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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향해 같이 가는 교육으로” 본문
“가치를 향해 같이 가는 교육으로”
이명분 경인교대부설초등학교 교장
환상적인 무대 위 조명 아래서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애절한 눈빛이 관객을 압도한다.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희극 「한여름 밤의 꿈」을 열연하며 요정 세계와 인간 세계를 오가는 가운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대 위에서 그녀는 오직 아프로디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새로운 생애와 짜릿하게 만나는 순간이다. 이명분 경인교대부설초 교장이 수십 년간 연극에 푹 빠져 지낸 이유다.
“한 번뿐인 삶에서 다른 삶을 살아본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 일입니까.”
초·중등 시절은 물론 교대 재학 중에도 줄곧 연극동아리 활동을 이어왔던 이명분 교장은 연극의 매력을 위와 같이 말한다. 더구나 작품 하나를 무대에 올리기까지 배우, 의상, 조명, 소품, 작가, 연출 등을 맡은 모든 사람들이 서로 협업하고 소통하며 정직한 땀으로 모든 과정을 채워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어쩌면 ‘교육’과도 닮아있는 듯하다.
1) 지난 2015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한
‘한여름 밤의 꿈’(원작: 세익스피어, 각본 : 오은희, 연출 : 주요철)에서 아프로디테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 이명분 교장
2) 이명분 교장은 한국교육연극학회 회장, 교육극단 흐름새 대표 등을 맡으면서
다양한 연수자료를 내는 등 교육연극을 확산하고 전문화하는 데 앞장서 왔다
연극에 푹 빠진 못 말리는 신참 교사
이명분 교장은 교단에 서자마자 ‘연극’을 도입했다. 6학년 아이들을 맡아 졸업공연으로 「스크루지」를 선보였는데 집에서 가져온 담요로 암막을 치고 깡통에 전구를 달아 조명을 대신했다. 마을 어르신들을 초청하고 어머니들이 끓여준 떡국을 나누어 먹으며 졸업파티를 만끽했다.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그는 연극이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확신했다.
“작은 시골 학교에서 전국 연극경연대회에 참가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파란 저금통장」이라는 작품을 공연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장려상을 받았는데, 이듬해부터 해마다 도전해서 세 번째 도전에 결국 전국 2등상을 수상했고 그 후에는 최우수상을 여러 차례 받았지요. 선배교사들이 보기에 ‘못 말리는’ 신참 교사가 큰 사고(?)를 친 셈이지요(웃음).”
이명분 교장은 연극을 통해 학생들에게 성큼 다가섰고, 학생들 역시 연극을 통해 교사에게 썩 다가왔다. 학생들과의 소통 경험이 계속 연극을 이어가게 한 원동력이 된 것이다. 특히 90년대 후반 교육연극을 새롭게 접하면서 더욱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교육과 연극을 접목시켜 나갔다.
교육연극은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연극 활동에 접근하여 아이들의 창의적인 발상을 돕는 활동을 말한다. 대개 연극을 현장에 적용시키기 부담스러워하는 교사들의 경우, 무대 장치와 조명, 의상 등 준비사항이 많다는 것이 큰 이유인데, 교육연극은 장면을 설정하고 아이들이 즉흥적으로 극을 만들어가기 때문에 사전 준비가 훨씬 수월하다는 것이 이명분 교장의 설명이다.
이 교장은 T.I.E(Theatre-in-education: 배우이면서 교사자격을 가진 출연자가 공연의 전체적인 맥락을 이끌어 가는 방식)와 D.I.E(Drama-in-education: 학과목을 가르치기 위한 수단으로 드라마를 활용하는 형태) 등 교육연극을 교실수업에 적극 활용했다.
3) 정년퇴임을 1년 앞둔 나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이명분 교장은 아이들 속에서 한결같이 밝고 푸르다.
전인적인 성장을 돕는 완벽한 방법
“교육연극은 ‘어떻게 공연할 것인가?’보다 ‘학생들을 어떻게 성장하게 하는가?’에 본질을 두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교육연극의 과정을 통해 느낌이나 생각을 표현하고, 발전시키고, 탐구하면서 자연스럽게 내면의 성장을 통해 소통과 배려도 배우게 되지요. 학생들은 언어능력, 의사소통 능력, 문제해결 방법, 창의성 등을 증진시킬 수 있고 긍정적인 자아 개념, 사회인식력, 가치와 태도에 대한 판단, 공연 예술의 이해 등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학생들을 전인적으로 성장시키는데 연극만큼 완벽한 프로그램이 있을까요?”
이명분 교장은 한국교육연극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교육극단 흐름새 대표 등을 맡고 있다. 그동안 해외 전문서적을 국내에 들여오고 교사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정기공연을 여는 등 교육연극을 확산하고 전문화하는 데 정성을 쏟아왔다.
“교육연극을 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니까요. 더욱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아낌없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다는 것, 더불어 나도 끊임없이 성장해 나간다는 것이 매우 보람된 일입니다.”
교사 자신이 좋아서 한 일이지만, 어느새 경기·인천 교육계에는 ‘연극’ 하면 ‘이명분’이라는 등식이 만들어졌고, 그는 경인교대부설초에 두 차례나 초빙되면서 이 학교 교감을 거쳐 교장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4, 5) 이명분 교장이 이끄는 대로 언제나 도전하고 준비하는 경인교대부설초교사들의 열정에 부응하듯
학부모들의 교육재능기부도 활발하다.
학부모 400여 명이 2교시가 끝난 중간활동 시간에 다양한 교육기부 활동에 참여한다.
학부모의 동요 부르기와 책 읽어주기
교사가 가진 것을 다 쏟아 부어라
그가 학교장으로서 경인교대부설초등학교 교원들에게 강조하는 내용은 확고하다. 수업은 무조건 잘해야 한다. 생활지도도 무조건 잘해야 한다. 모든 프로젝트 다 해야 한다. 대신 교사가 하고 싶은 것은 뭐든지 해볼 수 있다.
“교대부설초 근무는 교사로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여러 분야에서 우수한 교사들이 초빙되어 오지만, 5년 후에는 더욱 우수한 교사가 되어 나가지요. 수업공개는 늘상 이루어지고 우리가 나아갈 교육적 방향에 대해 먼저 생각하고 먼저 도전하는 게 부설초의 역할입니다.”
이명분 교장은 연극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배우, 스텝 등과 충분히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 필수이지만, 연출자의 확고한 작품 이해와 해석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리더의 방향 제시와 카리스마가 좋은 작품을 만드는 필수 요건이라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학교 경영에서도 학교장의 철학과 비전이 중요하다고 그는 믿는다.
이명분 교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이 꼭 경험해야 할 교육적 비전을 ‘프로젝트학습’에서 찾았다. 지난해 시범 도입한 데 이어 올해 전면 도입을 시행한 이유다.
경인교대부설초에서 교과서는 ‘자료’일 뿐이다. 성취목표만 뽑고 교과서는 내려놓아야 한다. 교과서대로 가르치거나, 교과서 진도를 좇아간다는 것은 이 학교에서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전 학년 전 교과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1년에 6~8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전년도 12월에 새 학년 담임교사를 미리 발표하고 새 학년에 실시할 교육과정을 12월부터 재구성하기 시작한다. 학년 부장교사 중심으로 동학년 교사들이 최대한 의견을 모아 설계한 프로젝트학습 계획서는 PPT로 만들어 전 교직원들 앞에서 발표하고 공유한다.
교사들의 열정에 부응하듯 학부모들의 교육재능기부도 활발하다. 학부모 400여 명이 2교시가 끝난 중간활동 30분 시간에 다양한 교육기부 활동에 참여한다. 동요 부르기, 책 읽어주기, 명화 감상 등 요일마다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학부모가 일일교사로 나선다.
“학생-교사-학부모가 진정한 주인이 되어야 행복한 학교입니다. 진정한 주인은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어야 하지요. 교사가 가르칠 내용을 직접 설계하고, 학부모가 교육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어야지요.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하는 모든 일을 사랑해야 합니다.”
이명분 교장은 ‘바빠서’ 아이들 눈빛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다면, 당장 바쁜 일을 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교사는 끊임없이 바쁘게 움직여야 할 사람이지만, 어떤 경우라도 바빠야 할 이유는 하나라는 것이다. 교육연극 불모지에 스스로 뛰어들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사람, 그는 후배교사에게나 학생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가치’ 있는 사람, ‘같이’ 가는 사람이다. 교육을 하거나, 연극을 하거나.
글_ 황자경 본지 편집장
출처_ 행복한교육 2017.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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