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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종합전형의 규범적 가치와 실현가능성

대한민국 교육부 2018. 7. 25. 14:40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대학 입시 제도의 수시 모집 전형 중 하나로, 이명박 정부 시기에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운영되던 입학 전형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명칭을 변경한 것입니다.
 
  어떤 대학입시제도가 변별력을 가지며 보다 능력 있는 학생을 선별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를 통해 사회 각 여론을 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학 입시제도가 규범적 가치를 지니면서 추진되는 교육 정책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학 입시가 가져야 할 규범적 차원의 가치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해 우리 모두는 쉽게 답할 수 있습니다. 대입정책이 가지는 규범적 가치는 학생의 복합적이고 잠재적 능력을 평가, 기록하는 문제와 연결됩니다. 해방 이후 많은 변화를 거쳐 온 입시제도는 단순한 지식의 암기 정도를 평가하는 것에서 복합적 사고력을 묻는 평가로 전환되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의 변화입니다.

  그러나 수능은 여전히 한 줄 세우기 성적 중심 제도이기 때문에 중등교육을 입시 교육으로 왜곡시켰습니다. 여기에 더해 대학은 잠재 능력이 있는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여 대학 속에서 성장시키려는 고등교육의 책무성을 다하지 않고, 드러난 점수로만 학생을 선발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규범적 차원에서 대입정책이 가져야 할 가치는 교과 점수 위주의 선발이나, 내신을 통한 선발이 아니라 교과, 비교과 교육활동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선발함으로써 잠재 가능성을 고려한 학생 선발이 될 수 있도록 교육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변별력과 공정성 갖춘 입시제도 필요

  그러나 학종이 가지는 이러한 규범적 가치의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입시제도가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으로서 변별력과 공정성이 갖추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학종은 최근의 여론을 보면 강한 반대 여론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학종에 대한 변별력과 공정성을 비판하는 대표적인 비유가 깜깜이 전형, 금수저 전형이라는 것입니다. 학종의 확대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깜깜이 전형, 금수저 전형이 과학적 근거가 없거나 실제보다 부풀려져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입시제도가 어떤 철학을 구현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라고 했을 때, 학생부 기록에 대한 신뢰 부족은 학종이 입시전형으로서 지속되는데 대한 심각한 불신을 초래합니다 
     
  실제로 많은 조사를 보면, 학부모와 학생들은 수능을 가장 공정한 대입 전형으로 인식하고 있고, 가장 공정하지 못한 전형으로 학종을 꼽습니다. 교사의 개인적 의견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성과 변별력을 갖춘 수능 중심의 한 줄 세우기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으며, 한걸음 더 나아가 수능 이전 시기의 학력고사로 회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여론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종의 신뢰성과 주관성을 문제 삼으면서 공정성 시비가 전혀 제기될 수 없는 점수로 인한 한 줄 세우기를 요구하며 학종 전형의 축소 또는 폐지를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봅니다.


부모의 능력에 좌우되는 비교과전형

  그런데 학종이 가지는 보다 심각한 문제는 가정환경에 따른 다양한 활동 경험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수능에 비해 확대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능이나 내신 관리를 위해서는 부모의 경제적 능력만 영향을 미쳤지만, 학종의 비교과 전형을 위해서는 경제력과 함께 부모의 정보력과 기획력이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흐름을 대표하는 것이 입시 컨설팅 시장의 확대입니다. 부모들은 학생의 잠재된 능력,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학종에 대비하기 위해 교과에 대한 사교육을 넘어서서 다양한 대입전형에 대비하는 입시컨설팅과 학생부 관리를 사교육에 의존해야 합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볼 때, 사회 경제적 자원이 많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학생들은 잠재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 자체가 제약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단순히 성적 상승이라는 측면보다 복잡한 측면이 학생의 성취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수능에 비해 사교육이 보다 복합적으로 개입하는 불공정한 입학 전형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더구나 학종은 수능과 비교해 패자 부활의 기회가 적어, 계층 간 불평등을 확대하는 총체적 문제를 지닌 입학전형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학종, 저소득층 명문대 문턱 높아져
  그런데 학종 확대를 주장하는 입장에서 도시 거주 학생은 수능 중심의 정시모집을 선호하는 반면, 농촌 거주 학생은 내신과 학생부 중심의 전향을 선호하고, 그러므로 학종이 수능과 비교해 부모의 사회경제적 수준에 영향을 덜 받는 입시전형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통계적 일반화의 오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자유학기제의 사교육 유발효과에 관한 보고서'에서 나타난 것처럼, 전체로는 자유학기제가 사교육을 유발하는 효과가 없어보이나 계층별로 나누어 보면 유발효과가 있는 것처럼, 학종도 사회통합전형 등을 제외하고 보면 사회계층에 따른 영 향이 없다고 볼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많은 학생들이 입학을 희망하는 소위 명문대의 경우 학종을 통한 선발 비중이 높기 때문에, 학종 관리를 위해 사교육이 다양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이를 방치한다면, 학종은 저소득층 자녀들의 명문대 진입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전형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학교의 현실적인 어려움도 반대 논란을 가중시킵니다. 교사들은 수업 전문성을 발휘하는 것과 별개로 학생부를 충실히 기록해 주어야 하는 업무가 가중됩니다. 더욱이 내용의 신뢰도와 더불어 이를 기재하는 교사의 전문성과 도덕성까지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학종이 제대로 정착될 수 없습니다. 게다가 학종을 위해 학교 간 학교 교육 활동을 경쟁적으로 개발하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학종의 학교 간 차이가 구조화되고, 학교 정상화를 위해 도입된 학종이 학교교육을 왜곡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결국 학부모와 학생은 대학 전형의 요소로 중시되는 교육활동을 파악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사교육의 컨설팅을 받게 되고, 대학은 신뢰가 없는 학생부를 근거로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또 다른 학생 거름망으로 면접 및 구술고사를 강화하게 되어 총체적으로 학생의 부담이 강화됩니다.

 

전형 정보·소통의 부재로 입시 불안

  학종이 함의하는 새로운 교수 학습 패러다임의 등장, 고교 교육 정상화라는 규범적 가치는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입시전형의 다원화로 학부모들이 전형에 대한 정보와 소통이 부족해 자녀를 어떻게 입시에 대비시킬지 불안해하고, 교사들이 학생부를 기존과 달리 어떤 방식으로 풍부하게 기록해 줄지 고민하면서 공정성에 회의를 품고 업무의 폭증을 토로한다면 그 정책은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학종이 부담스러운 전형이 된다면 교육정책으로서 사회적 신뢰와 지속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학종의 규범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보다 복합적으로 고려와 개선이 필요합니다

 

_김 수 현 광휘고 교사
출처_행복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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