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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함께 배우는 국악 한마당 본문
‘국악’하면 어떤 느낌이 떠오르시나요? 혹시 저처럼 국악은 마냥 어렵고 따분하고, 지루하다는 편견이 있지는 않으셨나요? 발라드, 댄스 등의 장르를 부르는 현대 가수들의 콘서트는 많은 사람이 찾지만, 우리의 소리를 담은 국악 공연은 그에 비해 훨씬 적은 사람들만이 찾고 있습니다. 부끄럽게도 저 역시 요즘 가수들의 콘서트에는 몇 번이나 갔으면서도 국악 공연은 한 번도 보러 간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이러한 저의 편견을 확 깨뜨리고 그동안 국악에 소홀했던 저를 부끄럽게 했던 박물관이 있었는데요, 바로 국립국악박물관이랍니다. 우리의 역사와 함께 천 년이라는 긴 시간을 흘러온 국악의 모습과 악기들을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체험할 수 있는 곳, 궁금하지 않으세요? 국립국악원에서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국악 전문 박물관인 국립국악박물관으로 얼른 떠나보아요!
서울 서초구에 있는 국악박물관은 국립국악원 안에 자리하고 있는데요, 크게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져 있답니다. 역사의 흐름에 따라 궁중음악실부터 시작해서 원류 음악실, 서민음악실, 선비음악실, 세종음악실, 궁중음악인실, 근현대음악실 순으로 관람하게 되어있어요. 그래서 저는 먼저 1층 중앙에 있는 궁중음악실부터 가보았습니다.
궁중음악실은 궁중의 곡을 연주하는 악기와 무용을 소개해놓은 곳이에요. 건고라는 이 화려한 북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가야금, 거문고, 아쟁 등과 같은 비교적 익숙한 전통악기가, 오른쪽에는 절구통처럼 생긴 타악기 ‘축’, 호랑이 동상처럼 생긴 타악기 ‘어’ 등과 같은 흔히 볼 수 없는 악기가 전시되어 있답니다. 악기마다 만들어진 시기와 연주법, 용도가 잘 설명되어 있어서 이해가 더 쉽더라고요.
북 뒤에는 고려 행사 때의 무용이 그림과 종이 인형을 통해 나타나 있어요. 생각보다 아주 정교하고 색이 화려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니 바닥에 붙어있는 흰 화살표가 관람순서를 친절히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화살표를 따라 원류 음악실로 향했습니다. 원류 음악실에는 고대 악기가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철기부터 시작해서 백제, 고려, 신라 순으로 악기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철기 때의 악기가 정말 신기했답니다. 학창시절 삼국의 악기는 배웠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지만, 철기 때의 악기는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었거든요. 더 놀라운 것은 철기 때 이미 지금의 악기와 매우 닮아있는 형태의 악기가 있다는 점이었어요. 현재의 거문고, 가야금과 정말 많이 닮았죠?
백제의 악기는 유명한 유물인 백제 금동대향로 속에 나타나 있는 악기를 찾아보는 형식으로, 고구려는 고분벽화를 본뜬 실내장식과 거기에 그려져 있는 악기를 복원하여 전시한 형식으로 되어있어 보는데 더욱 흥미가 더해지더라고요. 신라는 악기보다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작고 귀여운 동상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가야금 제작과정을 볼 수 있도록 구현해놓았습니다. 수많은 재료와 도구들을 보며 가야금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정말 많은 노동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답니다. 가야금은 단순한 악기 하나가 아니라 장인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인내와 노력의 산물이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음은 서민음악실로 향했습니다. 서민음악실에서는 북청사자놀음, 진주 삼천포농악, 동해안별신굿, 이렇게 세 가지의 서민의 음악에 대한 소개와 쓰였던 악기를 알려주고 있었어요. 세 작품 모두 장구, 징 태평소, 꽹과리, 소고 등 친숙한 악기들이 주로 이용되고 있었습니다. 실제 모습을 아담하게 만들어 놓은 모형이 있었는데요, 이를 통해 소개푯말을 읽으며 그 모습을 머릿속으로 더 상상해보며 관람할 수 있어 좋았답니다.
또 일반적으로 서민이 사용했던 악기와 징을 만드는 과정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악기처럼 생긴 것도 있지만, 그냥 그릇 같은 도자기들이 전시되어있어 처음엔 의아했답니다. 악기를 따로 구하기 어려운 서민들은 생활 속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를 악기로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그동안 악기나 음악은 거창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제가 부끄러웠어요.
선비음악실에 들어가니 앞서 서민음악실에서 보았던 많은 악기가 있어서 놀랐는데요, 그 디자인은 정말 화려해서 선비들의 악기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해금, 대금과 같이 서민음악실에서 못 보던 악기들과 함께 음악을 즐겼던 선비들의 모습을 그림과 기록유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어요.
구전으로 전해지는 춘향가 사설을 책으로 남긴 것인데요, 국어국문학과에서 공부하는 저에게는 특히나 반가웠답니다. 지난 학기에 춘향가 판본이 전공교재라서 집중적으로 배웠던 터라 눈길이 한 번 더 갔어요. 제가 공부했던 판본과는 다른 판본을 보면서 그 두 판본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양반음악실은 이름답게 양반집처럼 꾸며놓은 큰 방이 있는데요, 가야금이나 거문고 등을 직접 연주해볼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관람하러 온 학생들에게 정말 인기가 많았답니다. 꼭 한 번 들어가서 체험해보시길 바라요.
다음으로는 세종음악실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학문과 백성을 사랑하고 뛰어난 음악성을 지녀 당대 큰 음악적 발전도 이루었던 세종의 업적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띠고 있는 악보와 음악서를 볼 수 있었는데요, 한문으로 쓰여있어서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그 당시에도 음악에 대한 지식과 열정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세종 때 만든 편종은 스크린을 통해, 편경은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되어있어 흥미로웠어요. 편경의 겉모양은 그냥 잘 다듬은 돌이지만 직접 쳐보고 나서는 그 청아하고 은은한 소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소리가 정말 듣기 좋아서 몇 번이나 계속 쳐보다가 아쉽게 자리를 옮겼답니다.
이곳은 궁중음악인실이에요. 궁중의 각종 의례에서 음악과 춤을 담당했던 조선 시대 음악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악공의 악기와 연주하는 부분에 따라 옷의 색깔이 다르고 머리에 쓰는 것이나 신발이 달라졌던 과거와 대부분 통일된 복장을 하고 합주하는 요즘의 모습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또 일제강점기로 인해 궁중음악이 거의 사라지고 겨우 그 명맥을 이어나갔던 악인들의 악기들이 전시되어있기도 했는데요, 손때가 묻어있으면서도 아우라를 풍기는 악기들은 끝까지 궁중음악을 지키려던 악인의 모습과 참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근현대음악실입니다. 근현대음악실은 사진이 주를 이루었는데요, 사진을 통해 국립국악원의 역사와 국악 음반, 유네스코에 지정된 국악들을 만날 수 있답니다. 국악이 옛날 음반의 형태로 담겨있는 것이 참 신기했답니다. 국악이 음원화 된 것이 몇 년 전부터의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꽤 오래전부터 국악이 음반으로 나왔었더라고요. 유네스코에 지정된 우리 국악이 무려 4개나 되었는데 그중에서 제가 알고 있었던 것은 한 가지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은 깊이 반성하기도 했답니다. 근현대음악실 중간에는 근현대 국악의 역사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으니 잠시 서서 동영상을 본다면 국악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전시는 여기서 마무리되지만, 아직 하나의 관람이 남아있답니다. 바로 『삼국유사』의 신라 만파식적을 소재로 한 3D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 입체영상실인데요, 상영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시간표를 미리 봐두었다가 잊지 말고 본다면 더 즐거운 관람이 될 거에요.
국악박물관은 역사에 따라 고대에서부터 근현대까지의 국악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게 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역사와 국악이 합쳐져 있어 역사 공부도 자연스레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국악을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되었답니다. 중간마다 악기를 연주해볼 수 있는 체험들이 있어서 눈과 함께 귀도 즐거웠던 것 같아요.
추운 겨울, 집에만 있지 마시고 국악박물관으로 나와 보세요! 우리 역사와 함께 천 년의 시간을 흘러온 자랑스러운 국악의 모습을 보며 가슴 뜨거워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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