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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작곡가 김형석을 만나다

대한민국 교육부 2016. 11. 9. 20:18









'단식(斷食)'. 30여년 전, 광주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작곡가 김형석씨(49)는 힘들게 옥편에서 이 단어를 찾아냈습니다. 큰 종이에 그림 그리듯 비장하게 써내려 간 두 글자를 방 문 앞에 붙여놓은 그는, 부모에게 '투쟁'을 선포했습니다. 말이 단식이지, 그는 선언 4시간 만에 몰래 월담해 보름달 빵과 우유로 허겁지겁 배를 채우고 나서 집에서는 음식에 손도 안대는 '단식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이렇게 먹는 것을 좋아했던 그가 굳이 단식을 운운하며 부모에게 반항한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음대에 가고 싶었습니다.

  김씨의 희망진로를 반대했던 아버지의 직업은 음악교사였습니다. 심지어 어머니는 김씨에게 최초로 피아노를 가르쳐 준 음악 전공자였습니다. 평탄하게 음악의 길을 걸어왔을 법한 김씨의 진로체험기는 의외로 흥미진진했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성수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가감 없이 진로에 대한 추억담을 들려줬습니다.

 
  "저는 태어나자마자 음악과 함께 한 삶을 살았어요. 부모님 두 분이 음악을 업으로 삼으셨으니 당연한 일이죠. 눈 뜨자마자 피아노 소리를 들었고, 틈틈이 피아노를 친구 삼아 놀았어요. 그런데 중학교 때부터는 부모님이 피아노를 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집에서 피아노를 못 치니 교회에 나가서 열심히 피아노를 쳤죠. 그러다 고3 무렵 겁도 없이 음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음악밖에 생각이 안 났거든요. 겁도 없이 부모님께도 말씀 안 드리고 음대에 원서를 냈다가 그 해에 떨어지고 재수를 시작하면서 '투쟁의 역사'가 시작됐죠."(웃음)

  물론 반항은 싱겁게 끝이 났습니다. 부모님은 아들이 금식을 시작할 때만해도 "이번 기회에 살이나 빼라"며 좋아하시더니, 사흘만에 백기를 드셨습니다. 이렇게 김씨는 재수를 시작하면서 난생 처음 음대에 가기 위한 개인 레슨을 받았습니다.

 
  한양대 음악대학에 들어간 그는 또 한 번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대중음악과 클래식 중 하나를 택해야 했습니다. 당시 음대 분위기는 매우 보수적이라, 전공생은 연습실에서 재즈를 치기만 해도 정학 당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 정도였습니다. 그는 "학교 커리큘럼에는 최대한 성실하려 노력했지만, 동시에 몰래몰래 최대한 내가 만들고 싶은 음악을 듣고, 베끼고, 썼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그는 학과 선배이자 롤모델이었던 고(故) 유재하씨의 음악을 즐겨 들었습니다. 비슷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과 어울리면서 서로의 음악을 평가하고,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대중음악 작곡의 자양분을 키웠습니다.

  이렇게 맺은 음악과의 인연은 30년 간 쭉 이어져 김형석씨를 국내 최고의 작곡가로 만들었습니다. 김광석 '사랑이라는 이유로', 김건모 '첫인상', 나윤권 '나였으면', 박정현 '편지할게요', 박진영 '너의 뒤에서', 변진섭 '그대 내게 다시', 성시경 '내게 오는 길', 신승훈 'I Believe'…. 어떤 작곡가는 한 곡 쓰기도 힘들다는 히트곡이 줄줄이 사탕처럼 쏟아져 나왔습니다.











김씨가 이렇게 선택의 기로에서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항상 '내가 무슨 일을 좋아 하는가'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는 좋아하는 피아노를 찾아 교회로 향했고, 커서는 좋아하는 음악을 공유할 사람들과 어울렸습니다. 그때그때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중·고교생에게 "꿈을 찾기 전 평소 관심사가 무엇인가부터 따져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중·고교생이 꿈이 없는 건 당연해요. 공부 외엔 많은 것이 제한돼 있잖아요. 그래도 어렸을 때 스스로의 취향을 안다는 것은 중요해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걸 알고 싶으면 인터넷 창에 평소 자주 검색했던 단어들을 보면 된대요. 그렇게 관심사를 찾고, 그게 좋다면 그 길을 따라가 보기만 해도 좋을 거예요."


  음악계 진출을 꿈꾸는 학생에게는 "함께 꿈을 나눌 수 있는 동료를 적극적으로 찾으라"고 귀띔했습니다. "모든 문을 딸 수 있는 마스터키를 가진 분이 음악계에선 없어요. 평소 존경하던 음악 선배에게서 직접 레슨을 받는다 해도 반드시 같은 음악을 쓰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 우선은 유명인 대신 좋은 동료를 만날 곳을 찾아보세요. 작곡 관련 인터넷 동호회에 가입해보고, 비슷한 지망생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도 방문해 보세요. 저 역시 비슷한 취미를 가진 친구들을 교회, 대학에서 만나서 꾸준히 서로의 작품에 대해 토론하고 쌍방향으로 소통하면서 꿈을 키웠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유학기제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들에게 "창작은 정답이 없고, 주입식 수업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황산가리를 먹은 백조를 음악으로 표현하면 어떨까요? 전 이런 황당한 질문을 학생들을 가르칠 때 마구 던진답니다. 정답은 없어요. 각자가 만들어 온 과제가 모두 답이죠. 진로를 찾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관심사는 정말 다양하답니다. 선생님은 이에 대한 편견 없이 아이들의 동기를 유발시키는 질문만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역할을 다 하는 거라 생각해요."

 

 

 

 

 

 

[출처]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 VOL.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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