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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와 인공지능, 그리고 메이커가 고려할 저작권 문제

대한민국 교육부 2017. 6. 28. 20:36


 천경자와 인공지능, 
 

그리고 메이커가 고려할 저작권 문제






꽃과 여인의 화가 천경자 화백, 그녀의 굴곡진 삶


 천경자 화백은 우리 미술사에 있어 무척 소중한 인물이다. ‘꽃과 여인의 화가’로 불리는 천 화백은 한국화의  채색화 분야에서 독자적 화풍을 이룬 화가로 꼽힌다. 1955년 대한미협전 대통령상, 1971년 서울시문화상, 1975년 3.1문화상, 1979년 대한민국예술원상, 1983년 은관문화훈장을 수상할 수 있었던 건 천 화백이  단지 ‘여류화가’여서가 아니라 작품 그 자체로 우리 미술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국의 프리다 칼로’라고 불리기도 하는 천 화백을 두 번 잃었다. 한 번은 2015년 작고했을 때, 다른 한 번은 그 유명한 1991년 <미인도>의 위작 논란으로 절필을 선언했을 때다.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이 운명을 달리하는 일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위작 논란으로 절필한 때는 참 아쉽고 안타까운 순간이다. 그런데 이 위작논란은 천 화백의 사후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다.

<미인도>위작 논란의 큰 흐름은 이렇다.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미인도가 기념품 복제화로 판매되고 있었는데, 천경자 화백이 원작의 진위 여부에 의문을 표했다. 천 화백은 원본을 직접 보고는 그것이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한국화랑협회 미술품감정위원회는 진품이라고 판정했다.


천 화백이 “자기 자식을 몰라보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고 맞서자, 돌아오는 건 자기 작품도 구별하지 못하느냐는 비난이었다. 천 화백은 큰 정신적인 충격 속에서 절필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1999년 고서화 위조범 한 명이 자신이 <미인도>를 위조했다고 증언하면서 다시 한 번 논란이 일었을 때도 미술관 측은 작품의 입수시점과 위조시점의 불일치 등을 이유로 작품이 진품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리고 그녀의 사후에 프랑스의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연구소 팀에서 최종 과학감정 보고서를 제출해 진품 확률은 0.0002%라고 밝히며 논란은 불길이 됐다. 이혼과 불륜 등으로 굴곡진 삶을 살다 간 천 화백은 여전히 굴곡의 중심에 있다.



 
저작물은 창작자가 낳은 자식


여기서 <미인도>진품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말은 아니다. 중요한 체크 포인트는 <미인도>가 진품이어야만 하는 미술관 측의 입장이다. 만약 <미인도>가 위작이라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술관으로서의 위상에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작품의 입수 경위, 감정평가 과정 등의 신용도에 문제가 생기고, 천 화백 스스로가 “내가 그린 그림이 아니다”라고 하는데도 그녀를 매도한 태도, 그리고 그림을 구입하고 관리하는데 든  비용 등 직·간접적인 손실이 여간 적지 않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저작물은 창작자가 낳은 자식인데, 소유한 사람이나 기관, 단체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말이다. 양상은 다르지만 수많은 곳에서 이와 비슷한 다툼이 일어나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창업했는데 등록할 수 있는 업종이 없어 사업을 시작조차 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불확실한 경로로 유통된 예술작품의 소유주와 원작자 간의 소유권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소유권과 저작권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오늘날 세를 키워가는 ‘메이커 운동’이 ‘오픈소스 제조업 운동’이기 때문이다. 

오픈소스를 간단히 말하면 ‘무상으로 공개된 소스코드 또는 소프트웨어’다. 일반적으로 소스코드를 알면 해당 소스코드를 통해 만든 소프트웨어와 유사한 것을 만들 수 있어 기업 등에서는 자사 소프트웨어 소스코드를 극비로 한다. 그리고 저작권(라이선스)을 등록해 다른 사람에게 제공할 때 사용료를 받곤 한다. 그런데 오픈소스 운동을 주장하는 대범한 이들이 소스코드를 공해함으로써 소프트웨어 및 제조업의  생태계를 넓히고자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누구나 자유롭게 소프트웨어의 개발·개량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 더욱 우수한 소프트웨어의 등장도 더 많아질 것이라 예상한다.

당연히 다수의 사람들이 환영했다. 접근하기 어려웠던 정보를 쉽게 접하게 돼 소수만이 누리던 스마트기술의 세계에 보다 쉽게 발을 담글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더 많은 스마트기술의 창작자가 더 많은 스마트기술 자식을 낳을 수 있게 되었다는 말과 같다. 
 


메이커운동을 포괄하는 디지털 창작 시대의 특징




2016년 상반기, 우리나라는 가장 뜨거운 스마트기술을 안방에서 맞았다. 인공지능(AI)의 일종인  알파고였다. 알파고는 우리나라 바둑계를 대표하는 이세돌 기사와 바둑 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모두가 아다시피 4 대 1로 알파고의 승리. 인공지능이 절대로 인간을 이길 수 없는 분야 가운데 하나라고 꼽히는 바둑에서 인간이 패배했다는 충격은 꽤 오래 갔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섰다는 말은 아니지만 인공지능이 가지는 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구글의 브레인 팀은 예술 부문 그룹인 그레이 에어리어 파운데이션(Gray Area Foundation)을 꾸리고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하여 인공지능이 이미즈를 학습하게 한 뒤 이를 조합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딥드림(DeepDream)을 선보였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딥러닝한 딥드림은 실제로  유사한 질감의 모방 작품을 만들어내 놀라움을 안겼다. 또 구글은 ‘마젠타 프로젝트(Magenta Project)’를  통해 인공신경망이 음악을 작곡하게 해 80초짜리 피아노곡을 발표했다. 일본의 인공지능은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이라는 A4 3장짜리 소설을 써내기도 했다.

더구나 새로운 발상과 창의성에 중점을 둔 ‘호시 신이치상’이라는 문학상의 1차 예선을 통과하기까지 했다. 물론 수상에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그 자체로 놀라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동안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여긴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차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바둑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게임, 디자인, 소설, 기사 등에서 실제로 인공지능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이같은 인공지능의 기반이 되는 디지털 기술은 100% 복제라는 특징을 지닌다. ‘Ctrl+C’, ‘Ctrl+V’만으로 하나의 음원, 이미지, 영상, 텍스트를 무한대로 복제 가능하다. 인공지능의  창작물은 복제와 복제의 변형에서 시작됐다. 3D프린터는 현실세계의 물건을 100% 복제해낼 수 있고, 설계를 조금만 변형해도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 
 


스마트기술의 저작권에 대해 활발히 논의하는 각국


 


인공지능 창작물에 대한 논란은 있다. 이것이 창작물이냐, 조합물이냐는 가치 판단에서부터 그 저작권의 소유물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데까지다. 논란의 핵심은 ‘저작권이란 인간이 만든 창작물에 한정하는데 기계인 인공지능의 인격을 어떻게 인정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논란은 인공지능이 정교해질수록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 점에 대해 서둘러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는 이유다.

특허권이나 실용신안이 등록된 상용제품의 복제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 것인가 하는 논란 역시 살펴야 한다. 3D프린터는 메이커의 가능성을 실물로 확대한 획기적인 제품이다. 개인이나 스타트업에게 3D프린터는 저렴한 원가, 간단한 방법으로 원하는 물건을 만들거나 프로토 타입, 완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어 무척 환영받는다. 반대로 대형 제조회사는 3D프린터의 등장에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어쩌면 견고하다고 여긴 그들만의 리그에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난 셈이어서다. 설계도만 있으면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 내니 저작권, 재산권의 영역에도 주의할 군데가 많다.


3D프린터는 기존 질서와 새로운 흐름 간 충돌의 뇌관인 동시에 부 재분배의 열쇠다. 3D프린터로 3D프린터를 만드는 방법을 대중에 알린 영국의 에이드리언 보여 박사(전 영국 바스대 교수)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모두가 각자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모두가 부유해지는 것”이라며 3D프린터가 부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같은 논란을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 저작권에 대해 미리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일련의 흐름으로  인해 발생하는 저작권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전체 논의는 더 살펴야 하겠지만, 홍익대학교 미래산업전략연구소의 고정민 소장은 이렇게 말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스마트기술의  저작권에 대해 꽤 많은 준비를 해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기술과 연관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이에 대한 준비가 이미 꽤 많은 진척을 보인다. 일본은 이미 인공지능 저작물의 권리보호에 대해 검토하고 있고, EU는 로봇규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영국은 컴퓨터가 산출한 저작물을 오래 전부터 인정해왔고, 미국은 IP 집약적인 산업 분야에서 4,000만 개의 저작물을 인정하려 한다. 중국 역시 IT 기술에 있어서의 저작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메이커운동이 고려해야 할 저작권 문제


고정민 소장은 메이커운동 및 스마트기술이 안정되는 흐름에 따라 저작권의 허용 범위를 달리해야 한다고도 밝힌다. “오픈소스 운동은 필연적으로 정보와 지식의 공유를 야기합니다. 저작권과 관련한 이슈가 발생하는 부분인데요. 이에 대해서는 산업 발전의 측면과 저작권 보호의 측면, 도입 초기와 안정기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지금의 공유 네트워크는 허용을 전제로 하지만 규제를 이야기하는 이들도 만만치 않게 존재합니다.”

저작물을 공정하게 이용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저작권을 지키려고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적용하면  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미친다. 스스로 진입장벽을 만드는 꼴이다. 미국과 일본 같은 선진국의 경우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데이터를 저장하거나 복제하는 경우 면책하도록 해놓으면서 몇 가지 전제를 붙였다. 정당하게 취득한 복제물이어야 하고, 사적인 이익을 위해 반복적으로 사용하거나 다수의 사람에게 노출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두되 개방적인 태도로 4차  산업혁명 시대 메이커들이 꽃피우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 규제를 적용할 필요도 있다는 점 또한 고려해야 한다.

메이커운동은 획기적인 발상으로 새로운 시대 흐름의 토대가 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곧 마주칠 공유의  적정범위 문제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메이커가 만들어놓은 창작품을 소스코드 개발자 또는 특정한  권리자가 자신의 것이라 주장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저작권 문제는 메이커가 마주칠 미래의 단상이다.


   * 참고 
- ‘4차 산업혁명과 지식재산권의 새로운 물결’
- 네이버 백과사전 두산백과 ‘오픈소스’
- 네이버 백과사전 두산백과 ‘천경자’
-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프랑스 뤼미에르 감정단의 천경자 <미인도>과학 감정’
- YTN ‘내 어머니 천경자는 ‘잠자는 것처럼 돌아가셨어요’’
- 한겨레신문, ‘스스로 만드는 시대, 부의 격차 줄어든다- 3D프린터 대중화 개척자 에이드리언 보여 인터뷰’ 
 


기획_ 한국과학창의재단
글_ 김지원 Let’s Make 에디터
사진_ 한빛출판네트워크
(http://www.hanbit.co.kr/network/category/category_view.html?cms_code=CMS5442226110)
 SBS뉴스(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229822)
뉴아이피비즈(http://www.newip.biz/board/?type=view&boardkind=23&index=239http://2proo.net/1698)

출처_ 메이크올뉴스레터 Vol.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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