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공식 블로그

학교급식, 전교생 공짜인 이유? 본문

교육부 국민서포터즈

학교급식, 전교생 공짜인 이유?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7. 9. 09:42

급식도 중요한 교육과정의 하나
 경남도교육청의 친환경 무상 학교급식 정책 


점심시간이 마냥 즐거운 회원초등학교 아이들. 식단의 변화는 아이들의 입맛은 물론, 인성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급식도 중요한 교육과정의 하나로 보아야 합니다.”

경상남도교육청 초대 민선교육감인 권정호 교육감의 확고한 생각이다. 학교급식은 지난 1981년 법제정 이후 현재 경남도내 99.7%의 학생들이 이용할만큼 확대됐다. 학교급식의 양적인 성장과 함께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이때, 경남도교육청은 ‘친환경 무상 학교급식’정책으로 교육수요자의 요구에 한걸음 바짝 다가서고 있다.

학교급식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시도는 권정호 교육감의 남다른 교육철학에서 비롯됐다. 권 교육감은 헌법에 보장돼 있는 의무교육의 개념을 세단계로 나누어 해석한다. 첫 단계는 수업료 등을 면제해 주는 기본수준의 단계이고, 중간 단계는 수업에 쓰이는 부·교재 등을 지원해 주는 단계로서 권 교육감은 우리가 현재 이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보고 있다. 마지막 단계는 학교급식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무교육의 완성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교육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촉박하게결실을 구하려고 하지 말고, 올바른 방향을 설정한 후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합니다. 교육정책의 지향은 ‘학생이 행복한 교육’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행복이라는 것은 관점에 따라 다 다르지만, 공통요소는 ‘건강’입니다.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일은 행복한 교육을 만드는 첫 걸음입니다.”

경남도교육청의 친환경 무상 학교급식 정책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을 이끌어내면서 탄력을 받았다. 농촌지역의 인구감소로 고민에 빠져있던 상태에서 도교육청의 무상급식 선언은 지자체 간 경쟁의 불씨를 지피는 도화선이 된 것이다.




지자체 간 협력 경쟁 불씨 당겨
경남도교육청은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연간 학교 급식비 총 소요액을 조사한 후 학부모부담 급식비 현황을 파악해 무상급식에 소요되는 예산을 분석했다. 또한 20개 시·군별 추진협의체를 구성하고 도교육청 추진기획단과 3개의 T/F팀을 운영했다. 이렇게 해서 법정지원대상자 및 학교급식운영비는 도교육청이 교육비특별회계를 통해 부담하고, 종래 학부모가 부담해 오던 식품비는 지자체가 부담하는 구조를 설계해 냈다.

'친환경 무상 학교급식'에 대한 남다른 소신과 애정을 갖고있는 권정호 교육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정책담당자들과 함께 업무 협의를 하고 있다.


2008년도 교육비특별회계 624억 원을 확보한 후, 100명 이하 초·중학교에 급식비 전액을 지원한 것을 비롯해 초등학교 40%를 지원해 전년도 대비 학부모들의 급식비 부담을 47%나 덜었다. 올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교육비특별회계 852억 원을 확보해 100명 이하 초·중학교 급식비 전액은 물론, 농산어촌지역 초등학교 식품비를 차등 지원하는 데까지 사업 규모를 확대했다. 외부재원으로는 20개 시·군 자치단체로부터 2008년 127억 원, 2009년 286억 원을 확보해 학부모 급식비 지원과 우수식재료 사용 차액보전금으로 집행했다.

합천, 남해, 하동, 의령에 가면 ‘공짜 점심’을 먹을 수 있다. 이 지역들은 전국 최초로 초·중·고에 전면 무상급식을 선포하였고, 함안, 거창(면지역 고등학교 포함)은 모든 초·중학교에서, 창녕, 고성은 모든 초등학교에서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양적 성장과 질적 도약 동시에
경남도교육청의 학교급식 정책은 무상 수혜자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친환경’이라는 말로 요약되는 품질 향상과도 궤를 같이한다는 게 특징이다.말하자면 양적인 성장과 질적인 도약을 동시에 꾀하는 것이다.

식품첨가물 과다사용, 아토피 피부염 증가, 소아비만 확대, 미네랄 부족에 따른 영양불균형 등으로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큰 시점에서 학교급식에 대한 교육수요자의 걱정을 미연에 불식시키겠다는 포석이다. 경남도교육청이 추진하는‘전통조리법 활용과 지역농산물 사용’은 학교 급식 역사에 새 장을 여는 일대 혁신으로 꼽힌다.

식당 한쪽에는 주간 식단과 식재료 원산지가 꼼꼼히 표기돼 있다.
대부분 국내산 식재료,  특히 경남 지역의 농축수산물을 이용하고 있다.


경남도내 학교 식단에선 냉동·가공식품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소시지, 냉동돈가스 등이 사라진 자리에는 전통장류로 맛을 낸 나물 무침과 일일이 직접 만든 수제돈가스가 자리 잡았다. 학교마다 장담그기 행사가 펼쳐지고 교정 한쪽에선 구수하게 된장이 익어간다. 간편한 인스턴트식품을 식단에서 퇴출시키고 전통조리법을 고집하다보니 조리원의 수고가 그만큼 커진 것이 사실이다. 타 지역의
조리원수가 학생 200명당 1명꼴인 데 비해 경남도는 학생 130명당 1명꼴에 이른다.

식재료 선택도 여간 깐깐한 게 아니다. 외국에서는 로컬푸드(Local Food)로 알려져 있는 신토불이(身土不二)를 학교 식당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임철진 체육보건교육과장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축수산물을 이용하면 물류비 등 유통비용을 최소화하고,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어 같은 가격에 더 좋은 품질의 식재료를 구매할 수 있다.”고 장점을 소개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에게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안전한 먹을 거리를 제공하고, 생산자에게는 판로 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처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상생(Win-Win) 할 수 있는 전략이다.

마산시 회원2동에 자리한 회원초등학교(교장 오순자) 점심시간. 식당에는 점심을 다 먹고 운동장으로 나가는 아이들과 이제 막 점심을 먹으러 온 아이들로 시끌벅적하다. 차례차례 배식을 기다리는아이들의 줄 옆으로 오늘의 메뉴와 식재료 원산지가 꼼꼼히 표기돼 있다. 이날 메뉴는 친환경현미밥, 들깨단배추된장국, 고등어무조림, 멸치아몬드 볶음, 배추김치, 우유, 친환경양배추쌈이다. 이중에서 우리 것이 아닌 재료는 아몬드 단 한 종류뿐이다. 소금 하나도 서해안에서 직접 공수해 왔다.

달고 부드러운 음식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까끌까끌한 현미밥과 들깨된장국이 입맛에 맞을까?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밥을 먹던 4학년 박건영, 이석현, 이재호, 하정봉, 김유빈, 전민우 학생들은 한마디로 “최고!”라고 입을 모은다. “엄마가 해주신 밥보다 더 맛있다.”는 자랑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식단의 변화가 아이들의 입맛까지 바꾸고 있다.

급식실 바깥에는 양지바른 곳에 항아리 11개가 단정히 앉아있다. 거창에서 메주 만들기 체험을 한후, 아이들이 직접 만든 메주로 서해안의 왕소금을 넣고 남원에서 사온 항아리에 직접 된장과 고추장을 담근 것이다. 이 학교 명예퇴직 교사들은 학교를 떠나면서 아이들과 헤어지는 것 못지않게 학교급식을 못 먹는 것을 아쉬워할 정도라니 구성원 전체가 급식 사랑에 얼마나 푹 빠졌는지 짐작할 만하다.

‘된 사람’을 기르는 것이 교육철학이라고 밝힌 오순자 교장은 “인성이 바른 ‘된 사람’으로 교육하기 위해서는 우리 땅에서 난 친환경 먹을거리와 밥상머리 교육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한다. 학교급식의 교육적 의미가 다시 강조되는 대목이다.




학교급식의 교과서 ‘표준식단’개발
경남도내 874개 급식학교는 대부분 직영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위탁 운영은 단 41개교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내년엔 30개교로 줄어들 전망이다. 직영비율이 높을수록 학교장의 급식관리 부담이 크기 때문에 도교육청은 우선 거창학교급식센터를 설립해 학교 현장의 부담을 덜고 식재료 유통의 선순환 구조를 더욱 체계화할 계획이다. 즉 거창학교 급식센터가 관내 학교에 필요한 농산물의 종류와 양
을 파악해 생산자에게 통보하면, 생산자는 연중 생산계획을 세워 납품하는 것이다. 또한 농약잔류, GMO, 미생물 등에 대한 철저한 검수를 맡는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성과는 학교급식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표준식단을 개발한 것이다. 절기에 따라 맛을 달리한 약선 요리법, 계절식품·향토식품 등을 근간으로 한 월별 식단, 조리 작업 지시서 등을 담은『표준식단 지침서』를 개발해 학교 현장에 보급했다. 표준식단이 마련됨으로써 식재료 표준화의 기틀이 마련되고 식재료 공동구매를 통한 유통비용 및 생산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학부모가 믿고 맡길 수 있는 학교, 경상남도교육청은 ‘작은 밥상’에서 ‘큰 신뢰’의 바다로 나아가기 위한 혁신의 물꼬를 터 가고 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