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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시련, 그래도 바다가 희망인 이유 본문
바다는 수많은 문학 작품의 소재가 되어 왔다. 문학가들은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가 가져다주는 심상을 찬미하고 묘사했다. 바다는 한국 현대시에 나타난 10대 명제 중의 하나라고도 하는데 앞으로도 계속 문학을 포함한 모든 예술의 주제가 될 거 같다. 바다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붓으로 그려지고 목소리로 불리워지며 문자로 묘사되는 영원한 주제가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특히, 문학에 있어서, 바다를 예찬한 모든 작가들을 모두 논할 수는 없지만 한국 근대 문학에서 큰 발자취를 남긴 김기림부터 현재의 정호승, 도종환, 문병란, 김성춘 시인과 이해인 수녀도 그들만의 작가적 감수성으로 바다의 아름다움을 끄집어 내어 시라는 형식으로 노래했다.
그러나 바다가 언제나 아름다움으로 인식된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 작가 Ernest Hemingway는 그의 작품 ‘노인과 바다 (The Old Man and the Sea)’ 에서 인간과 사투를 벌이는 무대로서 바다를 설정하고, 혹독한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아울러, Herman Melville 또한 학창 시절의 필독 소설인 ‘백경(Moby Dick)’ 에서 인간과 자연이 투쟁하는 장소로 바다를 선택함으로써 인간의 끝없는 의지와 도전을 그리려고 했다. 두 작품 모두에서 바다는 결코 단순히 아름다운 존재가 아니며 인내와 고통을 수반하는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다.
레이건 대통령이 가장 좋아했다는 존 스터지스 감독이 영화화한 노인과 바다(1958)
아버지의 마음과 같은 넓은 바다, 어머니의 따스한 품과 같은 바다, 동시에 인생을 성찰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시련의 무대로서의 바다. 이렇게 양립되는 두 가지의 모습을 다 가진 바다이지만 천안함의 참극과 충격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요즈음의 바다는 아름답기보다는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려는 시련과 고통의 바다인 것 처럼 느껴진다.
아름다운 바다, 시련의 바다라는 고정된 틀에서 약간 벗어나 시선을 달리해보니 많은 자원과 에너지원을 보유하여 인간들에게 ‘유익한 바다' 를 보고 싶어 졌다. 아름다움에 도취된 유미주의도 아니고, 우리에게 일시적으로 아픔을 주고 있는 원망의 바다도 아닌 유익하고 도움이 되는 바다, 나아가 실용적이고 더 배우고 싶어지는 바다를 생각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얼마 전 바다의 모든 것이 있고 바다의 모든 것을 연구하고 있는 '한국해양연구원(KORDI)'을 다녀왔다. 때마침 해양과학체험관(KORDIUM)의 개관식이 있는 날이기도 했다. 물론 교과부 블로그 기자 자격으로 강정극 한국해양연구원 원장님을 인터뷰하는 귀한 기회도 가졌다. 강원장님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실용적 바다' 의 명쾌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인터뷰 내용을 여러분들께 소개하고자 한다.
Q1
코르디움 개관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코르디움은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었던 해양 상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체험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 특히 학생들이 방문이 기대됩니다. 한국해양연구원에서도 여러가지 교육프로그램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원장님께서 특별히 추진하시고자 하는 해양 교육의 방향은 어떤 것인지요?
A.
KORDIUM에 이처럼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KORDIUM을 개관하면서 가장 기대하는 것은 ‘해양과학기술의 대중화’입니다. 과학을 어렵게 생각하시는 많은 분들이 이곳을 방문하여 해양과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청소년들이 해양과학자로서의 꿈을 키우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를 통하여 KORDIUM이 과학기술과 대중의 소통에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3월에 개관한 해양과학체험관 코르디움(KORDIUM)
그런 역할을 하려면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KORDIUM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할 텐데요. 국립과천과학관이나 갈대습지공원 등 주변의 체험학습장과 연계하여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주말에도 관람객들이 방문하실 수 있도록 전담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Q2
해양연구는 복합적, 다학제적 학문으로 여러 분야의 학문이 유기적으로 융합된 분야입니다. 아울러, 해양의 특성상 외국과의 협력연구가 매우 중요할텐데요, 현재 해양연구원에서 추진하시는 국제협력 프로젝트 중 대표적인 것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강정극 한국해양연구원 원장
세계는 바다를 통해 열려있습니다. 따라서 해양이라는 분야는 국가 간의 협력이 없으면 문제를 풀어갈 수가 없습니다. 우리 연구원은 부설 극지연구소를 통하여 남·북극에 연구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마이크로네시아 축주나 중국 청도에 해외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원내·외 해양과학국제협력 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2010년 2월 '해양과학국제협력센터'를 설치하여 운영 중입니다.
한·남태평양해양연구센터 운영(개소 10년) - 마이크로네시아 축주 소재
남태평양 일원의 지구환경변화 연구 수행, 열대해역의 해양자원 선점을 위한 전진기지 역할 수행 및 열대해역 생물소재 실용화 기술개발연구, 지구적 환경변화, 해양자원 및 신생 에너지 자원연구 수행
한·중 해양과학공동연구센터 운영(개소 15년) - 중국 청도 소재
한·중 정부 간 공동위 사무국 역할, 해양정책, 연구사업 개발 추진
한중공동관심사인 황해에 대한 공동연구 발굴 추진한중 정책동향 소식지 INFO-Express 발행
KORDI-NOAA Lab설치
세계 일류 해양과학기술 연구기관과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우수연구인력 교류 활성화와 해양과학기술 일류화 추진, 미국 해양대기청(NOAA)과 공동연구실 설치․운영을 위하여 KORDI-NOAA Lab 설치의향서 체결(2009.9.14)
Q3
바이오 연료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해양연에서 추진하는 바이오 연료 관련 주요 프로젝트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A.
일반적으로 바이오에탄올은 사탕수수나 옥수수 등 식용작물에서 추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이나 독일 등 바이오에너지 사업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국가들도 대부분 옥수수와 콩 같은 식량자원을 이용하고 있으며, 해양조류를 이용해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은 아직 실행단계에는 이르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일반적으로 바이오에탄올은 사탕수수나 옥수수 등 식용작물에서 추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이나 독일 등 바이오에너지 사업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국가들도 대부분 옥수수와 콩 같은 식량자원을 이용하고 있으며, 해양조류를 이용해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은 아직 실행단계에는 이르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식용작물을 이용하여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하는 것과 달리, 우리 연구원에서는 녹조현상을 유발하는 구멍갈파래나 가시파래와 같은 해조류를 이용하여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였습니다.
구멍갈파래는 녹조류의 일종으로, 특히 지난 수 년 사이 제주도 지역에는 구멍갈파래가 크게 번식하는 녹조현상이 발생해 해안 경관을 훼손하고, 퇴적된 파래가 썩으며 악취를 풍기는 등 문제가 되기도 했던 애물단지.
가시파래 또한 녹조현상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2008년 7월에는 중국에서 가시파래로 인한 녹조현상이 청도, 일조, 연대, 해양 등 산둥성 근처 해역 수면 약 13,000 Km²에 걸쳐 대량으로 발생. 특히 교주만 내해와 외해 해역의 녹조 발생 면적이 넓고 그 정도도 심하여, 당시 올림픽 조정경기를 개최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해역의 32%가 녹조로 덮여 있었던 것으로 조사됨.
또한, 해조류의 일종인 미세조류를 이용하여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미세조류는 광합성을 하는 단세포 또는 군체생물을 일컫는 것으로, 100톤의 미세조류는 180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기후변화협약에 대비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해양여건을 이용하여 해양 바이오에너지 원료생산이 대량으로 이뤄진다면 우리나라 에너지 자급도 제고 및 저비용․고효율 바이오에너지 생산을 통한 탄소배출권 획득 등 기후변화협약에 적극적으로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현재 우리 연구원에서는 2012년까지 바이오에너지 시험생산과 원료의 대량추출 체계 구축을 완료하고, 20013년까지 바이오에너지 산업화를 위한 기술 이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해양연구원에서 운영하는 코르디움 전시실
Q4
해양생물자원 선점을 위한 국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해양생물자원 분쟁에 대비하여 우리나라도 해양의 극한 환경에서 생존하는 다양한 생물자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한국해양연구원에서는 이에 어떻게 대비하고 계십니까?
A.
현재 생물다양성협약(CBD)에 따라 생물자원에 대한 국가주권이 인정되고 있는 상황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유용한 생물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자원의 무기화 현상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해양에서 원천 생물소재를 발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하여 한국해양연구원 에서는 해양 생물자원 확보를 위한 다양한 연구활동을 추진 중입니다.
① 해외 해양생물자원 확보를 위하여 마이크로네시아 연방 축주에 한·남태평양해양연구센터를 설치·운영 중 | ② 해양연구선, 무인잠수정(ROV) 등을 활용하여 열수분출구 같은 희귀한 해양생태계를 탐사하고 이곳의 유용생물자원 확보 | ③ 동해 및 독도 해양생태계 활용 연구를 통하여 동해·독도에 존재하는 해양생물자원을 확보하고 관리함으로써 향후 활용을 위한 기반 마련 | ④ 남·북극의 고유한 해양생물자원의 친환경적 확보기술 개발을 통한 해양국토 확장 및 신 생명자원 발굴·보전 | ⑤ 우리나라에서 해양생물종다양성이 가장 높은 제주 지역의 해양생물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 이용하기 위하여 제주첨단과학단지 내에 ‘한국해양연구원 제주국제해양과학연구·지원센터’ 설치 계획
또한, 이러한 탐사활동을 통하여 확보한 생물소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다른 이용객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기반시설 구축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해양·극한생물자원뱅크’를 구축하여 체계적으로 관리, 분양 중
- 서태평양 심해열수구의 극한고세균에서 분리한 신규 DNA 중합효소는 원천소재 및 효소개발 원천기술을 확보하여 국내최초로 유전자 증폭능력과 정확성이 뛰어난 효소 개발에 성공.
- 유류분해 세균을 활용한 해양유류오염제어기술 개발
- 심해 열수구로부터 분리한 고세균을 이용하여 바이오수소 생산 기술 개발
- 기타 적조생물 퇴치 기술, 다양한 극한환경유래의 효소, 다양한 해양유래의 신의약 선도물질 등은 실용화 가능성이 있는 기술로 평가.
‘해양시료도서관’을 남해연구소(경남 거제시)에 건설 중
국내외의 다양한 해양환경으로부터 원천해양생물소재를 확보하고, 해양생물 및 정보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활용을 촉진하는 것은 각국의 생물자원화에 대비한 대처방안으로 매우 중요.
Q5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인 반도국가인데요. 원장님께서 생각하시는 해양 강국의 조건은 어떤 것들이 있으십니까? 또 해양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선결과제는 어떠한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지요?
A.
세계지도를 보면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붙은 작은 나라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발상을 전환하여 지도를 거꾸로 놓고 보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바다를 중심으로 한반도를 바라보면 대륙을 발판으로 태평양을 향해 비상하기 위한 천혜의 도약대요, 활주로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따라서, 21세기 해양의 시대를 맞아 바다가 갖고 있는 무한한 발전의 가능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바다를 국가번영의 장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과 국민들의 공동된 인식이 반드시 필요하디고 생각합니다.
태평양을 향해 비상하기 위한 천혜의 도약대
Q6
한국해양연구원은 우리나라의 해양과학기술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알려야 하는 핵심 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방법으로 효율적으로 홍보하시려고 하시는지요?
A.
최근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온, 해수면 상승과 오염물질의 월경(越境) 등의 문제 및 해양환경 오염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앞으로 우리 해양연구원은 국익증대 및 국제사회 기여를 위해 해외 공동연구센터를 중심으로 권역별 국제협동연구 발굴 및 국가 간 공동연구 등을 적극 추진하고, 해양과학기술 관련 국제기구 활동을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우수한 연구성과를 창출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우리나라의 과학기술력을 알리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향후 다양한 해외 홍보채널을 확보하여 우수한 연구성과들을 홍보하려고 합니다.
Q7
마지막으로 교과부 블로그 독자 여러분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최근 세계 각국이 에너지 수급불안, 식량 및 산업 자원 부족 등 육지 공간과 자원의 한계로 부각된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해양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국토가 협소하고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의 경우 해양개발에 대한 중요성과 기대가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반면, 거대복합과학 분야로는 우주, 원자력과 더불어 해양이 꼽히지만 유독 해양만은 첨단과학이라는 인식이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해양과학은 미래유망 핵심기술이며 심해, 대양을 연구하는 것은 우주과학 만큼이나 첨단과학기술이 결집된 분야임에도 해양을 수산, 항만물류, 선박 등에 한정지어 생각하는 전통적 사고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국민적 관심과 국가적 지원으로부터 소외되어 온 부분이 있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첨단해양과학기술의 개발과 국가 해양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해양과학 분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생명의 요람이며 자원의 보고라는 의미의 '과학적 바다', 모든 국가가 함께 만들어 가야하는 '국제협력의 바다' 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동안 생각해왔던 문학 속의 바다, 우리에게 아픔을 더해 준 매개체로서의 바다가 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천안함의 시련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는 바다에 있다. 아니, 바다가 우리의 미래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강정극 원장님과 모든 취재에 도움을 주신 한국해양연구원 홍보팀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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