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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민서포터즈

아르헨티나 축구심장, 보카주니어스 가보니

대한민국 교육부 2010. 6. 17. 07:00
아르헨티나 축구의 심장, 보카주니어스(Boca Juniors) 구장을 가다.

둥근 공. 둥글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주는 공정함. 그 공정함이 우리에게 주는 안도감과 평등함. 누구에게나 똑같은 크기와 무게를 가진 둥근 공을 차는 세계 각국의 축구 선수들, 그리고 둥근 공의 빠른 움직임에 열광하는 팬들. 

바야흐로 역사상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 열린 월드컵의 열기가 전 지구를 끓어오르게 하고 있다. 적어도 대한민국은 이미 흥분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버렸다. 우리의 태극 전사들이 신들의 나라 그리스를 2대0으로 완파했기 때문이다. 태극 전사를 보호하는 붉은 악마의 수호신이 거대하고 전지전능한 그리스 신들을 압도해버린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너무 외쳐서 쉬어버린 목소리를 가다듬을 사이도 없이 우리는 세계 최고의 축구강국 아르헨티나와 결전을 벌여야 한다.
 
아르헨티나. 역대 월드컵에서 우승 2번, 준우승 2번을 차지한 국가다. 1900년대 초반만해도 세계 4대 부국의 영예를 누린 나라라는 사실과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세기의 영부인' 에바 페론을 논하지 않더라도, 1980년대 그 이름만으로도 하나의 아이콘이자 브랜드였던 디에고 마라도나(Diego Maradona) 의 조국이기도 하다. 축구선수로서는 165cm로 초단신인 마라도나가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보여준 신기에 가까운 드리블을 지금도 잊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손을 맞고 들어간 골에 대해 "그것은 신의 손이 한 일이다" 라고 말한 그의 독설이 아직 생생하게 들리는 듯하다.
 
한 시대를 구가한 축구 천재이자 동시에 악동이기도 한 마라도나는 지금 아르헨티나 대표님 감독으로서 남아공 월드컵에서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인 허정무 감독도 멕시코 월드컵에 선수로서 출전하여 그 당시 마라도나 선수와 일전을 벌였었던 기억이 새롭다. 두 사람이 선수로서 뛸 때는 아르헨티나가 승리를 했지만 감독으로 벌이는 경기에서는 누가 승자가 될지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보카 주니어스 홈 구장 입구에 걸려있는 Diego Maradona의 거대한 사진


마라도나 감독을 배출한 구단은 보카 주니어스(Boca Juniors: 스페인어 발음으로는 보카 후니오르스) 이다. 남미 최고의 축구구단으로 여겨지는 보카 주니어스는 마라도나 말고도 1994년과 1998년 월드컵에서 연속으로 해트트릭(Hat-trick: 축구에서 한 경기에서 한 선수가 3골을 넣는 것)을 이루고 2000년대 초반까지 최고의 공격수로 불렸던 가브리엘 바티스투타(Gabriel Batistuta), 그리고 ‘제 2의 마라도나’ 라고 명명되며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도 출전하고 있는 카를로스 테베스(Carlos Tevez)를 배출한 구단이다. 

보카 주니어스 구단을 거쳐 유럽의 빅 리그로 진출한 선수들이 단순하게 진출했다는 정도가 아닌 세계 최고의 몸값을 인정받고 종횡무진 활약하는 것을 볼 때 보카 주니어스를 남미의 ‘축구영웅 양성소’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다.

Club Atletico Boca Juniors 의 문장

 
보카 주니어스 구단의 홈구장은 Boca 라는 작은 항구도시에 자리 잡고 있다. 아르헨티나를 출장으로 세번이나 방문했지만 보카 주니어스 홈구장을 직접 가본 것은 작년이 처음이었다. 더구나 작년 12월 초 월드컵 조추점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아르헨티나가 우리와 같은 조에서 자웅을 겨룬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막상 오늘 결전을 치른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다.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가 다시 같은 조로 편성되었다는 사실이 악연인지 필연인지는 잘 판단이 서지 않지만, 적어도 24년 전 '빅 매치' 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던 두 명의 대표 선수가 세월이 흘러 상대방 대표팀의 사령탑이 되어 재회한다는 것이 왠지 의미가 있어 보이고 재미있다.
 
홈구장의 이름은 라 봄보네라 (La Bombonera)이다. 이 구장에서 보카 주니어스의 팬들은 경기가 있을 때마다 함성을 지르며 열성적인 응원을 하여 상대팀의 기를 꺾는다고 한다. ‘초콜릿 상자’를 의미하는 구장의 이름과는 달리 경기가 열린 때면 모든 것이 녹아 버릴 것 같은 열기가 뿜어져 나온다. 아르헨티나 축구의 심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 봄보네라는 아르헨티나 축구의 중심이며 축구에 대한 열정 그 자체다. 1904년에 완공되었다는 이 구장이 백년이 넘은 지금도 이렇게 화려하고 건재한 것을 보면 수많은 축구팬들의 사랑과 애정이 곳곳에 녹아들어 있음은 확실해 보인다.
 

'초콜릿 상자'를 의미하는 La Bombonera 구장의 외관

 
경기가 열리지 않을 때는 일반에게도 공개가 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견학을 온다.  일층에 마련된 기념품 가게에서 각종 축구 용품과 선수들의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보카 주니어스' 와인이다. 와인의 나라답게 축구단의 기념품으로 와인을 내놓았다. 이 와인을 마시면 왠지 축구가 잘 될 거 같은 느낌이었다.
 

경기가 없을 때는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관광의 명소가 되었다.


보카 주니어스 Label 이 붙어 있는 와인


약 5만 7천명을 수용한다는 La Bombonera 구장


기념품을 파는 상점 입구에 늠름하게 서 있는 마라도나의 동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구장을 방문한 사람들의 심장은 이미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천장의 밝은 조명에 비친 동상의 그림자. 동상과 동상의 그림자가 만들어 내는 실루엣만으로도 상대방팀은 사기를 잃어 버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난 곧 우리와 회심의 일전을 치를 아르헨티나의 축구 심장을 보고 왔다. 우리의 함성이 유럽 축구 선수권의 우승국이었던 그리스를 침몰시켰듯이 아르헨티나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희망을 가져본다.
 

마라도나는 불멸의 영웅이며 신적인 존재다. 그의 동상과 동상의 그림자


구장의 맨 윗층에는 경기를 마치고 선수를 인터뷰하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La Bombonera 구장이 있는 Boca 지구는 탱고의 발상지로 통한다.


둥근 공은 많이 가진 자, 가난한 자, 권력을 가진 자, 권력에서 소외된 자, 빨리 뛸 수 있는 자, 오래 뛸 수 있는 자, 그리고 남녀노소 모두에게 평등하다. 그래서 축구라는 규칙을 통해 움직이는 작지만 아름다운 공의 미학에 전 세계가 열광하는 지도 모르겠다. 아르헨티나를 통쾌하게 이겼으면 좋겠다. 그러나 둥근 공의 공정함을 통해 만들어지는 아름다운 승리이기를 기대한다. 아르헨티나 축구의 심장, 보카 주니어스 구장에서 내가 본 것은 아름다운 승리의 미학이었다.


브라이언 샬롬
 | IDEA팩토리 정희섭 기자 | amPR 대표 | heeshalom@hanmail.net

전세계 55개국을 다닌 여행 전문가, 글로벌 리더들과 함께 호흡하는 글로벌 네트워킹 메이커, 존경받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민간 외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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