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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찌꺼기로 커피숯을 만든다

대한민국 교육부 2016. 11. 1. 21:22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로 인체에도 유해하지 않고 환경오염도 일으키지 않는 숯을 만들어 낸 남자가 있습니다. 3년간 연구개발을 거쳐 오는 10월 ‘커피숯’ 판매를 시작하는 소셜벤처 도시 광부 나용훈 대표(43)의 이야기입니다.








 어릴 적 그가 살았던 곳은 불광천 근처 서울 변두리였습니다. 지금은 상암 월드컵경기장이 들어서 주변 환경이 정비됐지만, 그가 뛰놀던 30여 년 전만 해도 염색공장, 가방공장에서 흘러나온 오·폐수로 격한 냄새가 나고 더러웠습니다. 거기서 뛰어놀았고 모두 당연한 듯 피부병을 달고 살았습니다.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전파사에서 흘러나오는 납땜 냄새가 너무 좋았는데 어른이 돼 뇌를 마비시켜 몽롱한 느낌을 주는 그 냄새가 얼마나 위험한 물질인지 알고 나서는 화가 났습니다. 그때 어느 누구도 납이 몸에 유해하다고 알려주지 않았고 아이들로 하여금 냄새를 맡지 못하게 저지하거나 격리하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사례도, 가습기 살균제로 목숨을 잃은 사례도 그랬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환경문제는 늘 경제논리에 밀려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습니다.

  “만약 회식이든, 가족외식이든 ‘참숯불구이’라는 간판을 내건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은 적이 있다면 99% 몸에 나쁜 유해물질을 함께 먹은 겁니다. 구이용 탄에는 ‘참숯’과 ‘성형탄(成形炭)’이 있는데, 숯가마에서 나무를 태워 만드는 참숯은 가격이 비싸 업소용으로 사용하기 부담스럽고, 이에 비해 대부분의 고깃집에서 사용하는 성형탄에는 페인트나 방부제의 유해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이죠.”








환경 관련 연구소·NPO에서 10년…“생활 속 불편 해결하고파 창업”

 

  고려대에서 토목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석사를 거쳐 박사과정을 수료한 나 대표는 창업하기 전 10여 년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후변화센터에서 일했습니다. 직장생활 중 그가 담당했던 일은 주로 환경 관련 연구나 리서치, 10~20년 뒤 환경변화를 예측하고 그때 필요로 하는 기술들을 미리 연구하는 일이었습니다. 중·장기 프로젝트가 대부분이었고 재미있고 보람도 느꼈지만, 자신의 기질과 더 잘 맞는 일을 찾고 싶었습니다. “생활밀착형 기술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점이 있어도 그냥 참고 사는데 그런 문제들을 개선해 보고 싶었어요. 커피 소비가 늘면서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가 많이 나오는데 환경공학적 측면에서 보면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커피 찌꺼기에 남아 있는 카페인은 미생물에게는 치명적 독성물질인데 이것이 하수도관을 타고 흘러가서 물이든 땅이든 흡수되면 2차 오염을 유발하게 됩니다. 앞으로 커피 소비량은 더 증가할 것이고 커피 찌꺼기도 더 많이 나올 건데 누군가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었죠.”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해 커피숯(커피탄)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창업 아이템으로 다듬어져 2013년 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최하는 소셜벤처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듬해인 2014년 고용노동부 사회적 기업가 육성과정 프로그램에 선정되면서 본격 창업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2015년 2월 개인사업자로 창업했고, 2016년 법인으로 전환해 현재 직원 3명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도시광부의 비즈니스모델은 간단합니다. 커피 찌꺼기에는 탈 수 있는 성분이 있으므로 그것으로 바베큐 연료, 즉 커피숯을 만들어 바베큐를 즐기는 일반 소비자나 고깃집에 판매하는 것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연구개발과 테스트를 거쳐 제품을 양산했고 주변 업소 등에서 피드백을 받아본 뒤 10월 중순에는 정식제품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국내 최초 커피 찌꺼기로 만든 커피숯을 판매하게 되는 거죠.”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로 만든 커피숯 ‘특허만 세계 최다보유’

 

  커피숯의 장점은 콩이 주원료이므로 유해물질이 없다는 점입니다. 방부제나 페인트 성분이 들어간 성형탄에 비하면 가격이 다소 높지만 불을 붙이기 쉽고 연기가 나지 않으며 화력도 좋습니다. 고가의 참숯에 비하면 성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이 저렴합니다. “2009년 아직 우리나라에 사회적 기업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 ‘라이프스트로(LifeStraw)’ 같은 외국사례를 보면서 소셜벤처(Social Venture)를 꿈꿨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소셜벤처의 정의는 다소 왜곡돼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기술자가 가진 기술과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부족함을 엮을 수 있는 것이 소셜벤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광부는 소셜벤처를 지향하며 당연히 수익과 가치 2가지를 모두 추구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커피 찌꺼기가 갖고 있는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해로운 연료에 대한 문제인 만큼 도시광부의 비전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커피 찌꺼기가 나는 지역이면 어디든, 성형탄을 사용하는 나라는 어디든 도시광부의 고객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업 준비단계를 한국에서 시작한 것일 뿐, 생산이나 판로 등 모든 가능성은 중국 등 세계 시장을 향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중국시장을 생산시장으로 보고 있지만, 잠재력으로 보면 소비시장으로서 매력이 큽니다. 양꼬치, 베이징덕 등 구이음식이 많은 중국에서도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있으니 친환경 연료에 대한 인식도 높아질 겁니다.”

 

  가격이 싼 성형탄과 고가의 참숯 사이 커피숯이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만한 포인트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 대표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당연히 신재생에너지라는 카테고리에서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것입니다. 커피숯은 친환경 연료이자 인체 유해성이 가장 낮은 청정한 연료 중 하나입니다. 이미 사람들은 화석연료로 인해 생기는 미세먼지와 옥시 사태 같은 환경사고 등에 노출돼 있고 자신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모른다는 사실에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

 

  지난 3년 동안 기술개발에 매진한 결과 나 대표는 커피로 연료 만드는 특허 7개를 갖게 돼 세계 최다 보유자가 되었습니다. 특허 외에도 출원 8개, 등록 4건, 해외출원 3건, 상표는 6개를 갖고 있습니다. “2013년 아이디어를 낸 이후 연구기간만 3년이 걸렸고 이제야 제품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사업을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아이디어만 갖고 창업을 하는 것은 매우 힘듭니다. 저는 기술을 연구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일은 잘하지만, 창업자는 모든 일을 혼자 다 해야 합니다. 창업자가 잘하는 분야에 에너지를 쏟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텐데 그러기엔 아직 우리 창업 시스템이 아주 아쉽습니다.”









‘내가 잘하는 것’ 알기 위해선 100번 생각보다 1번 행동해야

 

  누군가 사업을 시작하겠다면 말리고 싶다는 나 대표는 창업자가 가져야 할 덕목으로 강한 정신력을 꼽았습니다. ‘내가 이 일을 왜 하지, 누구랑 하지, 어떻게 하지’ 이런 것들을 매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 모든 스타트업의 고민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어려운 것을 왜 하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하나입니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죠. 환경이라는 분야를 선택한 것도 제 선택이었습니다. 고3 때 환경이 미래 유망한 분야가 될 것이라는 기사를 보고 서울 안에서 환경을 공부할 수 있는 대학을 찾아봤어요. 혼자 버스를 타고 토목환경공학과가 있는 고려대를 찾아갔었습니다. 요즘은 청소년들이 대학투어를 많이들 하지만 그 당시엔 흔하지 않았죠. 학교에 가서 교수님과 석·박사 형들도 만나보고 뭘 공부하는지 물어봤습니다.”

 

  20여 년 전 고교시절 학교보다 학과를 먼저 선택한 나 대표는 청소년과 대학생들에게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것을 당부했습니다. 자신이 뭘 잘 하는지 못 하는지만 알아도 인생에서 무엇을 할지 절반은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뭘 잘하는지 모른다는 친구들이 많죠. 저 자신도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몰랐습니다. 잘 하느냐 아니냐를 아는 유일한 방법은 생각이 아니라 행동밖에 없습니다. 생각은 한 번으로 족하고 행동은 100번 이상 해야 잘 하는지 못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 번이 아니라 반복해서 10번, 100번 이상 했을 때 자신이 진짜 그 일을 잘 하는지 알 수 있는 겁니다.”

 

  환경전문가로서 나 대표는 우리 사회가 더는 경제논리를 앞세우며 환경문제를 등한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유해물질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생긴 녹조에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이 들어 있고 미세먼지나 오존으로 인한 환경파괴 역시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최근 들어 미세먼지나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인해 시민들이 환경문제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게 됐습니다. 환경문제는 개인이 절대 바꿀 수 없습니다. 내가 알려고 하지 않으면 누구도 알려주지 않으니까 선택이나 결정하기 힘들어 그저 따르게 될 뿐이죠. 그렇게 되면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게 되고 진실은 묻힙니다. 다행히도 옥시 사태의 경우는 이슈화되고 재조명돼서 조치까지 취해질 수 있었던 사례죠. 정부나 기업이 감추고 있는 정보가 있다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정보공개를 요청하는 등 행동해야 합니다. 제가 행동하는 방식은 창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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