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공식 블로그

농촌으로 '유학 오는' 시대 여는 기숙형고교 본문

교육부 국민서포터즈

농촌으로 '유학 오는' 시대 여는 기숙형고교

대한민국 교육부 2010. 5. 6. 10:51
농촌 학교의 변화가 놀랍다. 떠나는 학생들을 붙잡기 위해 전전긍긍하던 옛날 모습이 아니다. 이제는 농촌 학교만의 경쟁력을 키워 오히려 도시 학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학교 시설은 물론, 교육과정 운영에 이르기까지 도시 학교를 넘어서고 있다. ‘유학 오는 학교’로 거듭나고 있는 대구 포산고등학교(교장 김호경)를 찾아갔다.
 

대구 포산고등학교는 농촌 학교만의 경쟁력을 키워 오히려 도시 학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대구 포산고등학교 2학년 김서영 양(17)의 하루.
 

(오전) 5시 50분 기숙사 기상음악으로 하루 일과 시작. 7시 학교 운동장 3바퀴 뛰기, 아침점오 및 식사. 8시 이불 정리, 학교 등교 준비.

(오후) 6시 30분 학교 하교 후 기숙사 입실. 11시 30분 기숙사 2층 독서실 지정 좌석에서 자율학습. ‘독서토론’ 동아리 모임, 인성교육 프로그램 참여. 12시 점오 후 취침.
 

기숙사 '포산학사'의 독서실에는 기숙사생 전원에 대한 지정 좌석이 마련돼 있다.

김 양이 기숙생활을 시작한 지는 올해로 2년째. 대구시 내 유일한 ‘군’인 달성군으로 고등학교를 진학할 때는 여러 가지 고민도 많았지만 ‘기숙학교’라는 점 때문에 이 학교를 선택했다고 한다. 

“기숙사가 있는 학교를 찾아보고 선택하게 됐는데, 후회하지 않아요. 지금 생활이 즐겁고 재밌어요.” 

한 달에 집에 가는 날은 2번. 금요일 저녁에 나가서 일요일 저녁에 들어온다. 방학을 포함해도 1년에 근 한 달을 제외하고는 학교에서 생활한다.

‘필수품’인 휴대폰도 노트북도 없다. 답답하지는 않을까. 

“처음엔 조금 그랬지만, 지금은 만족해요. 학교에서 하는 재미난 프로그램이 정말 많거든요. 지난 주말에는 검도도 배웠고, 주말에 상영해 주는 영화도 봤어요. 오히려 집에서 생활할 때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하는 걸요.”

대구 포산고등학교 학생 70%는 모두 김 양과 같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사교육 전혀 없는 학교로
 

대구 포산고등학교는 시내에서 차로 1시간 넘게 걸리는 달성군 현풍면에 있는 공립학교다. 대구시내 유일한 ‘군’에 속해 있는 전형적인 농산어촌고로, 한 학년은 3학급, 100여 명이 조금 넘는다. 많지 않은 수지만 이곳은 3~4년 전만 하더라도 정원 확보에 골머리를 앓았다. 조관호 교무부장 교사는 “농촌 지역 자녀들이 교육 여건이나 환경면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학부모가 많았다. 도심으로 이주하면서 학생수가 매년 줄었고, 입학하는 학생들 학력수준은 매우 낮았다.”고 말한다.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지난 2007년 농산어촌우수고로 선정된 이후부터다. 그해 3월 대구광역시 교육청으로부터 자율학교로 지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9월에는 김호경 공모교장이 부임하면서 변화에 시동을 걸었다. 

“농촌지역 주민을 위해 교육걱정 없는 학교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때마침 농산어촌우수고로 선정되면서 학교를 개선시킬 수 있는 예산이 마련됐죠.” 

김 교장은 가장 먼저 학부모들을 만나 교육계획을 설명하고 자녀를 믿고 맡길 것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자율학교 특성을 살려 원어민 강사 영어회화를 10단위로 늘리고, 논술 특강 및 논리학·환경 과목을 신설했다.


자율학교 특성을 살려 수요자 중심의 교육과정도 짜기 시작했다. 원어민 강사 영어회화를 10단위로 늘리고, 논술 특강 및 논리학·환경 과목을 신설했다. 수학·과학 심화교육, 수준별 방과후학교 강좌를 개설해 일반 고교와도 차별화를 꾀했다. 서울 유명강사를 초청해 무료로 강의를 받을 수 있는 시간도 마련했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이 단 한명도 없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물론, 기숙생활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교육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 더 큰 이유다. 이유지 양(고2)은 “학원 갈 필요를 못 느낀다.”“학교에서 내가 필요로 하는 모든 공부를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기숙형고교로 제2 도약
 

기숙사는 1실 6인로 운영되며, 남녀 사감교사 2명이 배치돼 있다.

2008년 8월 기숙형고교로 선정되면서 획기적인 변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시내 학생들도 올 수 있는 교육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24시간 학교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게 됐다. 조관호 교무부장 교사를 중심으로 25명의 모든 교사가 밤잠을 설쳐가며 프로그램 개발에 뛰어들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집에 들어가기 힘든 날이 계속됐다. 김교장은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지금의 결과를 이뤄냈다.”며 “특별한 인센티브도 없이 ‘열정’ 하나로 뭉쳤다.”고 전했다.

명사를 초청해 특강을 열고, 예절 체험의 날도 운영했다. 매년 봉사활동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시티투어, 심성계발 체험학습 프로그램도 주말이면 다양하게 진행했다. 2학년 김영은 양은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게 너무 즐겁고, 친구들과도 더욱 친해진 것 같다.”며 웃는다.

김 교장은 인성교육 프로그램에 특히 심혈을 기울였다. “기숙형 학교가 아이들을 가둬놓고 공부만 시킨다면 기숙학원과 무엇이 다를까요. 공부 잘하는 이기적인 아이들이 아니라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했죠.” 기숙사 운영비는 시교육청에서 지원하고, 프로그램 참가비는 학교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식비를 제외한 비용 부담을 전혀 지지 않는다.

인성교육 프로그램

1. 주말 및 주중 공휴일 체험학습
예절교육 체험학습(예절교육센터 입소), 선생님과 함께 떠나는 ‘봄·가을 독서기행’, 달성습지 생태학교 입교(환경체험 학습), 별밭에서 꿈 찾기(천문대 견학), 기숙형고교 발전 한라산 결의대회, 달성군 유교 불교문화 유적탐방, 사제동행 프로농구경기 관람, 시티투어 체험학습, 비슬산 등반대회(내고장 사랑), 심성계발 체험학습, Posan Vision Project(해외 문화체험), 명화감상

2. 기숙사 공동체 생활 프로그램
▲ 명사초청 특강 ▲ 예절교육 프로그램: 예절칼럼 발행, 교내 3선운동, 포예인 추천, 예절체험수기 공모 대회, 예절체험의 날 운영, 예절강연회, 전통예절교실, ‘부모님의 날’ 운영, 대구가톨릭치매센터 연 10회 일요일 봉사활동 ▲ 건강 및 안전관리 프로그램: 검도(전체 학생), 골프, 테니스, 풋살(간이축구), 헬스, 리더십 프로그램(기숙사 자치활동, 동아리 활동, 기숙사 체육대회, 기숙사 축제 및 오픈하우스 등)



   16:1 경쟁률… 도시 학생 대거 지원
 

학교 시설은 물론 차별화된 교육과정, 교사들의 열정에 이르기까지 도시 학교에 뒤지지 않게 되자, 변화는 바로 나타났다. 2010학년도 대구권지역 특별전형 42명 모집에 504명이 몰려 12: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합격선은 300점 만점에 288점이였다. 중학교 내신이 0.5%인 지원자가 불합격하는 ‘진귀한’ 현상도 일어났다. 일반전형 31명 모집에는 496명이 몰려 16:1의 경쟁률을 보였다. 대구지역 중학교 성적 최상위권 학생이 대거 지원한 것이다. 취재를 간 날에도 교무실에는 학교를 방문하겠다는 학원과 학부모의 문의 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있었다. 불과 3년 만의 일이다.

경쟁률이 높아지다 보니 오히려 현풍면에 있는 아이가 입학할 수 없어서 시내로 나가야 하는 역현상도 일어났다. 그래서 올해는 현풍권 지역 특별전형을 두고 32명을 따로 선발했다. 너무 많은 학생이 몰리다 보니 내년에는 학생 선발 전형도 좀 더 강화할 계획이다. 조 교사는 “내년부터는 국·영·수 성적을 80% 반영하고 선택교과를 2과목 반영해 학생을 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산고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인터넷 강의, 명사특강, 봉사활동 등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내년 100% 완전한 기숙형고교로
 

포산고의 변화는 2008년, 2009년 연속으로 농산어촌우수고 사업성과 평가에서 ‘우수고’로 선정되는 쾌거를 낳았다. 지난해 전국 82개 교 기숙형 고교 가운데 8개 교 모델학교에 선정되기도 했다. 전국에 있는 기숙형 고교와 일반고까지 40여 개 학교가 수시로 학교를 다녀갔고, 운영방법을 배워갔다.

포산고는 내년이면 100% 학생이 기숙생활을 할 수 있는 학교로 거듭난다. 현재 지자체 지원으로 잔디밭도 깔았고, 체육관도 준공을 앞두고 있다. 특히, 포산고가 있는 현풍면 일대에는 2013년 완공을 목표로 720여만㎡ 규모의 대구테크노폴리스도 조성된다. 이곳에는 앞으로 인구 약 8만 명이 상주하게 된다. 김 교장은 “첨단과학기술이 들어온다. 고급인력이 많이 상주하게 될 텐데 교육인프라 구축이 더욱 시급해졌다. 자녀를 데리고 올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글 | 한주희 기자
 교과부 웹진  꿈나래21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