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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발굽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본문
말발굽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3D 기술로 5500만 년 변신 과정 분석
지구상에 말이 등장한 것은 대략 5500만 년 전의 일이다. 조상 말의 모습은 지금의 말과 크게 달랐다. 몸집이 개(犬)만 했으며, 발가락도 3~4개에 달했다. 발가락이 많은 만큼 지금의 말처럼 빨리 달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금 말의 몸체는 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발가락 역시 그 수가 줄어들면서 하나의 커다란 발가락으로 줄어들었으며, 이 발가락(말발굽)은 두꺼운 각질로 덮여, 빨리 달리면서 땅으로부터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말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렇게 큰 변화를 했는지에 대해 연구해왔다. 뜨거운 논란도 이어졌지만, 서로를 납득할만한 이유를 대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첨단 기술을 통해 그 원인이 밝혀지고 있다.
미국 자연사박물관에 전시 중인 5500만년 전 말의 조상 ' ‘히라코테리움(Hyracotherium)’. 최초의 말은 개처럼 작았고, 앞발에는 3개, 뒷발에는 4개의 발가락이 있었으나 숲에서 초원으로 서식지를 옮기면서 지금의 강한 말발굽으로 변신했다는 사실이 3D 스캐닝 분석으로 확인되고 있다.
미국 자연사박물관에 전시 중인 5500만년 전 말의 조상 ‘ ‘히라코테리움’.
최초의 말은 개처럼 작았고, 발에는 3~4개의 발가락이 있었으나 숲에서 초원으로 서식지를 옮기면서
지금의 강한 말발굽으로 변신했다는 사실이 3D 기술로 확인되고 있다. ⓒWikipedia
3~4개의 발가락이 말발굽으로 변화 |
23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하버드대 연구팀은 3D 영상기술을 활용해 5500만 년 전에 살았던 조상 말 ‘히라코테리움(Hyracotherium)’에서부터 진화 중에 있었던 말, 그리고 지금의 말까지 13마리의 다리뼈 화석을 정밀 분석했다.
말의 조상 하이라코테리움 앞발에는 3개, 뒷발에는 4개의 발톱이 달려 있었다. 그러나 몸체가 개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지금의 말 다리뼈와 비교해 매우 작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리뼈와 몸체에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다리뼈는 강한 압력에 견딜 만큼 강해지기 시작했다. 다리뼈가 강해지면서 발가락 역시 변화가 이어졌다. 땅으로부터의 강한 압력에 견디기 위해서다. 연구팀은 이 같은 다리뼈의 변화가 몸체 변화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3D 스캐닝 기술을 적용해 몸체와 다리뼈 간의 변화 상황을 추적해나갔다. 그리고 말의 몸집이 커지면서 중심에 있던 말 발가락이 더 커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다른 발가락들은 줄어들었고, 결국 사라져버리기에 이른다.
말의 진화를 설명하고 있는 이 보고서는 23일 과학저널 ‘프로시딩스 오브 더 로열 소사이어티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게재했다. 퇴화된 말의 흔적기관(vestigial organ)을 디지털 영상 방식으로 정밀하게 추적해나간 최초의 논문이다.
하버드대 연구팀이 작성한 논문 ‘Mechanics of evolutionary digit reduction in fossil horses’에 따르면 말의 진화는 대략 이렇게 진행됐다. 5500만 년 전 말의 조상 ‘하이라코테리움’은 원래 숲 속에 살고 있었다.
숲에 살 때는 맹수들로부터 눈에 띠지 않기 위해 작은 몸집이 필요했다. 또한 오랜 시간 달릴 필요가 없었다. 때문에 앞발에는 3개의 발가락이, 뒷발에는 4개의 발가락이 달려 있었다. 좁은 공간에서 민첩하게 움직이며 맹수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했기 때문.
발가락수 줄이고, 달리는 충격 최소화 |
당시 세계 기온은 오늘날보다 평균 5~10℃가 더 높았다. 북미대륙은 브라질의 정글처럼 무덥고 습한 아열대 기후였으며 나무가 울창한 숲이 발달했다. 숲이 많은 만큼 말의 조상 ‘히라코테리움’의 몸체는 숲에 적응할 수 있어야 했다.
등은 굽었고 목과 주둥이는 짧았으며 꼬리가 길었다. 이 몸체를 가지고 숲을 비집고 다니면서 과일과 부드러운 잎을 먹으며 살고 있었다. 그러나 지구의 온도가 점차 낮아지고 숲이 줄어들면서 조상 말들은 숲이 사라진 초원 지역에 적응해야 했다.
숲에서 나와 넓은 초원에서 살기 위해서는 그 곳 실정에 맞는 변신이 필요했다. 가장 큰 위협은 초원의 맹수들이었다. 가능한 많은 먹이를 저장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 큰 몸집이 필요했다. 맹수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강하고 긴 다리가 필요했다.
3~4개의 발가락도 한 개의 말발굽으로 변신했다. 큰 몸집을 지탱하고, 또한 빨리 달리기 위해서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조상 말인 ‘하이라코테리움’과 지금의 말 사이의 12종의 말 화석을 3D 기술로 스캐닝 해 말의 몸집과 다리뼈, 발굽의 변신 과정을 정밀 분석했다.
그리고 다리뼈, 발굽의 변신을 통해 말이 큰 몸집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점차 빨리 달릴 수 있었다는 것을 기계학적으로 증명했다. 이번 연구에는 오로히푸스(Orohippus), 에피히푸스(Epihippus), 메소히푸스(Mesohippus)와 미오히푸스(Miohippus) 등의 화석이 동원됐다.
이번 연구가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3D 분석 기술을 통해 말의 변신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이 달릴 때 가해지는 압력, 말발굽 모양과 달리는 속도와의 상관관계, 그리고 점프 능력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말발굽이 변신한데 대한 분석 결과는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초원에서 빨리 달리기 위해서는 몸에 가해지는 충격을 가능한 줄여야 했다. 그러기 위해 충격을 전달하고 있는 발가락을 줄여나갔다.
그리고 지금 초원에서 가장 오래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몸으로 변신했다. 연구팀은 또 말의 몸무게가 늘어나면서 말 발가락이 어떻게 퇴화했는지, 그리고 말발굽이 어떤 모양을 갖추게 됐는지 등에 대해 기학학적인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논문 공동저자인 하버드대 앤드류 비웨너(Andrew Biewener) 교수는 “만일 지금의 말발굽이 없었다면 위대한 경주마로 알려진 ‘레드 럼(Red Rum)’도 없었고, 말들이 묘기를 부리는 경마장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젤이나 영양가 같은 다른 초식동물들이 발가락 수를 그대로 보존한 채 초원에 적응한 반면, 말은 초원 적응을 위해 발가락을 없앤 유일한 동물”이라며, “무려 5500만년 동안 진화가 이루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출처_ 사이언스올 사이언스타임지
글_ 사이언스타임지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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