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자아성장반을 아세요?

학교는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생각이 다양한 학생들이 만나 서로 관계를 맺으며 생활합니다. 다양한 학생들 간에 관계를 맺다 보면 서로의 가치관이나 관심사가 달라 자연스레 학교생활이나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런 학생들은 서로의 문제행동 때문에 상처를 주고받으며 원만하지 못한 학교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학생 스스로 자신감이 떨어져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거나 더 큰 문제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용인시 석성초등학교의 토요 방과 후 프로그램인 ‘행복한 자아성장반’을 찾았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별자리를 만들고 있는 학생들>

 

의사소통기술을 체험하며 배울 수 있는 행복한 자아성장반

'행복한 자아성장반'은 학생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의사소통기술을 체험하며 배우는 토요 방과 후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1년 동안 12주를 기준으로 4분기로 나뉘어 의사소통의 걸림돌, 감정의 단어 배우기, 상대방에 주의 기울이기 훈련, 반영적 경청과 나-전달 등의 내용으로 진행됩니다.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첫 활동은 자기소개로 시작합니다. 자기소개로 수업을 듣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은 후 학생들은 스스로 해결하고 싶은 고민을 활동지에 적습니다. 이 고민은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교사가 참고하며 수업 활동을 이끌어 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해결하고 싶은 고민을 적은 학생들은 본격적으로 의사소통의 걸림돌 체험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수용)과 받아들일 수 없는 것(비수용)에 대해 새롭게 인식합니다. 걸림돌 체험을 하며 학생들은 자연스레 자신들의 경험담을 꺼내놓는 개방적인 대화도 이루어집니다. 학생의 솔직한 경험담에 교사는 학생의 감정을 읽어주고 공감하는 반영적 경청을 통하여 학생의 상처 난 마음을 어루만져 줍니다.

그 후 학생은 감정의 단어를 익혀 자신의 감정을 바르게 표현하는 연습을 합니다. 어느 정도 훈련이 되면 이제 상대방에 주의 기울이기 훈련을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을 돕는 방법과 반영적 경청, 나-전달을 집중적으로 연습합니다. 이런 의사소통기술을 배움으로써 학생들은 자신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반영적 경청과 나-전달이 잘 훈련되면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배웁니다. 환경의 문제가 있을 때는 환경을 바꿈으로써 해결하는 방법, 상대방과 욕구가 다를 때는 Win/Win 게임, 가치갈등의 문제가 있을 때는 잘 대처할 수 있는 기술을 알려주고 연습하도록 합니다.

   <게임 후 발표하는 학생들><행복을 느낀 일을 적는 활동>

더불어 자신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욕구 이해하기, 우주 이야기, 자신의 별자리 만들기, 만다라 그리기, 행복일지를 만들고 써보는 활동을 합니다. 또 가치 게임, 가치 사전 만들기 활동도 합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하여 학생은 자신의 삶을 자기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행복을 느끼며 생활해 나가도록 돕는 프로그램 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는 김연진 교사께 여쭤 봤습니다.

Q.프로그램을 만드신 특별한 사연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 교사 임용 초기에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여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만나면서 상담교육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지속해 공부해 오다 보니 많은 학생이 의사소통기술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 때문에 닥쳐오는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채 상처를 쌓아가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문제행동을 보이는 소수 학생만을 학교 밖 상담센터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학교 내에서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런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많은 문제를 예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Q.프로그램을 듣는 학생들은 주로 어떤 고민을 하고 있습니까?

- 대부분 학생이 부모님, 형제․자매, 친구 등 자기 주변의 관계 때문에 상처를 받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학업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 역시 성적이 잘 안 나올 때 부모님의 반응 때문에 걱정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Q. 그런 학생들이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이고, 선생님으로서 어떤 도움을 주고 싶습니까?

- 나의 불편한 마음들을 솔직하게 인정하되, 관계에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의사소통기술을 훈련하고, 자기 삶의 진정한 주인이 자신임을 깨닫고, 스스로 공부해 나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안내해 주고 싶습니다.

 

Q. 선생님 프로그램을 듣는 학생들이 수업 후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 내적으로는 자기 이해 능력 및 자기통제․자기관리 능력이 향상될 것으로 생각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로는 상대방을 돕고 관계에 도움이 되는 언어습관으로 갈등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Q.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하고 싶은 학교나 교사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학생들에게 의사소통기술을 가르치면서 정작 교사의 의사소통 기술이 배운 대로 행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학생들에게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고, 효과도 얻을 수 없습니다. 우선 교사 자신이 의사소통기술을 완전히 몸에 체득될 수 있도록 꾸준한 배움과 수련이 있었던 후에 학생들에게 내용이 제공되기를 바랍니다.

 

Q.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면서 교사로서 보람되고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느낄 때가 있다면?

-사소하게는 토요일 아침에 올 때는 조금 귀찮고 오기 싫은 마음이 들었다가도, 집에 갈 때는 마음이 아주 편안하고 행복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힘이 납니다. 학생의 작은 상처들이 치유되는 귀한 시간이라는, 어쩌다 휴강을 하게 되면 오히려 아쉬워하는 마음을 전하는 부모님의 문자도 큰 보람입니다. 한창 사춘기에 접어드는 학생들이 친구 사이의 갈등과 오해를 프로그램 안에서 배운 방법으로 해결해 보려고 노력해 본 후 도움이 되었던 이야기들을 해 줄 때, 우리 반 학생이 아닌 프로그램에서 만난 학생이 졸업 후에도 찾아와 여러 가지 자기 마음을 이야기해 줄 때 보람과 고마움을 느낍니다.

 

용인 석성초등학교 토요 방과 후 프로그램인 ‘행복한 자아성장반’을 살펴보면서 프로그램을 수강한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새롭게 깨달았거나 도움이 된 점에 대해 물었습니다. 학생들의 답변에서 자기를 이해하고 진정한 삶의 주인이 자신임을 알게 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학생들의 깨달음이 있는 답변을 모았습니다.

 

['나'를 생각하며 만다라 그리기]

   

<왼쪽> 해 5학년 김OO-나는 이번 수업을 통해서 사람은 늘 하늘 같은 존재, 꼭 필요한 해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오른쪽> 다이아 4학년 김OO- 나의 몸 속에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고, 중요한 것이 멀리 있지 않았다.

“내 감정을 느끼고 생각하고 활동한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처음 알아보았다.”

 

“친구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내가 다가가서 말과 대화로 도와준다. 내가 완벽하지 못해도 나의 장단점을 구별해서 행동할 것이다.”

 

“자기 이해를 하면서 마음이 정말 편해졌고, 우리가 흔히 알던 말인데도 잘 사용하지 않았던 게 정말 놀라웠다.”

 

“행복이란 모든 것이 갖춰져야 이루어지는 어려운 것으로 생각했던 내 생각이 바뀌었다. 행복이란, 5가지 욕구 중 하나만 충족되어도 느낄 수 있는 작은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큰 기쁨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앞으로 행복한 감정을 더욱 많이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나 자신의 성장을 통해 타인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고, 내가 해결방법을 말해주지 않고도 그냥 있는 그대로 도울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새로운 방법이라서 신기했다.”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 아이들>

학생들에게 자기 삶의 진정한 주인이 자신을 깨닫게 해준 김연진 교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특히 서툰 솜씨였음에도 하나하나 의미를 담고 있는 학생들의 만다라 그림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감동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김연진 교사가 학생의 말 한마디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반영적 경청과 공감으로 다시 표현해주는 성숙한 의사소통기술이 인상 깊었습니다.

 

반면, 교사인 저의 성숙하지 못한 의사소통 기술 때문에 상처받고 있을 학생들에게 미안함도 느끼고 학생들을 위해 많이 배우고 성장해야 함을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교사로서 부족한 것을 채워가며 앞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행복과 가치를 찾아 성장하도록 하는 교육이 되도록 열심히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 팩토리가 마음에 드신다면 구독+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