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팩토리 :: 교대생의 교대 이야기 ➂ - 치고, 그리고, 뛰어라! 교대생의 예체능 과목
 


교대생의 교대 이야기 ➂ - 치고, 그리고, 뛰어라! 교대생의 예체능 과목






교대생의 교대 이야기 ➂

치고, 그리고, 뛰어라! 교대생의 예체능 과목





■ 교대생 황모 양(23)의 사물함을 열어보았다!



대학생 사물함에 웬 크레파스와 리코더일까요. 초등학교 교실이 아니라 대학교 복도에 있는 사물함이라기엔 다소 어색한 물건들이 이것저것 보입니다. 사물함을 열 때마다 황모 양의 머릿속에는 지난 학기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고는 합니다.


■ 1학년 1학기 기말고사 : “앞에 보이는 사과를 크레파스로 그리시오”


드디어 대학생이 되었다는 설렘으로 부풀었던 첫 학기부터 고난은 시작되었습니다. ‘미술 실기’ 강의에서 연필 소묘와 크레파스화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죠. 오리엔테이션 날 교수님께서는 4B 연필을 다섯 자루나 준비해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음 시간, 그동안 소묘를 해본 경험이 없었던 황모 양은 소묘는 팔을 바른 자세로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세 시간 내내 연필로 선 그리기만 지시하시는 교수님이 당황스러웠습니다. 나는 배운 경험이 없는데 초등학교 미술 교과서에는 무려 소묘도 있다고 합니다. 슬슬 팔이 아파지기 시작하고, 까맣게 채워져 가는 스케치북이 꼭 내 마음처럼 느껴집니다.

  

 

▲ 예술관에서 ‘미술 실기’ 수업을 하고 있는 교대생들. 연필 소묘로 정물화를 그리고 있다.

매주 자괴감을 느끼던 소묘 수업을 마치고 나니, 이제는 연필이 아니라 24색 크레파스를 매시간 들고 와야 합니다. 문구점에 들러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크레파스를 오랜만에 사니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것만 같아 신이 납니다. 색색의 크레파스 정도야 어린 날 신나게 휘둘러본 경험이 있으니 그나마 안심을 합니다. 교수님께서 크레파스로 명암을 넣은 정물화를 그릴 거라고 말씀하시기 전까지는요. 탁자를 중심으로 둥그렇게 이젤을 놓고 앉으라고 하십니다. 이어 앞에 놓인 당근, 오이, 고추, 바나나, 파프리카 등의 과일과 채소 중 마음에 드는 것을 두어 개 그려보라고 하십니다. 강의실의 조명이 어떻게 물체의 표면에 비치는지, 포개진 두 물체에서 어떻게 그림자가 지는지 유의하면서 말이죠. 교수님께서 보여주시는 시범을 보며 그동안 크레파스를 어린아이들이나 쓰는 거라며 무시해왔던 것 같아 미안해집니다.



▲ (좌) 매 수업 성실히 임했지만 매년 과학의 날 과학 상상화 부문에서 수상하곤 했던 어린 날의 재능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연필 소묘로 정육면체 그리기는 명암은 물론 마주 보는 모서리들을 평행하게 그리는 것부터가 필자에겐 너무나도 어려웠다. 
(우) 연필뿐 아니라 크레파스로도 형태와 명암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였다. 기말 평가는 연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치러졌다. 아래쪽의 사과는 실제로 필자가 기말 평가로 그려 제출했던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 했다.


추억에 잠기는 것도 잠시, 벌써 3학년이 된 황모 양은 다음 주에 프로타주 작품 발표가 있다는 게 퍼뜩 생각납니다. 프로타주를 마치고 나면 이어서 시프팅 기법의 작품, 비누 조각, UCC를 차례로 제작해야 한다고 쓰인 교수계획서도 곧이어 떠오릅니다. 환경과 평면, 입체, 영상 미술을 모두 아우르는 예술적인 한 학기가 되겠지요.



▲ 프로타주(올록볼록한 물체 위에 종이를 대고 연필 등으로 문질러 베끼는 기법) 과제를 하고 있는 필자.

이렇게 작품 제작 과정을 찍는 것 역시 과제의 일환이었다.



■ 1학년 2학기 기말 평가 : “주어진 스텝과 음악에 맞춰 조별로 창작 안무를 구상하고 발표하시오”


지난 학기를 마지막으로 체육 관련 강의를 모두 마친 황모 양은 체육 수업 때 신던 아동용 실내화를 아직도 사물함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혹시 모를 비상 상황을 대비해서요. 체육관 내부에서는 꼭 실내용 신발로 갈아 신어야 한다던 교수님 말씀에 역시 오랜만에 장만했던 겁니다. 함께 달리고, 뛰고, 구르던 실내화죠.

 


▲ 1학년 학생들이 체육관에서 농구를 하고 있다. 체육 시간에 체육복과 운동화를 갖추지 않으면 감점을 당한다.


교복에서 벗어난 기쁨으로 한창 멋을 내기에 바쁠 ‘새내기’인데도 넉넉한 맨투맨 티셔츠에 운동복 바지를 입고선 운동화를 신고 캠퍼스를 활보한다면, 그 날 체육 수업이 있는 교대생인 게 틀림없습니다. 어차피 모두 같은 상황, 옷을 갈아입기 귀찮으니 아예 체육복 차림으로 등교를 하는 것이죠. 첫 학기에는 주로 구기 종목을 다뤘습니다. 평소 운동을 즐겨하기는 커녕 공부터 무서워하는 황모 양은 농구, 피구, 배드민턴, 배구, 티볼 등을 하고 난 체육 수업 다음 날이면 몸 이곳저곳이 아프고 결리곤 했죠.



▲ 태어나서 처음으로 배구를 해본 체육 수업 며칠 후, 손목에 든 멍의 푸른 기는 가셨지만 붉은 ‘훈장’은 여전했다.

1학년 2학기 ‘체육 실기’ 강의의 경우 세 분의 교수님이 돌아가며 수업하시는 팀 티칭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절대 아니었던 핸드볼 평가도, 열심히 연습했지만 다리를 벌려 구르기까진 했어도 그대로 주저앉은 채 일어나지 못 했던 체조 평가도 망친 황모 양은 마지막 평가라도 잘 치러야겠다는 결의를 다졌습니다. 하지만 세 번째 주제는 ‘라인 댄스’였어요. ‘방향을 전환하며 한 음악에 같은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하며 추는 댄스’라는데, 다행히 다른 동기들도 처음 들어보는 춤인 것 같습니다.



▲ ‘체육 실기’ 강의 계획서에 명시된 라인 댄스 평가 기준. 이 과제는 노트북도, 두꺼운 전공 교재도, 참고 문헌도 필요 없었다.

대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그걸 따라줄 몸이라는, 더욱 어려운 준비물이 요구되었다.

조별 모임 장소는 카페도, 도서관도 아닌 무용실입니다. 한쪽 벽면이 전부 거울로 이루어져 있어서 동작을 확인하고 대형을 맞추기에 편하기 때문이죠. 몸치인 황모 양은 조원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 더욱 열심히 완성된 안무를 연습합니다. 거울에 비친, 현란한 춤사위를 펼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본 황모 양은 문득 생각합니다.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 언젠가 인터넷에서 “교대생들은 남녀 불문하고 쫄쫄이 바지를 입고 무용을 한다.”는 이야기를 보았던 것 같은데, 그래도 이렇게 평범한 운동복 바지를 입고 연습을 할 수 있으니 그나마 얼마나 다행이냐며 스스로 위로해봅니다.



■ 2학년 2학기 중간 과제 : “동요 ‘이슬’의 리코더 이중주를 하시오”



▲ 어렸을 때 다녔던 피아노 학원을 연상시키는 예술관 4층. 층 전체에 똑같이 생긴 연습실 문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다.




▲ 학생들은 피아노 연습실에서 과제로 주어진 동요 반주를 연습하기도 하고, 자유로이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기도 한다.



▲ 하지만 강의실에도 업라이트 피아노들로 가득하다면 공간도 부족하고, 연주 소리가 뒤섞여 뒤죽박죽 정신없을 것이다.

그래서 강의실에는 개인별로 헤드셋을 연결할 수 있는 전자 피아노들이 놓여있다.


역시 팀 티칭으로 진행되었던 ‘음악 실기’에는 우선 피아노 반주 수업이 있었습니다. 황모 양처럼 피아노를 수 년간 배운 학생들도, 교대에 와서 피아노를 처음 만져본 학생들도 있기 때문에 교수님께서는 서너 가지 버전의 악보를 주십니다. 자신의 실력에 따라 반주의 난이도를 택할 수 있도록요. ‘산바람 강바람’, ‘옹달샘’, ‘꽃은 참 예쁘다’, ‘작은 세상’ 등 그 주의 반주곡을 일주일간 연습한 후, 강의 시간에는 호명되는 차례로 교수님 앞에서 연습한 곡을 연주합니다. 모든 종목에서 고전했던 체육과 다르게, 어린 시절 체르니 좀 쳐 본 황모 양에게 음악 강의들은 비교적 수월합니다. 피아노 학원에 보내 달라고 부모님을 졸랐던 다섯 살에 이미 교대에 오게 될 나의 운명을 알았던 것인가, 하고 실없는 생각도 해봅니다.



▲ 리코더 이중주 시험 연습을 하고 있는 교대생들. 보통 조는 출석부 순서 기준으로 정해지곤 한다.


‘초등학교 음악’하면 또 리코더를 빼놓을 수 없겠죠. 같은 강의에서 또 다른 교수님과는 리코더를 합니다. 교수님께서 저먼 식 말고 바로크 식 리코더로 사 오라고 하셨던 걸 기억하며 문구점에서 리코더를 삽니다. 리코더 시험은 두 번이나 있습니다. 하나는 독주, 하나는 이중주로 말이죠. 몸은 기억하고 있었는지 다 잊어버린 줄 알았던 운지법도 몇 번 연주하다 보니 금방 다시 손에 익습니다. “높푸른 하늘나라~ 별님의 나라~”, “색실에~ 곱게 끼워~”와 같이 음이 높은 부분에선 음 이탈이 날까 조심스레 호흡을 조절한 끝에 무사히 시험을 마쳤습니다.



▲ 작은북 시험곡 악보. R은 오른손, L은 왼손으로 연주해야 하는 음이다. 세 개의 사선은 트레몰로로 연주하라는 표시다.



▲ 강의실과 복도의 악기장에는 여러 악기들이 구비되어 있다.


마지막 과제는 작은북입니다. 다른 부분들은 어렵지 않게 연주할 수 있는데 역시 ‘트레몰로’가 힘듭니다. 시상식에서 수상자를 호명하기 전에 나오는 효과음처럼 멋지게 ‘두구두구두구’ 하고 치고 싶은데 마음 따로 채 따로입니다. 하지만 연습을 거듭한 끝에 손가락의 힘을 풀고 북의 표면 위에서 채가 살짝 튕겨가게끔 하면 된다는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하고는 무난하게 시험을 치릅니다. 작은북 시험까지 마치고 나서는 강의실에 구비된 악기들로 기악 합주를 해봅니다. 큰북, 작은북, 탬버린, 멜로디언, 리코더 등을 나눠 맡아 ‘가을 길’을 연주하니 꼭 학예회 연습을 하는 기분입니다. 음악 이론 학습과 감상은 물론 피아노에, 리코더에, 작은 북에, 기악 합주까지. 악흥으로 가득했던 학기가 어느덧 저물어갑니다.

■ 어째서 교대에 입학하면 ‘고등학교 4학년’이 되어야 하는가!


앞서 소개한 사례들은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며 학교마다 세부적인 교육 과정에는 물론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어찌하였든 교대생은, 그러니까 예비 초등 교사는 예체능 과목을 꼭 수강해야만 합니다! 어려서부터 꾸준하게 체육을 싫어하고 못 하는 저 같은 학생도 예외는 절대 없습니다. 태어나서 피아노 건반을 처음 만져본다는 동기들도 매주 피아노 반주 시험을 쳐야 했답니다. 악보대로 치기가 버겁다면 한 손으로 라도요. 이러한 예체능 과목의 실기시험은 학창시절 때 치르던 수행평가와 꼭 닮았습니다. 짜여 나오는 시간표와 더불어 교대생들이 학교에 입학하면 '아 나는 고등학교 4학년이 되었구나' 하고 한탄하게 되는 주요한 이유죠.




▲ 필자가 재학 중인 학교의 올해 모집 요강 중 ‘모집단위 선택 시 유의사항’에서의 초등교육과와 관련된 부분.

모집 요강에서도 명시하고 있듯 예체능 실기 과목들 역시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한다.

그야말로 ‘전인교육’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처럼 교대생들이 예체능 분야까지 섭렵한 ‘만능 엔터테이너’로 거듭나게끔 교육 과정이 구성된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은 모든 과목을 가르쳐야 하니까요. 첫 번째 기사에서 말씀드렸듯이 교육대학교(초등교육과)는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입니다. 따라서 그 교육 과정에서는 음악, 미술, 체육과 같은 예체능 과목도 다루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학교에 따라서 일부 과목에는 해당 과목만 담당하여 가르치는 전담 교사가 있기도 합니다. 영어와 예체능 과목은 특히 그러한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이다음에 어느 지역의, 어떤 학교의, 몇 학년을 맡아 가르치게 될지 모르니 예비 초등교사는 예능 및 체능의 소양도 길러야 하는 것입니다.


■ 배움, 그 이상의 배움


앞서 교대생들이 예체능 과목을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이유는 훗날 해당 과목의 수업을 모두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리긴 했지만, 사실 ‘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꽤나 다릅니다. 때로는 그 둘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보아도 될 만큼 그러합니다. 음치, 박치인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칠 수 없을까요? 반대로 국가대표급 운동 실력을 가진 선생님만이 아이들과 즐겁고 유익한 체육 수업을 할 수 있을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예체능 강의들을 듣는다고 극적으로 실력이 향상되는 것도 물론 아닙니다. 저는 여전히 뒤구르기를 바르게 못 하고, 제 친한 친구는 아직도 높은 도 이상의 음을 리코더로 연주하는 데 서툽니다. 하지만 비록 ‘잘’ 하지는 못할지언정 교육과정을 이수하며 예체능 분야를 폭넓게 접하는 것은 훗날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밑거름이 되어줄 거라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저는 아직도 뒤구르기를 못 하지만 뒤구르기를 하기 위해서는 매트에 손을 올바르게 짚는 것이 가장 어렵고 중요하다는 것은 몸소 깨달을 수 있었거든요.



▲ 평가 순서를 기다리며 피아노 반주 연습을 하고 있는 교대생들. 헤드셋 덕분에 손가락과 건반이 부딪치는 소리만 들린다.

초등교사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며 오늘도 전국의 교대생들은 피아노를 치고, 그림을 그리고, 체육관에서 뛰고 있답니다.



2017 교육부 블로그 기자단 / 황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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