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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정지궤도위성, 천리안의 5가지 의의 본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가다! - 통신해양기상위성 천리안(天利安)
항공우주연구소 ⓒ이인옥
날씨도 화창했던 지난 4월의 어느 날. 목련의 탐스러운 봉오리가 자태를 뽐내고 벗꽃이 화려하게 피기시작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대전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에 다녀왔습니다.
다녀온 소감은 한 마디로 ‘아! 우리나라의 멋진 과학자들!’이었지요.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과학을 전공했고 그 분야에서 열심히 연구하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덕분에 같은 나라에 살고 있는 저도 우쭐해지고 행복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제가 취재해 온 복합임무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6월 24일, 우리나라에서 기술개발하는 최초의 정지궤도위성이 될 천리안 위성이 프랑스령 기아나 꾸루시에 있는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입니다. 천리안 위성은 Ka대역의 위성통신장비, 해양관측기, 기상관측기를 탑재한 복합임무 위성으로 적도 상공 36,000Km 위에서 지구의 자전속도와 같은 속도로 돌아 지구에서 볼 때는 정지된 것 같은 모습으로 우리나라 경도와 일치하는 동경 128.2도에 위치하게 된다고 하네요.
통신해양기상위성 구조
통신해양기상위성 주요 제원
- 운용고도: 36,000Km
- 운용궤도: 동경128.2도
- 발사중량: 2,497Kg(탑재체 포함)
- 탑 재 체 : 영상관측센서, 해상관측센서, 통신중계기/안테나
이번에 우주로 쏘아 올려질 천리안은 대한민국이 우주개발분야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게 하는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요, 우리에게 자긍심을 가지게 하는 천리안의 의의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1) 정지궤도 동경 128.2도 선점
현재 다목적위성으로는 아리랑 2호 위성이 저궤도위성으로 운용 중이고, 정지궤도위성으로는 무궁화위성 3호와 5호, DMB위성인 한별위성(동경 144도-일본과 공동운용)까지 3개가 운용 중에 있지만, 무궁화 위성은 동경 113도와 116도에 자리 잡고 있어서 인도네시아 상공에서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위치에 떠있습니다. 정지궤도는 지구 적도면 상공 36,000km의 단일 원 궤도를 말하는데, 지구에 하나뿐인 이 궤도에는 위성 간의 주파수 간섭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위성의 수가 한정되어 있어서 좋은 위치 선정을 위한 각국 간의 치열한 경쟁이 있다고 합니다. 이번 천리안 위성은 우리나라 상공인 동경 128.2도의 위치에 자리를 잡게 됩니다. Oh! Yeah~
2) 일기예보를 우리 위성이 보낸 기상 사진으로
천리안이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 일본, 인도, 중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일곱 번째 정지궤도 기상위성 보유국이 됩니다. 지금까지는 기상예측을 일본과 미국으로부터 받은 영상(일본의 정지궤도 위성으로부터 한 시간에 두 번 구름 영상을 받고 미국의 저궤도 위성에서 하루 여덟 차례 영상을 수신)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기상이변 시에도 가장 빠르게 영상을 받는 간격이 30분이었어요. 이제부터는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우리가 원하는 지역을 우리의 위성으로 관측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최단 8분 간격으로 영상을 전송받아 기상이변으로 말미암은 재난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3) 정지궤도위성으로는 세계최초 해양관측
통신해양기상위성 천리안은 정지궤도위성으로는 세계최초로 해양관측 센서를 달아 한반도 주변 해양 환경을 실시간 관측할 수 있습니다. 바다 색깔을 관측해 물고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인지 파악하여 어장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생물량이 갑자기 증가하는 것을 파악하여 조기에 적조 발생을 감지하고 피해를 줄일 수도 있으며, 해류의 순환과 해양생태계 감시에도 활용될 예정입니다. 정지궤도위성은 저궤도위성처럼 해상도가 높지는 않지만, 해양관측기의 해상도 500미터는 정지궤도 해상도 중에 가장 좋은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 위성에 탑재된 해양관측기가 보내는 영상을 벌써부터 NASA(미국항공우주국), ESA(유럽우주국), JAXA(일본항공우주개발기구)에서도 탐내고 있다고 하니 우주 영상으로 수익을 낼 수도 있겠네요.
4) Ka-대역 위성통신장비 우주인증
천리안 위성에는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통신 중계기가 실립니다. 이미 위성통신 Ku밴드는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대역으로 넓힐 수밖에 없는 실정인데요, 이 Ka대역 중계기의 성능이 성공리에 검증된다면 국내에서 개발한 Ka-대역(20GHz)위성통신장비를 우주에서 검증함으로써 국내 기업이 상업용 위성통신 중계기 개발에 참여하는 기반을 마련해 수출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5) 최신 정지궤도 위성 개발 기술 확보
이번 천리안 위성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위성체와 탑재체를 외국에서 구매했던 무궁화위성이나 한별위성과 달리 설계부터 조립, 시험에 이르는 전 과정에 우리 기술진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데 더욱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저궤도위성인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위성)의 개발로 관측위성 분야에서 세계 7위권의 위성기술을 확보하고 있는데요, 이번 천리안 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면 독자적 위성 운영은 물론이고 정지궤도위성을 자체개발하는 세계 9번째 국가로 도약하여 세계 위성 시장에 진출하는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중형 정지궤도 위성인 통신해양기상위성 분야의 독자모델을 개발한다면, 현재 상용 정지궤도 위성 시장의 주요 모델인 대형 위성과 차별화된 2, 3톤급의 중소형 위성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정지궤도 위성은 ‘회전식 구형 위성’과 ‘3축 박스형 위성’이 있어요.
회전식 구형위성 - 지금까지의 정지궤도위성은 주로 회전식 위성이었는데, 이 위성의 장점은 회전하기 때문에 태양열에 의한 열변형이 적고 구조가 단순하여 개발이 쉽지만 태양전지를 사용해 발생시킬 수 있는 전기의 양이 한정되어 있어서 고출력 고성능 위성에는 사용이 어렵다고 합니다.
3축 박스형 위성 - 회전을 하지 않고 지구를 향해 24시간 관측할 수 있어 이 형태를 선호하고 있지만, 태양의 빛을 받는 여부에 따라 -150도에서 +150도까지 극심한 온도 변화를 견뎌야만 해요. 앞으로 정지 궤도 위성은 회전하지 않는 위성이 주도 할 것이기 때문에 이번 프랑스 아스트리움사에서도 3축 기상임무 위성을 개발하기 위하여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합니다.
인터뷰를 위해 항우연 양군호 박사님의 연구실에 들어갔더니 허억! 양 박사님은 책 속에 묻혀 계셨어요. 박사님께서는 정리를 잘 못해서 부끄럽다고 말씀하셨지만, 즉시 찾아보고 일을 하셔야 하는 증거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 수 있지요. 게다가 위성은 워낙에 복합적인 기술이 많기 때문에 세부적인 부분까지 다 알아야 해서 자료가 많이 필요하다고 하시네요.
각종 자료와 책으로 가득찬 박사님의 연구실
어휴~ 저 자료를 어떻게 다 보고 계신지 저는 구경만 해도 어지럽네요. 전문가가 아닌 기자가 바보 같은 질문을 해도 천리안 모형을 가지고 이것저것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는 박사님을 뵈니, 지구 정복을 꿈꾸는 나쁜 과학자는 만화나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하하!
박사님께 천리안 위성의 의의 말고도 여러 가지 이야길 들었는데, 위성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기자가 설명을 듣자니 머리에 쥐가 나는 것 같았네요. 그래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입력해왔지요.^^
천리안 위성은 복합임무 위성이라 해양관측기와 기상관측기, 통신장비를 한꺼번에 위성에 실어야 하겠지요? 그런데 이들 기기 간에 서로 간섭이 일어나기 때문에 그것을 제어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만 했다는군요. 환경의 제약은 기술의 도약을 낳는 것인가 봐요.
게다가 24시간 관측을 위해 3축 위성으로 설계를 하고 나니 기상관측기의 적외선 촬영장비가 태양전지판의 열 간섭을 받는 상황이 되었다지요. 그래서 태양전지판 날개를 한쪽 떼어냈데요.(사실 떼어낸것이 아니라 한쪽으로 몰아 붙인 것이겠지요.) 그랬더니 태양 광파에 의해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위성체가 한쪽으로 틀어지게 되더래요. 그래서 또 자세를 제어하는 제어계를 보강했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 정지위성도 태양전지판 날개 한쪽이 없는 것이 있지만 빈 곳에 대신 붐을 꽂아 균형을 맞췄다고 하는데, 우리 위성은 완전히 떼어내고 작용반작용 법칙을 이용한 전자팽이 같은 자세 제어계를 넣었기에 관측이 훨씬 용이하다고 하네요.
여기서 기자가 당당하게 날카로운 질문을 했지요.
"박사님 위성이 6면이니까 다른 면 2곳에 균형을 맞추어서 전지판을 달면 안되나요?"라고요.
박사님께서 웃으면서 말씀하시길 "태양빛을 잘 받기위해 날개는 보통 남북으로 달게 되어있는데 지구를 바라보는 방향도 그것과 일치한답니다.^^"
"아. 네~ 죄송합니다아. ㅠㅠ"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는 통신해양기상위성사업단 통해기체계팀 양군호 팀장님
천리안 위성을 발사할 발사체는 유럽의 아리안 5호 발사체인데요. 발사 성공률이 상당히 높다고 하네요. 한꺼번에 쏘아 올릴 수 있는 무게는 10톤 정도인데, 우리 위성(2.5톤)과 사우디의 구매위성(5톤)이 한꺼번에 쏘아 올려진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나로호 발사가 성공해서 우리 위성 뿐만 아니라 타국의 위성도 쏘아 올리며 국부를 늘리게 될 날이 오겠지요?
저궤도 위성의 평균 수명은 3년, 정지궤도 통신위성의 수명은 평균 12년 정도라고 하는데, 천리안위성은 복합임무 위성이다 보니, 전자파의 영향과 광학기기의 수명이 있기 때문에 7년 정도 수명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하네요. 다음에 쏘아 올릴 정지궤도 위성은 우리 기술로 만들어지고 훨씬 발전한 모습이 될 것을 생각하니 벌써 기대가 되네요.
이번 위성설계는 아스트리움에서 했지만, 이 프로젝트로 전자파에 대한 내구설계, 우주환경 하의 디자인, 전체적인 위성 작업에 대한 시스템적 진행기술, 조립하고 시험하는 기술을 배웠다고 합니다. 특히 조립, 시험은 우리나라에서 우리 시설로 했다고 해요.
천리안 위성은 프랑스령 기아나 꾸루시에 있는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되어 정지궤도 36,000Km 상공까지 올라가는 운용은 프랑스 아스트리움에서 하게 되고요, 궤도에 진입한 후에는 대전의 항공우주연구원에 있는 관제소에서 컨트롤 하게 되며, 기상, 해양 자료는 진천의 기상위성센터, 안산의 해양위성센터 등에서 각각 받게 된다고 합니다.
친절하신 박사님과 더 많은 이야길 나누고 싶었지만, 바쁜 가운데 시간을 내 주신 것이라 얼른 일어났어요. 참, 박사님이 손수 가져다주신 음료수는 꿀맛이었다지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본관 홍보전시관의 아리랑 위성 1호, 2호 모형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본관 홍보전시관
천리안(통신해양기상위성) 조립과정 (사진제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환경시험 준비 중인 천리안(통신해양기상위성) 모습 (사진제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우연 홍보협력실에 근무하시는 임영미님의 안내로 위성시험동, 발사환경시험실, 궤도환경시험실, 위성체 조립실, 위성 관제실을 견학했습니다. 영화에서나 보던 엄청난 규모의 시험동에 태극기가 걸려 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거기다 관제실에서 아리랑 2호 저궤도위성을 제어하는 모습은 감동이었지요. 전동 버티컬 브라인드가 "쭈아앙~!" 열리는 관제실도 구경했지만, 친절하신 저궤도위성관제팀 정대원 팀장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시며 손수 기념품까지 챙겨주셔서 저는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위성종합관제실의 모습 (사진제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우주연구원에서는 이런 위성뿐만 아니라 항공기에 대한 연구도 하고 있었는데요 스마트무인기(smart UAV)의 모형 모습은 영화에서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타고 수직이륙을 하던 비행기의 모습과 흡사하더군요. 수직이착륙 및 고속비행이 가능한 무인항공기와 통신 장비, 지상 관제장비 등을 포함한 차세대 무인 항공기 시스템으로 2010년대 세계 5위권 무인기 기술 보유국 진입한다는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하네요.
스마트무인기(smart UAV) (사진제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우주연구는 최첨단 과학기술의 집성체이며,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이나 첨단소재, 첨단기술은 우주선 연구에서부터 비롯된 기술이 많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는 우주에 쏘아 올려지는 위성뿐 아니라 발사체와 우주센터에 대한 연구도 계속 하고 있어요. 이러한 첨단 과학기술인 항공우주연구에 국가적인 노력을 하고 있으며 세계 10위권 안에 도전하고 있다는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 참 뿌듯한 일이었습니다.
기업을 일으키면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한사람의 인재가 나라를 먹여 살린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위대한 성현이 되어 온 인류의 마음을 살피는 일까지 하기야 어렵겠지만, 항우연에 계신 박사님들과 연구원들 분처럼 한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한다면, 인류와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배워서 남주나?'라는 이야길 흔히 합니다만, 앞으로는 '배워서 남주면 천당 간다.'로 바꿔서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지식을 국가와 인류를 위해 사용하는 것을 보면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자신만을 위한 길은 아닌 '거룩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본 기자는 양 박사님의 팬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박사님 제가 미처 챙기질 못했는데 싸인 한 장만 보내주세요~ ^^:; " )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우주와 인류'라는 거창한 화두로 잠시 머리가 아프다가, 만약에 나보고 누군가 위성개발을 하라고 한다면 아마 그냥 위성 없이 대충 살면 안 되겠느냐고 설득하려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서 피식 피식 웃었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밝혀주고 계신 고요한 영웅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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