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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수업을 찾아서 모인
전국의 예비교사들
제7회 전국교대좋은수업탐구대회
날씨가 제법 서늘해진 어느 가을 날, 전주의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의 풍경은 좀 특별했습니다. 3반에서는 제주도에서 온 선생님이, 4반에서는 진주에서 온 선생님이, 또 5반에서는 청주에서, 6반에서는 춘천에서 온 선생님이 수업을 했거든요. 바로 ‘전국 교대 좋은 수업 탐구대회’의 이야기랍니다.
교육부·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전국교원양성대학교총장협의회가 공동주최하는 전국 교대 좋은 수업 탐구대회는 전국 10개의 교육대학교와 제주대 교대, 한국교원대 등 12개의 초등교원양성기관에서 모인 예비 초등 교사들이 실력을 겨루며 ‘좋은 수업’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자리입니다. 지난 2011년 광주교육대학교의 주관으로 열린 첫 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전국의 교육대학교에서 돌아가며 개최하고 있는데요. 92명의 예비교사가 참여한 올해 대회는 11월 3일에 전주교육대학교와 전주지역 4개 초등학교에서 열렸습니다.
예비교사, 교대 입학 이래 가장 긴장되는 수업을 준비하다!
올해 대회는 각 학교의 수업실연 및 수업비평 참가 과목, 심사위원 위촉 과목 등이 지정되어 나왔다.
전국 교대 좋은 수업 탐구대회는 수업실연과 수업비평 두 부문으로 운영됩니다. 초등학교 4~6학년 개설 10개 교과(국어, 도덕, 사회, 수학, 과학, 실과, 체육, 음악, 미술, 영어)에 창의적 체험활동까지 더해 총 11개 과목에서 각 부문의 경연이 이루어집니다. 전국 대회에 참가할 각 학교별 참가자는 교내 대회 등을 거쳐 선발됩니다.
올해 대회의 수업실연 단원 및 차시내용 일부. 요리로 치면 재료와 마찬가지다. 어떤 셰프가 조리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요리가 나오듯이, 같은 차시를 진행하더라도 참가자들의 수업은 다채롭게 탄생한다.
수업실연에 참가하는 예비교사들은 단 40분을 위해 몇 주간의 준비를 합니다. △수업 구성의 창의성 △수업의 구성과 흐름 △학습 목표의 도달 등의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좋은 수업’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거듭하지요. 우리는 흔히 굉장히 모범적인 사람을 보며 “교과서 같다”는 표현을 사용하곤 하지만, 사실 교과서는 유일한 정답이 아니라 학습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하나의 모범답안이랍니다. ‘교과서에 수록된 자료보다 학생들이 더욱 흥미를 가질 다른 자료가 혹시 있을까?’ ‘이 학습활동은 전체학습과 모둠학습 중 어떤 형태에 더 적합할까?’ ‘이러한 교구를 사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등 나름대로의 ‘좋은 수업’에 대한 오랜 고민을 해나가는 이유이지요. 수업비평 부문 참가자들도 내실 있는 수업비평을 위해 수업 중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요소들은 무엇인지, 자신은 어떤 관점을 중심으로 수업을 비평할지 등을 미리 생각해봅니다.
두근두근 대회 현장 스케치
긴장감으로 가슴이 터질 듯한 이른 아침, 전주교대에 집합한 참가자들과 심사위원들은 각 초등학교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대회는 실제 초등학교 수업 시간에 맞춰 진행되었습니다. 수업실연을 하기 전 주어진 시간은 단 15분 남짓. 낯선 교실 환경을 재빨리 파악하며 떨리는 손으로 수업을 준비하다 보면 눈 깜짝할 새 흘러가버리는 시간이죠. 시작 시간이 다가오면 학생 심사단(수업비평 참가자들)과 교수·교육전문직 심사단이 교실 뒤편에 착석합니다. 이들은 1교시부터 4교시까지 해당 과목의 모든 수업을 참관하며 평가표를 작성합니다.
1교시부터 4교시까지, 네 참가자의 수업실연은 지정된 학교의 네 학급에서 차례대로 진행된다.
한편 체육과는 체육관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은 전주교대에서 수업실연을 하였다.
처음 들어선 교실에서 처음 만나는 학생들과 수업을 하려니, 더더욱 수업 계획안대로만 흘러가지 않기 마련인데요. 수업을 마치고 대기실로 복귀하는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저마다의 아쉬움이 묻어 나왔습니다. 한편으론 처음 만난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는 특별한 수업 경험을 통해 교생 실습과는 또 다른 활력과 즐거움을 느꼈다는 참가자들도 있었습니다.
4교시까지의 수업실연이 끝난 후 비평부문 참가자들은 앞서 참관한 수업들을 바탕으로 비평문을 작성하였습니다. 수업비평은 타인의 수업을 평가하는 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업을 보는 안목을 기르고 더 나아가 자신의 수업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을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가 됩니다.
예비교사들이 수업실연을 마친 후에는 같은 차시에 대한 현직교사의 시범수업이 있었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가진 현직교사들의 시범수업을 통해 예비교사들은 수업에 대한 안목을 키워갔다.
참가자들의 수업실연과 비평문 작성을 마친 후에는 과목별 현직교사들의 시범수업도 이루어졌습니다. 시범수업에 이어서는 과목별 수업 협의회에서 참가자들의 소감, 실연자들의 수업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격려와 조언 등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다른 참가자들의 수업을 참관할 수 없었던 수업 실연자들도 비로소 후련한 마음으로 한 데 모여 수업 후기를 공유하며 화기애애한 대화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시상식을 끝으로 대회는 막을 내렸습니다.
‘좋은 수업’을 향한 즐거운 동반성장
모든 수업에는 ‘학습 목표’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주어진 학습 목표를 어떤 방식으로, 어떤 자료를 활용해 달성하느냐는 수업을 하는 교사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참가자들이 구상한 수업에는 각자의 개성이 돋보였습니다. 그 탓에 저는 수업 협의회 시간에 동료들의 참신한 수업 아이디어들을 들으며 속으로 이따금씩 허탈한 탄식을 내뱉었답니다. ‘내가 한 달을 머리 싸매며 고민했던 부분을 저렇게 멋지게 풀어낼 수도 있었다니!’ 하고 말이에요.
심사를 맡았던 한 교수님도 “네 명의 실연자가 서로의 수업 동영상을 공유해보아도 좋을 것”이라며 “어떤 실연자는 동기유발이 훌륭했고, 어떤 실연자는 학습 활동 아이디어가, 또 다른 실연자는 학습 내용 정리가 좋았기에 서로의 장점을 나눈다면 더욱 좋은 수업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참가자들을 격려하였습니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보다는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대회의 취지가 잘 전해지는 대목입니다.
단 40분의 수업을 위해 한 달 이상을 고민하고 준비했던 경험은 고된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마저도 성장통이었다.
좋은 수업 탐구대회는 예비교사들이 ‘좋은 수업’에 대해 스스로 깊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예비교사들은 보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욕이 앞서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시간에 쫓겨 수업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빈번한데요. 저 역시 그 욕심의 함정에 빠져 정작 학생들이 스스로 지식을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게 주지 못 했던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고요. 그러한 성찰을 통해 진정한 좋은 수업이란 교사가 많은 것을 선사하는 것보다 학생들로부터 많은 것을 이끌어내는 수업이라는 것을 몸소 깨달았답니다. 다른 참가자들 역시 저마다의 배움과 다짐을 안고 학교로 돌아갔겠지요.
2017 교육부 블로그 기자단 / 황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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