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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밝히는 문학 본문

~2016년 교육부 이야기/부모의 지혜 나눔

한여름에 밝히는 문학

대한민국 교육부 2013. 7. 20. 13:00

진주 제일중학교는 한여름에 도서관 문학으로 밝혔습니다. 자칫 독서에 소홀해지기 쉬운 계절에 직접 만든 한지 등 불빛이 은은하게 비추니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현장으로 들어가 볼까요?

도서관(한얼관) 입구

제일중은 매일 학부모 사서 도우미 2명이 3시간씩 도서관 정리 및 질서 유지를 도와주고 계십니다. 학생 독서 동아리 회원은 3명씩 점심시간을 이용 도서 대출과 반납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 외 쉬는 시간은 자율반납 대와 도서대출장부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얼관'이란 도서관 이름도 공모로 정해졌습니다. 밝고 큰 정신을 가지기 위해서는 책 읽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점심시간 도서관의 일상적인 모습

학부모독서동아리 정기모임 '한얼 책사랑'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은 학생회와 학부모회의 의견을 수렴하여 자율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등하교 시간과 같이 열려있는 도서관에 사람이 없어도 자유롭게 이용합니다. 사서 도우미는 가장 붐비는 점심시간을 전후하여 교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같은 날 당번이 되지 않으면 보기 어려워 학부모는 매월 넷째 주 금요일 학부모독서동아리 정기모임 '한얼 책사랑'을 통해 만납니다. 한 달 내 있었던 일도 나누고, 추천도서 공유, 문학 기행 등의 활동을 하면서 잊고 지낸 문학적 감수성도 되살리고 힘든 일 생기면 팔 걷고 나서기도 합니다. 

마음을 다해 만드는 학부모

6월 정기모임은 한지에 직접 지은 시나, 좋아하는 글, 그림 등을 옮기기로 했습니다. 10월 남강 유등축제를 대비하기도 이른 시기에 뜬금없을지 모르지만, 기말고사로 정신없을 자녀에게 격려도 보내고,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 맘껏 발휘할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2학기는 개학하고 추석, 중간고사, 3학년 입시 준비로 바빠 정신없을 테니 비성수기에 독서 열풍도 일으켜 보고자 준비했습니다.

 

글재주, 손재주 젬병인데 어떻게 하나? 걱정 한가득 안고 시작했지만, 담당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10여 쪽에 이르는 추천 시를 인쇄해 오셨습니다. 같은 시를 써도 글씨체와 그림에 따라 사뭇 다르게 보였습니다. 붓으로 쓰니 신사임당이라도 된 양 한껏 다소곳해져서 한 획, 한 획 정성을 다합니다. 엄살 부리던 어머니들은 온데간데없고 종이 덧붙이기, 서양화 기법, 자작시, 아들에게 쓰는 편지 등 정말 다양한 작품이 쏟아졌습니다.

입구에 매단 문학 등

신세대 엄마답게 본인의 작품 바로 찍어 SNS에 올려 자랑했습니다. 완성품은 책장 위에 올리고, 입구와 뒤편 줄에도 매달았습니다. 짓궂은 남학생들이라 연말에 들말 학예제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까 걱정도 됩니다. 선생님은 그때 전시하게 고이 모시자고 하십니다. 아닙니다. 감 잡았으니 망가지면 더 좋은 시상이 떠올라 멋진 작품 만들겠습니다.

 

줄줄이 서서 경건하게 줄에 매달았습니다. 작품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다음 모임은 회장님이 운영하는 갤러리에서 하자 약속했습니다. 주변 정리를 말끔히 하고 마쳤습니다. 

사제동행 문학동아리

제일중은 유난히 수업이 비는 시간, 방과 후 도서관을 찾는 교사가 많습니다. 항상 재충전하고 감성 충만하시니 학생들도 벽면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 상장을 받아옵니다. 상을 받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 내 글을 다른 누구도 공감하고 인정해 줄 때의 뿌듯함은 동경의 대상입니다. 그래서 사제동행 독서동아리 모임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한얼관에서 있습니다. 교사가 지도하는 수업이 아니라 함께 하는 시간입니다. 인문학을 전공하려는 학생이든 아니든 매주 모여서 토론하고 글을 쓰니 창의체험활동 자료, 입학사정관제 전형 준비를 따로 할 필요가 없습니다.

 

7월 10일 아침 문학 등을 만들기 위해 한얼관에 모였습니다. 점심시간에 예정된 행사였으나, 기말고사 마치고 연일 계속된 불볕더위에도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으니 지칠까 봐 조금 일찍 등교했습니다. 

학생 작품 열심히 만드는 학생들기둥을 가득 메운 상장

여느 때보다 더 숙연하게 작품을 만듭니다. 학부모는 2시간 이상 걸린 것을 1시간 만에 뚝딱 합니다. 남학생들은 덜 감성적이다고 누가 말합니까? 먼지 묻을까 아까워서 못 걸겠습니다. 좋은 작품은 생활 속에 있어야 하는 법, 박물관 표구가 웬 말입니까? 사실은 덜 다듬어진 거라 아낌없이 걸겠다는 거지. 아무튼, 둘러대기도 잘하는 학생들의 작품도 학부모, 교사 작품들 사이에 잘 어울리게 매달았습니다. 밤은 아니어도 은은히 새어나오는 빛이 가슴으로 스며듭니다.

 

행사에 참여 못한 학부모님들 한얼관에 들러 주십시오. 우리들의 작품 하나하나 둘러보시고 더 좋은 작품 보태 주시기 바랍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 제일중 도서관은 나름의 소망과 기원을 가득 담은 등이 켜져 있습니다. 문학 동아리가 아니어서 참여 못한 우리 아들과 딸, 남편과 함께 방학 때 재료 사다가 한 번 만들어 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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