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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 왜 학교 폭력에 '동조' 하게 되는가 본문
[학교폭력, 이제그만!] 기획연재기사 5탄
너희들은 당연한 너희 몫을 빼앗기고도 분한 줄 몰랐고 불의한 힘 앞에 굴복하고도 부끄러운줄 몰랐다. 만약 너희들이 계속 그런 정신으로 살아간다면 앞으로 맛보게 될 아픔은 오늘 내게 맞은 것과는 견줄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그런 너희들이 어른이 되어 만들 세상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중에서 -
힘을 무기로 반 아이들을 모두 자신의 ‘노예’로 만들어 버린 반장. 그 권력 밑에서 순응하며 살아가는 반 아이들. 그리고,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지만 결국 그 권력의 일부가 되어 버린 주인공.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출처: 네이버 영화)
대한민국 국민 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읽어보았을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등장 인물인 학생들은 모두 엄석대라는 권력 앞에 무릎을 꿇게 됩니다. 주인공 병태 마저도 자신의 저항이 소용이 없자, 결국 엄석대와 한 편이 됩니다.
교실이라는 작은 공간 속에서 생겨나는 아이들 간의 권력관계와, 다수 아이들의 권력에 대한 순응은 책과 영화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아이들의 모습이 단순히 허구가 아닌, 우리 아이들의 교실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라는 것, 알고 계신가요?
청소년 폭력 예방 재단이 2007년부터 2010년 까지 진행한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이러한 아이들 간의 권력관계가 생각보다 훨씬 막강한 힘을 가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학교 폭력 목격 시 어떻게 대응하냐’는 질문에 ‘말리거나 대응한다’라는 응답은 2007년 57.2%에서 31%로 줄어들었습니다. 반면, ‘모른척한다’ 라는 대답은 35%에서 62%로 증가했는데요. 많은 학생들은 교실에 존재하는 일명 ‘피라미드 구조’ 때문에, 학교 폭력의 가해자가 되거나 혹은 방관자가 된다고 합니다.
학생들이 말한 교실 내의 권력구조- (출처: 한겨례 뉴스)
‘친구들이 피해 학생을 괴롭히니까 나도 같이 했다’
‘학교 폭력을 말리면, 나도 왕따를 당할 것 같아 말리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도 그냥 보기만 하니까, 나서고 싶지 않았다’
학생들은 또래 친구들이 하는 행동, 즉 학교 폭력을 가하거나 또는 이를 모른 척 하는 행동을 따라하게 되고, 이에 반기를 드는 아이들은 오히려 학교 폭력의 새로운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입니다.
이처럼, 학교 폭력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원인의 중심에는, 10대들의 또래 집단에 대한 ‘동조’현상이 있습니다. 도대체 ‘동조’가 무엇이고, 어떻게 아이들을 학교 폭력의 늪으로 빠지게 하는 것일까요?
나의 의견 까지도 바꾸게 하는, 동조 현상
여러 명이서 음식점에 갔을 때,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에 하나는 바로 ‘같은 걸로’입니다. 나 혼자만 다른 음식을 먹기도 눈치 보이고, 왠지 친구들이랑 똑같은 것을 선택해야 할 것 같은 무언의 압력도 존재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의견이 명확하지 않을 때 사회적 규범이나 다수의 의견의 개인의 행동을 동화시키는 현상을 ‘동조’라고 합니다. 흔히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인간은 집단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일상 속에서 동조 현상을 종종 경험 하곤 합니다.
‘나는 내 의견이 뚜렷해!’ 라고 생각하는 사람마저도 집단의 압력에 굴복하게 하는 동조 현상.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Solomon Asch)의 동조 실험은 실제 우리가 얼마나 집단에 약한 존재인지를 극명히 보여줍니다.
실제 애쉬의 실험에 사용된 그림- 출처: 위키피디아
위의 그림에서, 왼쪽 그림에 있는 선분과 길이가 같은 선분은 A,B,C 중 어느 것일까요? 아마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C를 택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실험에서는 반 이상의 사람들이 오답을 택했습니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결과 인데요. 이렇게 놀라운 결과가 나온 것은 바로 ‘집단의 압력’ 때문 이었습니다.
실제 실험은 7~9명의 집단으로 이루어 졌습니다. 이 그룹에서 단 한 명, 피험자만 빼놓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사전에 오답을 말하기로 합의한 ‘연기자들’ 이었습니다. 그래서, 심리학자 애쉬는 답이 너무나 뻔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오답을 말할 때, 과연 피험자는 자신의 의견을 고수 할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이러한 실험을 실시 한 것입니다.
실제 애쉬의 실험 장면- (출처: oxfordschoolblogs.co.uk)
실험 결과, 혼자 답을 이야기 할 때는 거의 100%에 가깝던 정답률이, 집단과 함께 있을 때는 약 60%로 떨어졌습니다. 또한, 약 70%에 이르는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버리고 다수의 의견을 따라 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설사 본인의 답이 확실한 정답이라 하더라도 집단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 하면, 소외 되고 평판이 나빠질 까봐, 그리고 다수의 의견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동조’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실제 동조 실험의 결과를 보여주는 그래프
애쉬의 동조 실험은 성인을 대상으로 이루어 졌지만, 실제 ‘동조’ 현상은 10대 학생들에게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한 의류 브랜드의 점퍼가 유행하는 것 역시도, ‘나만 안 입으면 왕따 될까봐’,‘ 친구들은 다 입으니까’ 라는 ‘동조’가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0대 학생들은 점차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려 하고, 또래 친구들과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기 시작하는데, 이로 인해서 또래 집단으로부터 소외되지 않으려는 아이들의 동조가 더욱 더 심화 된다고 합니다.
학교 폭력 역시도 앞에서 소개 하였듯이, 10대들의 또래 압력에 대한 동조가 큰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 스스로의 힘으로 학교 폭력에 대항하는 목소리를 내고,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모님, 선생님의 도움의 손길이 필수적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최근 5년간의 학교 폭력 현황- (출처: 세계일보)
아이들 간에 퍼져있는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을, ‘학교 폭력은 옳지 못한 것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라고 올바르게 바꾸어 주는 것, 즉 올바른 ‘또래 압력’을 형성하는 것을 도와주어서 오히려 학교 폭력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힘들도록 하는 것이 바로 우리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일인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아이들이 활짝 웃으면서 학교에 다닐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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