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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민서포터즈

졸업식을 두 달 동안 하는 특별한 중학교

대한민국 교육부 2011. 2. 14. 07:00


작년에 벌어졌던 알몸졸업식으로 전국이 시끄러웠지요. 계란과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벌거벗은 채 추위에 덜덜 떨며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서있는 학생들의 모습에 많은 분들이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건전한 졸업문화를 만들어보자는 데에 교과부와 학교, 학생, 학부모 모두가 공감하며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특히 교과부에서는 형식적이고 행사 위주로 진행되던 졸업식을 창의적이고 특색있는 문화로 만들기 위해 150개 학교문화 선도학교를 지정해서 운영했으며 그 중 15개 학교의 우수사례를 공개했습니다.
 
저에게는 그 15개 학교 중 특히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한 학교가 눈에 띄었는데요, 바로 덕소중학교의 ‘학급단위 작은 졸업식’이었습니다. 'END가 아닌 AND 졸업식‘으로 이름 붙여진 덕소중학교의 졸업식은 어떤 것일까? 호기심에 찾아가보았습니다.
 
 
먼저, 교감선생님께 이런 졸업식을 계획하게 된 이유와 과정을 여쭤보았습니다.
 
전명자 교감선생님
알몸졸업식이 왜 생겼을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일탈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은 졸업식에서 모범상 수상식과 축사를 지루하게 지켜보다가 식이 끝난 후 ‘끼’를 감당하지 못하는 겁니다.

그래서 학생들의 일탈을 막기 위해서는 그런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보고 고입시험 이후에 졸업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특별한 교육과정을 만들었어요.

학생들의 탈선을 막고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미니체육대회, 음악회, 독서 골든벨 같은 재미있는 프로그램들, 그리고 진로특강을 듣거나 직접 나만의 명함을 만든다거나 하면서 본인의 미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 이런 교육과정을 12월 16일부터 2월 10일까지 계속 진행해왔습니다.

특히 ‘U턴 팀’ 이라는 것을 만들어 일탈 우려대상 학생들을 1:1 멘토링과 30일 변화일기 작성을 통해 특별지도를 해왔어요. 그 결과 한 학생의 이탈도 없이 모두가 함께하는 'END가 아닌 AND' 졸업식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12월 16일부터 지금까지 이루어진 덕소중학교의 특별계획은 놀라웠습니다. 단지 졸업식을 재미있게 진행하는 것이 아닌 이렇게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는 사실에 학교와 선생님들의 노력과 정성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덕소중학교의 특별한 졸업문화개선 프로그램, 살짝 엿볼까요?

 
위의 표는 며칠만 소개한 것이고 이런 프로그램들이 졸업식 전 날인 2월 9일까지 꼼꼼하게 짜여있었습니다. 고입시험이 끝난 후 대충 남은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고 이렇게 알차게 채웠다니, 덕소중학교 학생들이 부럽기도 했답니다.
 
 
선생님과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중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 두 분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3학년 3반 전수연 선생님
솔직히 말하면 선생님들한테는 힘든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한테는 프로그램 준비하느라 바쁜 점은 있어도 굉장히 즐거워하고 가슴 속에 남아있는 것이 많은 것 같아요.

기존의 졸업식은 공부를 잘하는 소수의 학생들 위주로 진행되지만, 저희 졸업식은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의 수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각각의 프로그램에서 주인공들이 바뀝니다.

예를 들어, 공부는 썩 잘하지 못해도 체육을 굉장히 잘하는 친구가 있다면 미니체육대회를 통해 스타가 될 수 있는 거죠. 각각의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는 졸업식입니다.
 
3학년 8반 김현영 선생님
처음에는 기존의 졸업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을 시작해야 하니까 ‘어떻게 해야 하나?’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졸업식에서 모두가 주인이 되게 스스로 만들어서 축제를 통해 서로 축하를 하는 그런 의미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학생들 스스로가 하고 싶은 것들을 의논하고 준비하면서 각 반마다 여러가지 특색있는 활동들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로 즐거운 졸업식을 준비하고 선생님들은 조언을 해주며 도와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럼 이런 사전과정을 거친 덕소중학교의 특별한 졸업식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요? 12시부터 5시까지 5시간 동안 진행된 졸업식 행사는 지루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갔습니다.
 
 

1부 런치 페스티발
선생님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졸업하는 제자들을 위해 손수 급식을 담아주시고 계십니다.
가슴에 하트모양의 '사랑하는 제자들아! 새 출발을 축하해' 라고 쓰여진 글이 보이시나요?
  
 
교장선생님의 케이크 컷팅에 이어 음료수를 높이 들고 졸업과 새 출발을 축하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서빙해주신 점심식사를 맛있게 먹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내내 웃음이 가득했어요.
 
 
특히 관심이 갔던 2부 교실 미니 졸업식!
런치 페스티발이 끝난 후 학생들은 각자의 교실로 이동해서 학급별로 교실 미니 졸업식을 가졌습니다.  8개의 학급 가운데 ‘깨라! 펼쳐라!’ 라는 주제를 가진 3학년 3반의 졸업식을 취재해보았습니다.
 
3학년 교실이 있는 복도에는 예쁜 장식이 되어있었고 창문 옆에는 각 반의 특색있는 전시물들이 하나씩 놓여있었습니다.

3반 앞에 있던 '내 자랑 3반아!'에는 '담배 끊으시고 술 그만 드세요'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살아요' '졸업식 와주셔서 감사해요' 부터 '핸드폰 사주세요' '잔소리 그만 좀 하세요' '용돈 올려주세요' 등등 졸업식에 오시는 부모님들에게 드리는 메세지들이 적혀있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주려고 담임선생님께서 준비하신 쿠키와 1년간의 추억을 담은 동영상 CD가 교탁 위에 예쁘게 놓여있었습니다. 근데 오른쪽에 보이는 저 계란은 무엇일까요? 선생님께서 직접 삶아오셨다는데요.


  
학생들에게 하나씩 나눠준 계란은 '깨라! 펼쳐라!'의 학급 졸업행사를 위해 준비하신 거랍니다. 삶은 계란 위에 중학교 3년간 고치고 싶었지만 고치지 못했던 버릇들을 적고 그 계란을 깨어서 껍질을 벗긴 후에 껍질 속에서 하얀 계란을 꺼내는 행사입니다.  

묵은 나쁜 버릇들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고등학교에서 새 출발을 하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멋지죠? ^^

선생님께서 나눠주신 계란 위에 본인이 버려야 할 것들을 열심히 적고 있는 3반 학생들

 
학생들은 어떤 습관들을 버리고 싶어 했을까? 몇 학생들의 계란을 모아봤습니다.



모두 함께 계란을 깨는 순간을 동영상에 담았습니다. 저 뒤에 있는 남학생들은 옆 친구의 머리에다 계란을 깨더군요.^^ 

          

계란 껍질을 벗기고 있습니다.
'나의 나쁜 버릇들도 이젠 안녕! 고등학교에는 제발 따라오지 마렴'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죠?  
 
 
선생님께서 손수 삶아주신 계란을 맛있게 먹으면서 지난 1년의 추억을 동영상으로 돌아보고 있습니다. 재미있던 순간들이 나오자 학생들과 학부모님들, 선생님이 모두 함께 크게 웃으며 떠나는 아쉬움을 달랬어요.
 
 
졸업장 수여는 부모님께!
일 년간 한 번도 뵙지 못한 분들도 계시니까요, 마지막으로 그간 키우시느라 수고하신 학부모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렇게 멋진 학급 졸업식을 준비하신 선생님의 마음이 궁금했습니다. 
 
3학년 3반 담임 전수연 선생님
제가 3학년 담임을 오래 했는데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이나 말썽을 일으키는 아이들하고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됩니다.

하지만 제일 소외받는 아이들은 착한 학생들이에요. 이런 아이들과는 1년 동안 한 번도 제대로 이야기를 해볼 기회가 없는 경우도 있거든요. 졸업장을 주면서 학생을 쳐다보는 순간 '아! 내가 이 아이와 1년간 몇 마디를 해봤지?' 이런 생각이 갑자기 듭니다.

그래서 정말 이러면 안 되겠구나, 이런 졸업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이렇게 특별한 졸업식을 준비하는 동안 많은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어 보람이 있었고, 졸업식에서 우리 반 아이들에게 더 많은 꿈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계란을 깨는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학급별 미니 졸업식을 마친 학생들은 부모님, 가족, 친구들과 함께 강당으로 향했습니다. 강당에는 아침 9시부터 졸업생 우수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동아리 활동, 방과 후 활동, 수행평가 작품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3부 'END 아닌 AND로' 
축제가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학생들과 학부모님들, 졸업생, 선생님들이 연주하고 춤추고 노래하며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역시 행사의 Highlight는 선생님들의 춤!

고무장갑, 동물분장.. 그리고 등 뒤에 '선생님'이라고 붙이고서 열심히 춤추고 계시는 덕소중학교 선생님들


평생 기억에 남을 졸업식을 학생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선생님들께서 준비하신 이벤트입니다.^^

          

교복과 재미있는 복장으로 나타난 선생님들이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학생들의 멋진 졸업식을 위해 준비를 하셨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른쪽에 '사랑한다! 제자들아!' 라는 글귀가 보이시죠?
 
 
졸업식을 마친 학생의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김세영 학생
중학교 생활을 마치는 졸업식 날, 이제 고등학교에 가서 새 출발을 한다는 것이 실감이 나질 않았습니다.

다른 학교는 아침에 시작해서 금방 끝나는 졸업식이었지만 저희 학교는 12시에 시작해서 5시에 끝나는 일정이었는데요, 졸업문화 선도학교로 선정되었기 때문에 제 생애 최고의 졸업식이 될 거라는 기대를 했습니다.

졸업식은 성대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었고,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선생님들의 축하공연이었습니다. 항상 학생부에서 근엄한 모습을 보이시던 선생님들과 교장, 교감 선생님들께서 학교 교복을 입고 패션쇼 및 노래공연을 해주셨는데, 선생님들의 익살스런 모습에 가장 많이 웃었고 마지막으로 저희들에게 해주신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인생에 한 번뿐인 중학교 졸업식을 절대 잊지 못할 최고의 추억으로 만들어주신 덕소중학교의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15일 간의 졸업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마지막 날 모든 학생이 주인공이 되어 함께 축하하는 축제의 졸업식, 어떠셨나요? 새로운 졸업문화를 위해 다 함께 노력한다면 해마다 반복되는 졸업식 뒤풀이에 대한 걱정은 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졸업과 함께 새출발을 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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