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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민서포터즈

우주인 이소연 박사, 지금은 어디에 있나

대한민국 교육부 2009. 2. 13. 17:52
 

우주인 이소연 박사, 지금은 어디에 있나 

 

정적이 흐르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하지만 요동치는 회오리 같은 연구가 이루어지는 이곳. 항우연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를 만날 수 있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이라는 거대한 타이틀에 비해 너무나 평범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그녀를 만나 볼 수 있었다.


과학에 관해, 그리고 과학교육에 관해 진득이 이야기를 하는 도중, 이소연 박사와의 인터뷰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예능 프로그램에 관한 것이었다.
 


우주인 이소연, 예능 프로그램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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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 이야기의 시작은 스포츠 신문이었다. 이소연 박사가 우주로 향한 직후 한 스포츠 신문사에서는 3S신드롬을 만들어 내었다.3S란 이소연 박사를 나타낸 의미로 Splender(당당함), Smart(똑똑함), Sexy(섹시함)이다.

 

이소연 박사는 3S에 대해 "3S가 어떤 의미로 이야기 되고 누가 얼마나 찬성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아요. 처음엔 워낙 낯설었지만 저처럼 덩치가 좋고 얼굴도 좀 큰 사람이 스포츠 신문 1면에 났다는 것 자체에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라고 하며 기존 스포츠 신문들이 날씬하고 얼굴도 작고 눈이 큰 미녀들만 1면에 내세운 것에 비해 자신을 통해 새로운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단순히 매체를 논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이소연 박사는 자신이 스포츠 신문 1면에 실린 것을 계기로 사람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과학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진지하게 인터뷰에 임하는 이소연 박사

                                           (사진제공 : 홍지미 교육과학기술부 기자)

 

 

"매체가 무엇이든 어떤 내용을 다루든 과학자가 화제가 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것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과학자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고무적인 일이죠. 개인적으로는 항상 품위를 지키고 넥타이를 매고 토론프로그램만을 고집하는 과학자 보다는 친근하게 다가가 소통하는 과학자가 필요하다고 봐요" 

 

요즘 그녀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우리에게 다소 무거운 주제일 수 있는 독도, 백두산 등을 친근하게 다루는 것을 보고 이러한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예능 프로그램을 경박한 것으로, 단순한 웃음거리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거기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무엇을 느끼는 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지 그냥 예능 프로그램라고 해서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녀가 이렇게 생각한 데에는 과학에 대한 대중들의 긍정적인 분위기가 과학 선진국으로 가는 빠른 길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소연 박사는 사람들에게 친근한 매체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과학에 접근하고 또 그것을 받아들이는 대중이 과학이 어렵다는 편견에서 벗어난다면 더없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
 


주위가 산만해 책을 1시간도 못 보던 아이


이소연 박사의 어린 시절, 그녀의 집에 어마어마한 실험실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주위가 산만하고 집중력이 약해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는 아이였다. 더군다나 책을 진득이 앉아 1시간도 못 보던 그녀였다고 한다. 그럼 그녀는 어떻게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이 된 것일까?


그녀의 확신에 찬 대답은 바로 '과학을 즐길 수 있었던 분위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앞서 예능 프로그램과 과학에 대해 이야기 한 것도 과학에 관한 즐거운 분위기와 공감대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초등학교 때는 대통령이 꿈이었고, 중학교 때는 정치가가 꿈이었어요. 그리고 중간 중간 성악가나 피아니스트가 꿈이었죠. 하지만 이런 꿈들은 좋아하지만 제가 잘 못하는 것들이었어요. 제가 잘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과학이었죠. 하지만 처음부터 잘했던 것은 아니에요."

그녀는 어릴 때 과학을 책으로 배우지 않았다고 한다. 이소연 박사의 아버지께서는 취미생활로 집에 보일러나 자전거를 고치시는 손재주가 좋으신 분이었다고 한다.그런 아버지 곁에서 어린 이소연은 옆에 쭈그리고 앉아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즐거웠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저는 운이 좋았던 거죠.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어릴 때부터 지렛대의 원리나 뉴턴의 법칙 등을 몸에 익힐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과학에 친근해 질 수 있었던 분위기 속에서 자랐죠. 그리고 좋은 선생님들도 많이 만났어요. 생활과 밀착한 과학 내용을 시작으로 심도 있게 배울 수 있게 해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여기까지 오게 된거죠."


먼저 책을 집어 들고 과학을 공부했었더라면 자신은 지금 우주인도, 과학도도 아니었을 것이라 말하는 이소연 박사. 그녀가 수많은 강연을 다니며 학부모님들께 받은 질문은 이것이었다고 한다. "박사님, 우리 아이가 과학에 관심을 가지려면 어떤 책을 봐야 하나요?"




"박사님, 우리 아이가 과학에 관심을 가지려면 어떤 책을 봐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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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박사는 이 질문을 받을 때 마다 가슴 아픈 현실에 맞딱드린다고 한다. 이런 질문 자체가 과학을 공부하기 힘들게 만든다는 생각 때문이다.

"어린 아이들에게 과학을 책으로 가르치려는 것이 무척 안타까워요. 사실 과학은 핸드폰을 꺼내어 봤을 때, 엄마의 핸드폰을 가지고 오락할 때 시작되는 거잖아요. 하지만 기성세대의 생각은 책을 펼 때만 과학이 시작된다고 착각하고 있어요. 어린 아이들이 과학에 흥미를 가지려면 책을 강요하면 안돼요. 책은 정말 자신이 보고 싶을 때 손이 가서 꺼내어 봐야 하는 거잖아요."


그녀는 과학에 대한 분위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아이들이 엘리베이터를 타면 버튼만 누르면 그냥 움직이는 줄 알아요. 이때 부모님들이 엘리베이터 속에 있는 무수한 회로와 움직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해 주는 것이 좋은 방법일거예요."

 

       과학은 즐기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우주인 이소연 박사 

 (사진제공 : 홍지미 교육과학기술부 기자)

 

이런 그녀의 생각은 며칠 전 감명 깊게 읽었다는 조경철 박사의 자서전을 통해서도 확고해 졌다고 한다. 조경철 박사는 원자폭탄 때문에 과학에 입문했다고 한다. 당시 원자폭탄이 일본에 떨어졌을 때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것이기에 일본 땅덩어리가 폐허가 됐을까?' 라는 생각이 과학에 대한 시작이었다고 한다.

 

 

 

2009년, 한국에서 쏘아 올리는 소형발사체가 시작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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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대한민국은 소형발사체 KSLV-Ⅰ(Korea Space Launch Vehicle-Ⅰ)을 발사한다. 이 과학로켓에 대한 이소연 박사의 감격은 남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우리의 기술로서 과학로켓을 발사한다는 것이 앞으로 과학 선진국으로서 대한민국의 가능성을 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그녀가 중요시하는 과학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번 소형발사체 발사가 어린 학생들에게 과학에 흥미를 가지게 되는 하나의 사건이 되기를 바라요. 왜 저렇게 발사될까?, 왜 저렇게 힘들까?를 궁금해 하기 시작한다면 좋겠어요."

 

                                                   

                                                            우주발사체(KSLV-I) 1단과 상단이 조립되는 장면 

                                                (사진제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사실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 우주인이 지상에서 3단계 로켓에 발사되어 지상 200km에서 이미 우주에 도달했었고 또 그 시간이 불과 10분이 안 된다는 걸 잘 몰라요. 그리고 제가 아득한 먼 곳에 있는 줄 알지만 제가 있던 곳은 불과 지상에서 400km떨어진 곳이거든요.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그렇게 쉽게 기차타고 가면서 왜 하늘 위로 가는 것은 힘들까 라고 생각하는 데서 과학에 대한 흥미는 시작되는 거죠."

  

우주인 이소연에서 연구원 이소연으로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이라고 해서 최고의 연구자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도 제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서는 여러 대가들과 함께 연구하고 있고 연구 보조원으로 임하기도 해요" 라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이미 평범한 연구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른 연구원들과 다르지 않은 곳에서 같은 모델의 책상에서 연구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공학도로서, 연구원으로서 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은 듯 보였다.


 영화가 흥행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주연이기 보다는 적절한 조연과 엑스트라가 있어야 하고, 또 호화 캐스팅으로만 이루어진 영화는 너무나 재미가 없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리고 지구 60억 인구 중 노벨상 수상자는 불과 몇 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머지 공학도들은 모두 좌절감에 휩싸여 과학을 등져야 할까?


 "아인슈타인 같은 사람들이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분명해요. 그의 상대성 이론이 영향을 미치지 않은 곳이 없으니깐 말이죠. 하지만 그 사람 하나가 세계를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큰 오산이에요. 그 사람이 발견하고 발전하기 까지 옆에서 도와준 조수들, 그 사람들도 공학도이고 또 그 결과를 응용해서 기계를 만들어 우리의 생활을 편하게 한 사람들도 공학도들이라고 생각해요. 이들을 생각하지 않고, 의미 없이 아인슈타인만을 영웅이라고 할 수는 없죠. 천재적인 한두명도 필요하지만 그 결과로 우리 세상이 편해지기 위해서는 수천명, 수만명의 보조 엔지니어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값진 일이죠." 


 

과학도의 길을 걷는 학생들에게
 

 "지금 수많은 과학고 학생들이 자신만큼은 노벨상을 타는 과학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거에요. 그렇게 되면 좋죠.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세상을 뒤흔들만한 큰 발견을 하지 못하더라도 과학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능성을 발견하고 보람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노벨상을 타지 못하니깐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설령 자신의 부모님도 자신의 연구를 몰라준다 하더라도 가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과학자가 되어서 연구소에서 이름은 보이지 않아도 자신이 개발한 것으로 4천만 인구가 편하게 생활한다면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어서 신나는 분위기도 만들어 졌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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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무리 하며 이소연 박사는 과학이 쉽게 느껴질 수만 있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요즘 많은 강연을 다니며 청소년들에게 친근하게 과학을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한다.

 

연구소에서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이 필요하듯,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연구자도 필요하다고 덧붙이는 그녀. 시작은 가벼워 보일지라도 과학을 즐기는 분위기를 위해서라면 새로운 시도를 머뭇거리지 않겠다는 그녀. 앞으로 그녀를 통해 어려운 과학 타큐멘터리 뿐만 아니라 스포츠 신문, 라디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쉽게 다루어지는 과학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08년 과학콘서트에서 이소연 박사

  (사진제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으로서 우리에게 많은 꿈과 희망을 주었던 이소연 박사에게 2009년 새해의 인사를 부탁해 보았다. 어렵다는 요즘, 이소연 박사가 주는 희망의 메시지와 함께 다시 무릎에 힘을 주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                               


   


                                    최지원(교육과학기술부 대학생 블로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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