선 관심 분야에 교과를 충실히 수행했다고 보고 출석으로 인정해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자신감은 최고조. 학업 능률도 덩달아 올라갔다. 오 양은 이러한 체험수업을 통해 공부의 개념을 다시 정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 지원 시스템' 50개교 시범 운영
 

“‘공부’라기보다는 ‘배움’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배움엔 끝이 없잖아요. 특히 체험을 통해 실패든 성공이든 제 스스로 결과물을 낼 때 많은 깨달음이 있더라고요. 실패를 하더라도 배움을 얻을 수 있잖아요.”

이처럼 왕성하게 창의적인 체험활동을 한 오 양이 장래 희망으로 바라는 직업은 아직 없다. 그러나 오 양은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일반 학생들과는 다른 차원의 꿈을 꾸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우학교에서 볼 수 있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종합 지원 시스템을 다른 학교에도 개통할 방침이다.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각종 자율, 진로, 봉사, 동아리 체험활동 내용을 기록하고 이를 학생생활기록부와 연계해 참고자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 시스템은 올 3월부터 일선 고교 50개교에서 시범 운영될 예정이다. 

또한 중고교 외에도 대학생들의 봉사 리더십 배양을 위해 국내 및 해외 봉사활동을 적극 지원할 방침도 세웠다. 올해 3월부터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의 심사를 통해 선정된 대학생 의료·기술 봉사활동과 봉사 동아리에 필요한 물품구입 및 활동비를 지급한다. 
 
글 | 유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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