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공식 블로그

미술 작품 속 관계 찾기로 키우는 창의성 : 나만의 전시회 본문

교육정보

미술 작품 속 관계 찾기로 키우는 창의성 : 나만의 전시회

대한민국 교육부 2017. 9. 28. 22:49

 


 





 미술 작품 속에서 관계를 찾는 즐거움

“아니, 왕희지의 글씨 위에다 왜 이렇게 도장을 이렇게 많이 찍은 거야? “

 

 

 

 

 

 

ㅇㅇㅇㅇㅇ[그림1] 왕희지의 쾌설시청첩

 

 

 

 

대만 고궁박물원의 대표 소장품인 왕희지의  쾌설시청첩 임본을 처음 보았을 때 충격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중국 최고의 명필로 칭해지는 왕희지의 작품 임본 위에 는 수없이 인장들이 찍혀져 있었습니다. 찍혀진 인장들이 낙서 같기도 하고 가치 있는 작품을 훼손시킨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다른 서화 작품들도 찬찬히 살펴보다 보니 쾌설시청첩 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작품들 위에도 수없이 인장이 찍혀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 순간 분명, 이 인장에는 중국 및 동양 서화에 무지한 필자가 모르는 그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관련 서적을 찾아보던 중 중국의 서법연구가 천팅여우가 왕희지의 쾌설시청첩에 찍힌 인장들에 대해서 명쾌하게 설명한 것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 폭의 명가의 속에서 나온다면,
후세의 소장자들은 작품의 여백에 자신의 도장을 찍는다.
세월이 지나면서 이어온 작품 주인들은 십 수 명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 더 많기도 한데
명작일수록 수많은 인장을 볼 수 있다.
검정색의 필묵 글자 중에 선홍색의 인주가 반짝반짝 빛나면
종이 위에 붉은빛의 보배로운 기운이 드러나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답다.”
중국 서화에서 전각은 필자의 예상대로 서양에서의 서명(signature)의 의미를 넘어서 전각 자체가 지니고 있는 예술성이 존재했습니다. 게다가 작품을 감상하고 그 작품 위에 흔적을 남김으로써 그 작품의 가치를 높인다는 것은 제가 여태껏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미술 감상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중국 서화들을 보며 발견한 공통점으로 전각의 가치를 깨닫고 미술 감상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되었듯, 대상들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그 안에서 포착해낸 관계는 우리의 머릿속에 불꽃을 일으킵니다.

 작품들에서 관계를 찾자 : ‘나만의 전시회’ 활동 사례

학생들로 하여금 작품들의 관계를 다루게 하는 활동 사례로 수지하지(Susie Hodge)의 나만의 미술전시회(My big art show)활동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림2] 수지하지의 '나만의 미술전시회' 표지 

이 활동은 약 40여장의 미술 작품카드를 필요로 합니다. 각 작품 카드에는 작품명과 작가명이 적혀져 있습니다. 학생들은 미술 작품카드를 살펴보고 각자 어떤 주제로 미술 전시회를 열 것인지 정합니다. 주제는 비밀로 해야 하며 작품들에서 3점씩 골라 자신의 앞에 놓습니다. 모두 전시회 작품들을 골랐다면, 다른 사람의 전시회 작품을 보고 전시회 주제를 알아맞히면 됩니다. 학생들은 미술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작품 속에서 관계를 찾고, 그 관계에 이름을 붙입니다. 또 다른 친구가 선택한 작품들을 살펴보며 작품들의 관계를 추측합니다.

 

 

 

[그림3] 학생들의 '나만의 전시회' 활동 모습

 

 

 

 
기억에 남는 활동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리자면, A학생의 전시회 주제는 ‘동물 그림회’였습니다. 그래서 A학생은 신중하게 수많은 작품 카드 중에 동물이 있는 그림을 골라 다른 친구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필자는 학생들은 비교적 쉽게 전시회 주제를 맞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순간 자신 있게 손을 번쩍 들고 학생 한 명이 이렇게 외쳤습니다.
복날이요! 다 몸에 좋은 거네요.

 [그림4] A학생의 전시주제 '동물그림회' 작품 

 

 

 그랬습니다. A학생이 고른 작품들 속 동물은 닭과 개였습니다. 이 발표를 들은 학생들은 모두 까르르 웃으며 ‘복날’이라는 전시회 주제를 인정하였습니다. 심지어 이 전시회를 기획한 A학생 마저 ‘복날’로 전시회 주제를 바꾸겠노라 선언했습니다. 학생의 전시회 주제 이외에도, 학생들은 미술 작품 구석구석을 살펴보면서 기상천외하고 재미있는 전시회 주제를 쏟아 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작품을 감상했을 때는 미쳐보지 못했을 작품 속 작은 디테일까지 포착해냈습니다. 다음은 당시 수업 대화를 옮겨 적은 것입니다.
  • 교사이번 전시는 ○○이 꺼야. 그림 제목 부르겠습니다.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결혼,

    폴 세잔의 사과가 있는 정물, 르누아르의 미디의 과일. 이 전시의 주제는 뭘까?
  • 학생빨간색
  • 교사어, 정말 빨간색이 다 있네, 그런데 ○○이가 정한 전시 주제는 아니네.

    하지만 빨간색도 좋은 주제야.
  • 학생B과일!
  • 교사딩동댕!
  • 학생C어? 아르놀피니의 결혼에 과일이 어디 있어? 없는데?
  • 학생B여기! 와! 코딱지만 한 걸 봤어!
  • 교사와 이걸 어떻게 봤데? 선생님 오늘 처음 알았어. 이 그림에 과일이 있다는 거.
  • 학생A여기 과일을 왜 그렸어요?
  • 교사글쎄, 왜 그렸을까?
  • 학생B빈 칸 채우려고, 꽉 차게 그려야 하니까.
  • 학생A그럴까? 궁금하다.

창의성 측면에서 나만의 전시회 활동이 갖는 의미

나만의 전시회는 학생들 모두에게 열려있는 활동입니다. 학생들은 분명 이 전시회를 기획한 친구의 전시 주제가 존재함은 알고 있지만, 그 것이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며 자신이 작품들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 관계도 역시 좋은 전시 주제가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즉, 자신의 추측이 전시를 기획한 친구가 정한 주제가 아니더라도 그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주제가 된다는 생각은 학생들에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도전할 수 있게 하는 자신감이 되었습니다.
교사가 창의성을 방해하는 감정적인 위험과 두려움들을 제거하고, 학생들이 치밀하게 관찰하고 추측했다면 무엇이든 말해도 되는 안전한 분위기는 미술작품에 대해 기발한 반응을 하도록 학생들을 이끌어줍니다. 아이들은 수업에서 장난스럽게 미술 명화 작품 간의 관계를 만들기도 했지만, 그 관계의 근거는 대부분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발견한 것들에 대해 엉뚱한 의문을 품기도 했습니다. 또한 ‘복 날’과 같이 작품과는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현실 세계의 문화와 작품을 연관을 시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거침없고 재치 있는 발상은 다른 요소, 관련이 그다지 없어 보이는 요소들을 함께 결합하는 창조적 문제해법 ‘시네틱스(synectics)’적인 접근입니다.
‘나만의 전시회’ 활동은 명화 엽서, 달력, 화집 자료들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학생들과 함께 마음속으로 나만의 전시회 주제를 정하고 작품을 골라보세요. 그리고 서로의 주제를 맞춰보세요. 아마 익숙하다고 느꼈던 작품들이 다르게 보이고, 새롭게 보이는 유의미한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글_ 이 혜 령 (서울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수도 중부권 초등 창의교육 거점센터 (서울교대)
출처_ 크레존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