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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루덴스(놀이와 재미를 즐기는 인간)의 시대, 혁신은 즐기고 만들면서 시작된다 본문
호모루덴스(놀이와 재미를 즐기는 인간)의 시대,
혁신은 즐기고 만들면서 시작된다
- 일본 주요 메이커 스페이스 탐방기 -
만들라, 배우라, 공유하라! - 상상이 실현되는 메이커 스페이스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
“아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공자)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 그 위에 즐기는 사람.”(우리나라 속담)
자취방을 꾸미는 데 열중하던 대학생 제이쓴은 인테리어 노하우를 블로그에 올렸을 뿐인데 지금은 ‘헌집줄게 새집다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셀프 인테리어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집안사정으로 대학진학을 못했던 대도서관(나동현)은 학력을 중시하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회사를 그만두고선 좋아하는 게임을 통해 유투브 구독자 129만명을 거느리는 ‘BJ(브로드재키)계의 유재석’이 되면서 1인 미디어라는 직업을 조명하고 있다.
이렇게 최근 학위, 자격증이 없지만 자기만의 취미를 갖고 잘 노는 사람이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고, 티비 프로그램에서는 대한민국 청년들도 이제 ‘일일놀놀(일할땐 일하고 놀땐 놀자)’하자는 방송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어떤 일이든 노는 것처럼 하는 이를 따라잡을 수 없고, 잘 노는 사람이 혁신을 창출하는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어디에 모일까?
‘나도 아이디어가 있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까?’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어디에 가야 만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면 주저없이 메이커 스페이스를 찾으라!
그리고 이번 기사에서는 금전적 이득이나 눈에 보이는 보상을 추구하지 않고 그저 ‘재미’로 무언가에 몰두하는 ‘오타쿠(御宅) 문화’의 성지인 일본을 찾아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메이커들을 지원하는 메이커 스페이스에 대해서 알아보자.
개방, 협력의 창작 문화와 모노즈쿠리 정신을 기반으로 한 민간 중심의 메이커 운동
일본의 메이커 스페이스는 혁신에 필요한 정보와 아이디어 구체화에 필요한 도구를 공유하고, 다양한 분야와의 네트워킹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간으로 주요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후지쯔(테크숍), DMM(dmm.아키바), 나크시스(Makers base), 로프트워크(Fablab, Fabcafe) 등이 대표적이다.
도쿄에 있는 10여개의 메이커 스페이스 중 도쿄 패버스(Tokyo Fabbers)의 임대한 폐교를 메이커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적기업, 문화단체들이 이용 가능하도록 재구성한 ‘IID(Ikejiri Institute Of Design)’, 메이커스페이스와 카페를 결합한 ‘팹카페(Fab Cafe)’와 우리나라 용산전자상가와 같은 곳에 위치한 아키하바라의 DMM 메이크 아키바, ‘16년 4월에 오픈한 테크숍 도쿄를 방문해 일본의 메이커 스페이스 특성을 알아보았다.
도쿄 패버스(Tokyo Fabbers)는 공공 기관인 도쿄예술위원회*(Art Council Tokyo)와 민간의 일본 팹카페가 공동으로 주도하여 구성된 지역 6개 메이커 스페이스 연합 커뮤니티로, 도쿄 내 메이커 스페이스 지도, 교육 프로그램 책자 등 지역 내 메이커 스페이스 활용 정보를 공동으로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메이커 운동 활성화를 위한 포럼과 네트워크 회의를 개최하여 협력방안을 자체적으로 모색하고, 각자 설립주체의 특성을 반영한 운영방식과 제작설비를 갖춰놓고 있지만 이를 특화하고 상호 보완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참여기관은 임대한 폐교를 메이커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적기업, 문화단체들이 이용 가능하도록 재구성한 ‘IID(Ikejiri Institute Of Design)’, 메이커스페이스와 카페를 결합한 ‘팹카페(Fab Cafe)’, 도자기부터 실크스크린, 금속공예, 목공예 등 DIYer라면 누구나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메이커베이스(Maker Base)’ 와 아카데믹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팹랩, 3D 출력업체인 해피프린트, 의류제작에 특화된 코로모자로 총 6개 기관이다.
메이커라는 촉매제를 통한 새로운 혁신과 화합반응으로 넛지시장 창출
1. DMM.아키바 - 하드웨어 메이커 창업 지원
이 공간에서는 개발된 메이커 제품은 자신의 취미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 등록해 놓으면 주변에 동일한 취미를 가진 사람을 표시하고 알려주는 제품인 윙클의 ‘AYATORY’와 댄서의 동작과 연동하여 구두과 발광하는 이색의 IoT제품 ‘Orphe’, 저렴한 의수, 스마트폰 연동형 스노우보드바인딩 등이 있고, 한국의 유상준 대표가 만든 ‘캣치캣츠’도 아키바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사진] 팹카페 스페이스 (왼쪽)
Dmm. 아키바 커뮤니티 공간 (오른쪽)
이러한 사례들을 토대로 여러 기업들의 관심과 후원이 늘어나고 있어 아직까지는 수익이 나는 구조가 아니지만 내년부터는 수익창출을 기대한다고 한다.
즉, 입주 메이커들을 통해 새로운 혁신에 대한 영감을 얻고, 기존 제품, 서비스와 메이커의 아이디어를 결합하여 새로운 제품을 창출하는 화학반응을 얻을 뿐만아니라 더 나아가 새로운 넛지 시장 창출까지 이어지는 생태계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Q. ‘메이커들의 시작품은 대기업의 효자템처럼 대중들에게 팔리거나 고도의 기술이 개발되어 획기적으로 시장판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닌데, 이들 기업은 당장의 이윤이 창출되지 않는 메이커 스페이스를 왜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일까'?
A. ‘하루에 10여개의 기관이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하는 ’DMM’은 온라인 유통업체라는 특성상 오프라인 제작과정과 손에 잡히는 하드웨어적인 제품 개발 참여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 ‘13.7월 사용자가 3D 모델 관련 데이터를 인터넷에 업로드하면 DMM이 3D프린트 결과물을 고성능 3D프린터 출력을 대행해 주는 서비스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수익보다는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모험 지원하는 사풍‘ 하에 온-오프를 연계하고 제품을 만들어내는 공간인 메이커스 스페이스를 기획하게 되었고, 팹카페 등 기존의 메이커 스페이스에 컨설팅을 받아 DMM.아키바를 오픈하였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메이커 활동, 메이커 체험
2. 팹카페 – 메이커 문화 확산 및 메이커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문객들이 소통‧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장을 조성
팹카페는 정보와 아이디어가 융합하고, 아이디어를 디지털 장비로 제작하는 것을 지향하는 놀이 및 커뮤니티 공간으로 메이커, 제품제작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도 토크콘서트나 밋업 행사부터 커피한잔의 여유를 즐기러 오는 공간이다.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로 꽉찬 카페를 보니, 팹카페를 한번도 안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와본 사람은 없을 것 같이 보였다.
[사진] - 좌측부터 순서대로 (1), (2) ,(3)
팹카페 전경 (1) / 팹카페 이벤트_햅틱 디자인 어워드 (2) / 팹카페 도쿄 판매물품_재료 등 (3)
Q. ‘메이커 활동은 약간 ’덕후‘적인 거 아닐까? 메이커 운동의 대중화가 가능한 것일까? 그리고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것일까’?
A. (팹카페)‘도쿄 디자이너스 위크 2010 전시회에서 기존 팹랩 공간에 카페개념을 접목한 형태가 팹카페의 시초로 팹카페는 메이커 활동이 개인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거나 서로 공유하고 협업하는 것으로 보고 메이커에 대한 문턱을 낮추는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일 2~3백명이 방문하고,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해서 운영하는 구조이다.. 팹카페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푸드&드링크를 판매하면서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고, 연차가 쌓이며 대관 이벤트&워크숍, 기업 협업 프로젝트, 글로벌 팹카페 네트워크 확대의 역할도 커지고 있어 메이커 운동 대중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지역사회의 참여를 유도하는 다양한 소통 프로그램 운영
3. 이케지리 학교 - 폐교를 활용하여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지역사회 중심의 메이커 프로그램 운영
지역문제해결형 Startup Weekend(지자체, 메이커, 벤처기업 등 참여) 운영하는 등 일본의 메이커 운동은 경제, 사회이슈 등과 결합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일본은 지역의 Craft(칼, 경첩..) 기술이 이어질 수 있도록 2대, 3대 기술창업자 대상 정부의 지원이 있고,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춘 중장년 퇴직 인력의 소호창업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특히, 이케지리 중학교의 경우 일본의 버블 경기가 끝나고, 경기 침체되면서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 주거비용 상승으로 이 지역의 인구도 점점 감소하여 학교도 자연스럽게 통폐합되었고, 2004년 폐교가 결정되었다. 이러한 폐교는 지자체 입장에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데 이를 ‘만들기’를 컨셉으로 하는 회사/단체에 임대하여 리모델링을 통해 지역 주민을 위한 이벤트 및 워크숍 진행하도록 활용한 부분이 지역문제해결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긍정적인 사례로 보인다. 이 지역의 명물이 되어가고 있는 이곳은 어느새 10여년이 넘게 운영되었고, 이제는 다른 지역의 폐교 활용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
Q. ‘메이커 활동이 우리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이케지리) ‘이케지리 학교는 배움, 놀이, 일을 통해 '사람'과 '지역 경제'의 관계 활성화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공간으로 지자체에서 학교 임대비를 시세의 25%만 받는 조건으로 지역사회 내 산업만들기, 일자리창출, 인재육성, 기업유치, 관광거점의 역할을 하고 있다. 폐교 공간 리모델링하여 ‘만들기’를 컨셉으로 하는 45~50여개 기관/단체에 공간 임대하고, 지역주민들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여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한다. 입주기업들은 다양한 분야, 중복 영역이 없도록 선발하였고, 타 공간과 달리 ‘복도’가 있기 때문에 사람만날 기회가 많아 협업하기 좋은 환경이 가장 큰 장점이다. 사무국이 호스트로 월 1회 1층 카페에서 살롱 형태의 입주자 정기모임도 운영 중이며 입주자들은 연중무휴 24시간동안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4. 글로벌 프랜차이즈인 테크숍-도쿄는 전부 장비기술자나 전문가가 아닌 소셜스킬이 높고, 메이커 활동을 즐기는 사람을 매니저로(현재 10여명) 채용한다는 점이 특이했다. 방문한 당시에는 곳곳에서 회원과 매니저들이 같이 기기사용법을 배우고, 곧 있을 1주년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몰 수 있었다. 다른 메이커 스페이스들도 영리기업이라 돈이 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운영하지 않았지만 테크숍은 아예 12세 미만은 출입 금지라고 한다.
일본 메이커 스페이스의 특징
메이커 운동은 각 나라의 문화를 반영한 특징을 갖는다. 일본의 메이커 운동은 모노즈쿠리와 오타쿠 문화를 원동력으로 ‘중장년 퇴직인력이 본인의 기술과 전문성을 활용해 제2의 인생을 위해 메이커 창업을 꿈꾸고 도전하고’, ‘삶을 즐기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여유를 바탕으로 만들기 자체의 즐거움을 용인’하는 마인드를 특징으로 한다.
이번 탐방동안 만난 메이커들은 ‘그냥 재미있어서 혼자 인터넷 뒤지고, 유투브 동영상을 보면서 새로운 기기활용법을 습득한다.’며 한국의 메이커들과 오히려 ‘100여개가 넘는 메이커 스페이스와 자유학기제와 연계한 메이커 교육이 있고, 다양한 메이커 창업지원 정책이 있는 한국이 부럽다.’고 했다.
이번의 인연이 서로의 장점을 벤치마킹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글·사진_ 한국과학창의재단 김보경 연구원
출처_ 메이크올 뉴스레터 Vol.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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