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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대한민국 교육부 2013. 5. 13. 11:00

‘스승의 날 선물’이란 기사를 보고 클릭해서 들어오신 여러분, 어떤 내용을 기대하셨나요? 

감사의 달 5월이지만 많은 교사에게 5월은 인터넷 기사의 댓글 보기가 겁이 나고, 괜히 더 힘이 빠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가르쳐주신 선생님께 감사를 표하는 스승의 날이 잘못된 관행과 오해로 얼룩진 것 같아 참 속상한데요, 그래도 현장에서 묵묵히 고생하시는 대다수의 많은 선생님께 진심이 담긴 감사 인사를 드리는 건 어떨까요? 6년 차 초등교사인 저는 이런 선물을 받고 싶습니다!

1. 정성 가득 담긴 손 편지

 뭐든지 빨리빨리, 디지털화되면서 손 편지가 귀해진 요즘입니다. 1년간 가르치고 정든 아이들이 한 뼘씩 커서 삐뚤삐뚤 적어준 손 편지는 선생님들의 첫 번째 보물이자 언제나 받고 싶은 선물 1순위입니다.

<제자와 학부모의 손편지>

스승의 날이면 오해받는다고, 엎드려 절 받기라고 아이들에게 스승의 날 노래도 가르치지 않는 분위기이지만 저는 이날, 작년 선생님께는 꼭 편지를 쓰도록 지도합니다. 스승의 날이면 예전에 가르친 아이들이 오지 않을까 은근히 기다리게 되는데요, 손에 들린 편지는 더욱 반갑게, 기쁘고 고맙게 받고는 합니다. 특히 1년을 마치는 2월이나 작년에 가르친 학부모님께 감사 편지를 받을 때면 정말 뿌듯하고 교사가 된 보람을 느낍니다.

  

제자들의 손 편지는 이렇게 모두 모아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봅니다. 또 종업식날 학부모님이 써주신 손 편지는 감동이 배가 됩니다. 이렇게 받은 아이들과 학부모님의 편지는 저의 비타민이 되어 지치고 힘들 때마다 힘이 되어 주는 소중한 보물입니다.

2. 돈이 필요 없는 아이들의 선물

부모님께 감사하는 것도 가르치고, 친구 사이에 우정을 쌓는 법도 가르치는 학교이니만큼 선생님께 감사하는 것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1년간 가르친 아이들에게 선생님에게 감사의 선물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교사가 선물을 대놓고 요구하다니! 놀라셨나요? 하지만 아이들이 제게 주는 선물은 아이들의 마음입니다.


선생님께 드리고 싶은 선물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달라고 했더니 돈 주고는 살 수 없는 감동적인 선물을 받았습니다. 언제나 희망을 가져다주는 명언 책 받아보셨나요? 언제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거울은요? 무엇이든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마법의 상자는요? 저는 이 귀한 선물을 양손 가득 받았습니다.

3. 선생님을 더 알아보는 선생님 경시대회

지금 가르치는 아이들 선물을 2월에 받으면 5월 스승의 날에는 도대체 뭘 하냐고요? 가르친 지 2달 된 아이들에게 감사의 인사와 편지를 받기에는 민망하고 쑥스러워서 현 제자들과는 선생님 경시대회 시간을 갖습니다. 우리 선생님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친해져 보자는 의미에서 시작한 행사인데요, 점수는 썩 좋지 못해도 선생님에 대해 좀 더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고 저 역시 아이들이 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올해 스승의 날 쉬는 시간은 좀 썰렁할 것 같습니다. 복도에 많은 아이가 편지를 들고 예전 선생님을 찾아다니는 동안 저를 찾아올 제자는 많지 않거든요. 몇 년간 6학년을 가르쳐 졸업시킨 저는 쉬는 시간에는 옛 제자의 편지를 받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방과 후에 훌쩍 커버린 키에 아직은 어색한 교복을 입은 졸업생들이 우르르 찾아오겠지요. 3, 4월은 중학교에도 적응해야 하니 될 수 있으면 학교에 찾아오지 말고 스승의 날에 다 보자고 약속했거든요. 올 때는 꼭 손 편지 써와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찾아온 졸업생과 함께 피구 하는 모습>

선생님들이 진짜 받고 싶은 선물은 1년간 고생해서 가르친 아이들의 마음입니다. 이번 스승의 날에는 졸업한 학교를 찾아가 옛 스승님을 찾아뵙는 건 어떨까요? 제가 스승의 날을 기다리는 이유가 졸업생과의 만남 때문이듯 전국의 많은 선생님께서도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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