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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부모의 지혜 나눔

8살 아이가 막말을 해요

대한민국 교육부 2011. 6. 1. 07:00



상규(가명)와의 첫 만남은 놀람 그 자체였습니다. 1학년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그렇게 거칠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보면 볼수록 더욱 더 놀라웠습니다. 단순히 욕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용어 자체가 하나같이 순수하고 맑은 아이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라고 하면 될 것을 할아범탱구라고 표현을 하고, 목을 모가지, 입을 주둥이라고 하는 등 상규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대부분이 비속어, 은어였습니다. 또래들이 재미로 사용하는 욕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른들에게 듣고 배우지 않고는 결코 사용할 수 없는 용어였습니다. 단어 선택뿐 아니라 대화의 방법 또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차근차근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이 되지 않을 때는 협박, 윽박지르기, 소리 지르기, 떼쓰기로 일관하였습니다.
 
“뭘 꾸물대는 거니 우유 흘려놓고, 당장 안 치워.”
 
“남 상관 말고, 잔말 말고 네 거나 하셔.”
 
친구가 실수로 우유를 흘렸을 때, 딴 짓을 하고 있는 상규에게 조장이 할일을 이야기 했을 때 상규의 말입니다.
제 기록을 보신 어머니는 흠칫 놀라셨습니다. 자신이 평소 상규에게 하는 말이 그대로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집안의 할아버지 아버지의 용어 선택과 말투가 상규와 같았다고 했습니다. 집에서 어른들이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협박과 소리 지르기 야단치기가 대부분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와 이야기 하고 있는 상황을 상상해 보세요. “대화”라고 할 수 있으신가요? 일방적인 명령, 지시, 예고, 비난은 아니신가요? 혹시 우리 아이 너무 어려서 대화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대화는 한 인간으로서의 요구를 인정해주고 존중해 주는 과정입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통하여 주고받는 과정이 이루어질 때 그것은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어린 아이와도 대화가 가능하답니다.
   

 
 

 대화에도 방법이 있다.
 

가정에서 대화 내용을 들어보면 대부분 부모의 주도로 대화가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의 가정에서는 부모는 언제나 가르치는 사람, 훈계하는 사람으로서의 권위를 의존하게 되고 대화 또한 권위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1. 명령

 
- 밥 먹어. 숙제해. 친구에게 사과해.
 
이것은 대화가 아닌 명령입니다. 어른들에게는 부탁해서 이야기 할 것도 아이들에게는 명령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내용을 어른들께 이야기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기분이 어떨까요? 그 아이는 학교에 가서 친구들이나 하급생에게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게다가 아이들이 이러한 명령에 재빨리 따르지 않을 때 심하게 나무라는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이는 결국 시키는 일만 대충 빨리하는 수동적인 아이로 만들 수 있습니다.
 

2. 예측

 
- 그렇게 공부 안 해서 꼴지 하고 싶어?
- 그렇게 게으름 피우다가는 너는 평생 가난하게 살 거다.
 
쉽게 사용하는 부정적인 예측들 아마 어른이었다면 심하게 기분이 상했을 것입니다. 아이는 부모이고, 자신보다 어른이기에 표현을 하지 못하고 속으로 반발심을 키우게 됩니다. 어릴 때는 듣는 것 같지만 사춘기가 되면 이러한 지시를 따르지 않게 됩니다. 그러면 그때 부모님들은 ‘아이가 갑자기 변했어요.’라고 호소를 하십니다. 하지만 이는 아이가 변한 게 아니라 부모님의 그러한 태도를 속으로만 쌓고 있다가 표출을 한 것입니다.
 

3. 협박

 
- 용돈을 받고 싶으면 동생하고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좋을 거다.
- 밥 안 먹으면 텔레비전 끈다.
 
00하지 않으면 00한다식의 표현은 어른들에게 적용하면 취조 현장에서나 볼 수 있는 협박입니다. 강제 수단을 동원하는 위협을 주면 변화하는 게 아니라 아이는 결국 두려움을 느끼게만 되고 그러한 강제 수단이 없어지면 행동하지 않는 아이가 됩니다.
 

4. 따지기

 
- 내가 여기까지 해 놓으라고 했으면 해야지. 머리 아프다는 게 이유가 되니? 어제도 머리 아프다고 하고 텔레비전은 잘 보더라. 머리 아픈 아이가 텔레비전은 어떻게 보니?
 
- 학교 갔다 오자마자 숙제하라고 어제도 안하고 오늘도 안하고 약속을 계속 안 지키네. 네가 그러고 있는 것은 아니? 이는 결국 네가 할 생각이 없고 엄마 말을 일부러 안 듣는 다는 것밖에 안 돼.
 
사실 아이들은 부모보다 나이가 어리기에 논리적으로 자신을 표현하지 못합니다. 그런 아이에게 조목조목 따진다는 것은 아이를 궁지에 몰아넣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이러한 부모의 말투와 사고를 배워 나이가 들수록 이 아이도 부모처럼 따지기 좋아하고 변명이 많아지게 됩니다.
 

5. 비난

 
- 너는 도대체 정신 상태가 어떻게 된 거니 맨 날 준비물 챙기는 것도 잊어버리고, 도대체 준비물을 언제까지 엄마가 학교로 날라줘야 하니?
 
- 글쎄 너는 그 나이가 되도록 혼자 일기도 못 쓰니?
 
아이도 준비물을 가져오는 것을 잊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성격인 것이죠. 아이가 준비물을 매일 잊을 때 부모님은 무엇을 하셨나요? 어떻게 하면 준비물을 잊지 않을 지에 대한 대안이나 방법은 안 알려주시고 아이는 비난만 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아이가 또 잊어버렸을 것입니다. 대안 없는 비난에 결국 아이는 스스로를 포기하고 비난에 익숙해지게 되어 버립니다.
 

6. 비교하기


- 너도 민아처럼 혼자서 알아서 할 수는 없니?
- 네 누나는 너만할 때 상을 몇 개나 받았는지 아니?
 

 
상의 개수, 성적 등이 인간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까요? 분명히 이 아이도 다른 아이보다 잘 하는 게 있을 것입니다. 결국 비교는 아이의 개성과 자신만의 장점을 존중하지 않고 어른의 일정한 잣대에 의해 아이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이러한 말들 때문에 자괴감에 빠지거나 무기력해 집니다.
 

7. 자신의 고통과 헌신에 대해 푸념하기

 
- 너 때문에 내가 못살아. 
- 그만 좀 뛰어. 네가 뛰니까 머리가 지끈거린다. 넌 엄마가 아팠으면 좋겠냐?
- 너 돌보느라 허리가 휜다. 휘어.
 
글자화 해 놓으면 매우 살벌한 이러한 가시 돋친 말이 생각보다 일상에서 많이 오갑니다. 처음 이런 말을 들은 어린 아이라면 이 말에 심한 죄책감을 느끼고 상처만 될 것입니다. 또 이런 말을 너무 자주 들으면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항심이 들 것입니다. ‘그러게 내가 낳아달라고 했나.’라고 생각을 하는 아이들이 이러한 말을 많은 들은 경우가 많습니다.
 

8 .아이 감정 부정하기

 
- 그런 일로 화내는 애가 어디 있니?
- 남자 애가 울긴 왜 울어?
 
아이는 울만한 이유가, 화가 나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위의 말을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판단이 아니라 공감일 것입니다.
 
비교, 지시, 회유, 협박 .......
저도 일상 속에서 아이에게 나도 아차 하는 순간 또는 모르게 내 뱉고 있던 무서운 말들이 참 많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하는 말을 녹음해서 기록 한 후 이에 해당되는 말을 적으니 다 텔레비전에 '삐-삐-' 하면서 해서는 안 될이 표시되는 것처럼 사용하면 안 좋은 말인 것을 알고 많은 미안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말투들도 아이에게는 오히려 좋지 못한 말이 되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 나 같으면 친구에게 당장 사과하겠다.
- 착한 아이는 가만히 앉아서 듣는 거야. 우리 효진이 착하지?

사실 위의 내용을 보면 좋은 대화 같다는 생각이듭니다. 저도 저희 아이에게 종종 쓰는 어법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도덕적인 충고에 아이들은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오히려 거부감이 들고 ‘난 얌전히 못 있으니까 착한 아이가 아니야.’란 생각과 함께 자기 비하를 합니다.
 
그 외에도
 
네가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해. 자 그러니 그만 울렴.
 
이 말은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귀찮으니 빨리 끝내자.’란 어른의 심산이 들어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엄마가 사탕 줄게.

이러한 것은 아이를 수동적으로 만들고 보상이 없으면 행동하지 않는 아이로 만들 수 있습니다.
 

 
지겹지? 이제 그만 갈까?
 
저도 놀이터에서 놀다가 제가 지겨우면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아이를 데리고 들어와 버립니다. 하지만 이는 어른의 뜻대로 화제와 상황을 바꾸려는 말입니다.
 
보통 우리의 마음속에는 아이는 가르쳐야 할 존재라고만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어른 주도의 말, 명력적인 말, 일방적인 말들만 던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대화란 오고가는 것입니다. 동등한 인간이라는 생각 하에 쌍방이 소통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이러한 어른들의 말이 사라진다면 아이와 부모 또는 교사와의 관계가 신뢰라는 것 위에 쌓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비폭력 대화, 서로 존중하고 동등한 쌍방의 대화를 하면 더 좋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최상의 방법은 잘 듣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이가 이야기하는 동안 자신의 말을 최대한 줄여 보세요. 열심히 듣고 있다는 관심과 반응을 보여주고 칭찬을 해 주세요. 마주보며 눈높이를 함께 하며 좋은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세요. 특히 칭찬을 해 줄 때는 장점을 찾아서 흠뻑 그리고 꼭! 구체적 일관되게 해 주세요.
그리고 마지막, 어른은 아이의 거울입니다. 부부사이에도, 어른들끼리도 서로 존중하는 대화로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 아시죠?
  

 


 대화 시간을 늘이고 바른 대화를 위한 Tip.
 
 
1. 함께 시간을 공유하기
대화가 없던 가족이 어느 날 갑자기 대화를 하려고 하면 어색하기 마련입니다. 이에 서로 공유할 것을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함께 한 끼라도 식사 시간을 맞추어 억지로라도 같은 공간에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습니다. 더 나아가 취미를 공유하는 것은 좋은 대화 소재를 만들어 줍니다.
 
2. 가족 소식지 만들기


가족 소식지 만들기는 가족이 서로 유대감과 공통의 관심을 갖도록 도와줍니다. 처음부터 거창하게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우리 가족 격려하기, 이달에 우리 가족이 함께 할 일,
내가 잘 한 것 이야기하기, 내가 잘 한 것 이야기하기, 내가 고쳐야할 점 등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것들을 가지고 시작해 보세요. 이때 서로 비판 없이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함께 토의하거나 민주적으로 의견을 결정하는 과정들을 거치면서 만들어봅니다. 함께 정한 약속 등도 정리할 수 있습니다.
 
3. 어른이 먼저 말을 꺼내기
어색한 분위기가 흐를 때 부모가 먼저 쉬운 이야기로 말을 걸어 주세요. 서로의 일상생활부터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엄마는 오늘 오래간만에 친구를 만나서 즐거웠는데, 넌 어땠어? 어느 친구랑 놀았어?” 아이에게만 질문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도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어서 서로 오고가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4. 식사시간 대화


아이들은 식사시간 대화를 통해 책을 읽을 때보다 더 많은 단어를 배운다고 합니다. 교육적 효과를 높이려면 엄마아빠가 의식적으로 다양한 표현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식사시간 가족끼리 대화하는 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주제를 정해놓고 의견을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부모의 의도대로 효과를 높인다고 교육적인 것만 찾을 것이 아니라 주말여행, 좋아하는 드라마, 만화 이야기 등 함께 공유하고 즐거울 수 있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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