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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교육) 인류지성사의 중심, 프랑스

대한민국 교육부 2016. 8. 1. 10:31

인류지성사의 중심, 프랑스

글_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수위원 / 프랑스 마른 라 발레 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  
 


 교육, 과학, 문화를 총괄하는 국제기구는 유네스코(UN교육과학문화기구)이다. 본부가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프랑스는 자유, 평등, 박애라는 인류가 공유하는 보편이념이 탄생한 나라이고 문화예술의 중심이었으며, 합리성과 과학주의의 본고장이다. 오만하고 콧대 높은 민족이라 말하지만 인류지성사에서 교육, 과학, 문화에 기여해온 프랑스의 역할은 충분히 인정받을 만하다. 그들은 세계정치경제의 중심은 미국일지라도 교육, 과학, 문화의 상징적 중심은 프랑스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프랑스 교육의 특·장점 세 가지
우리에게 프랑스는 멀고도 가까운 나라다. 지리적으로는 멀고 정치, 경제적으로도 친숙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자유, 평등이라는 프랑스 이념을 공유하고 있고, 르누아르, 마네, 마티스, 고갱, 사르트르, 쇼팽, 에펠 등 예술가나 철학자들과 충분히 친숙하다. 논술시험으로 유명한 대입수능 ‘바칼로레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인 소르본 대학, 세계적인 명문 엘리트 교육기관 ‘그랑제콜’ 등의 이름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올해는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이다. 양국은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정하고 미래지향적인 협력 확대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3월 ‘한국 학교 내 프랑스의 날’ 및 ‘프랑스 학교 내 한국의 날’ 개막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특히 파리 시내 노른자위 땅에 위치한 국제대학촌(시테)에 한국관 건립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한국관은 1969년 이래 국제대학촌 내 새로 건립되는 첫 신축관이 될 거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프랑스 교육의 특·장점은 뭘까. 한 나라의 복잡하고 방대한 교육제도를 짧게 요약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배울만한 장점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첫째, 프랑스는 장기적 안목으로 대원칙을 견지하며 안정적 교육제도를 운영해 왔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시민혁명을 거쳐 역사상 처음으로 공화국을 탄생시켰다. 근대적 교육제도도 공화국이념에 기초해 만들어졌다. 오늘날 프랑스 교육은 다섯 가지 대원칙에 기초해 있다. ① 공교육과 사립교육 모두 ‘교육의 자유’에 입각하고 있고 ② 공립교육은 ‘무상교육’이고 ③ 교육은 철학적·정치적으로 ‘중립성’을 지켜야 하고 ④ 공립교육은 종교로부터 독립적인 ‘세속교육’을 표방하며 ⑤ 만 6세부터 16세까지 ‘의무교육’을 한다라는 원칙이다. 강산이 변하고 정권이 교체돼도 프랑스 혁명 이래 200여년 이상 이 대원칙들은 철저히 지켜졌다. 10년을 내다보고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며 사람을 심는다(키운다)는 말이 있다. 교육의 대원칙을 견지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인재를 양성하는 ‘십년수목백년수인(十年樹木百年樹人)’의 철학을 프랑스교육에서 읽을 수 있다.

  둘째, 프랑스는 평등을 추구하는 대중교육, 전문성을 추구하는 기술교육, 수월성을 추구하는 엘리트교육 등으로 분명한 체계를 갖고 나눠져 있고 각각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세 시대 성직자에게 한정되었던 교육을 15세기 일반인들에게 개방하며 대중교육을 표방한 것이 대학(위니베르시테)이고, 정치, 행정, 상업, 기술 등 분야별 영재들을 선발해 국가가 책임지고 엘리트들을 키우는 제도가 그랑제콜이다. 고등교육과정은 이렇게 평등을 추구하는 대학교육과 수월성 위주의 엘리트 교육으로 이원화되어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바로 전문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조리학교 등의 기술고등학교 코스가 또 하나의 트랙으로 제도화되어 있는 것도 프랑스 교육제도의 강점이다. 이렇다 보니 진로에 대한 고민과 선택이 분명하고, 자신의 적성과 실력에 맞게 어느 트랙으로 가면 무슨 일을 하게 될지 그 전망도 뚜렷해 청소년들의 고민과 방황을 최소화하고 있다.

  셋째, 프랑스 교육은 정답을 가르치는 일방향 교육이 아니라 질문하고 토론하고 협동하면서 다양한 해결방안을 찾는 열린교육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초등학교 미술 수업에서는 원근법 등을 이용한 그림그리기 기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행복, 사랑 등의 추상적 주제를 주고 큰 도화지에 여러 명이 같이 논의하고 협동해서 표현하게 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또한 프랑스인들이 유난히 토론을 좋아하는 민족이 될 수 있었던 저력은 학교교육에서부터 토론하고 논술하는 방식을 강조하고 있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프랑스에서 대입 수능시험 바칼로레아가 도입된 것은 1808년 나폴레옹 시대인데, 이미 200년의 역사를 거치며 사회적 합의와 신뢰성을 확보했다. 철학이 대입시험의 필수과목인 점도 프랑스 입시제도의 독특한 특징인데 매년 바칼로레아 철학문제는 언론과 국민의 지대한 관심사가 된다. 가령 참을 수 없는 것은 참아야 하는가?, 진리는 인간을 구속하는가 아니면 자유롭게 하는가? 경험은 인식의 유일한 원천인가? 등이 철학문제인데 동시대인이 함께 고민해볼 문제가 출제되고 있다.
 
교육교류로 타산지석 삼아야

선진국이란 앞서 가는 나라이다. 국어사전에는 ‘다른 나라보다 정치, 경제, 문화 따위의 발달이 앞선 나라’라 정의돼 있다. 프랑스는 공화국, 시민법, 근대교육 등 근대적 정치·행정·교육제도를 가장 먼저 만들고 이끌어온 창조적인 나라이다. 앞서 걸어간 그들의 경험은 우리가 미래를 열어나가는데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그들의 과거와 현재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들여다보는 거울이 될 수 있고, 프랑스 교육의 장점에서 우리는 미래교육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프랑스 교육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는가보다는 어떻게 가르치는가, 즉 교육과정보다는 교육방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어떤 지식을 갖게 되는가보다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과 근본적 노하우를 학습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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