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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민서포터즈

산악인 엄홍길, 교육은 밥이고 희망입니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7. 18. 07:00

“교육은 밥입니다! 교육은 희망입니다.”라고 외치는 산악인 엄홍길. 그에게 제2의 고향과 같은 히말라야가 있는 땅, 네팔에 무려 16개의 학교가 지어진다. 교육으로 희망을 전하기 위해서다. 산악인으로서의 삶, 다양한 사회공헌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환원하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네팔 타르푸에 지어진 휴먼스쿨에서 엄대장이 현지 학생들에게 학용품을 나눠주고 있다.


“살려만 주신다면, 산만 내려갈 수 있도록 해주신다면…. 간절히 빌고 또 빌었습니다. 그러면 제가 히말라야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그런데 소원을 들어주셨죠.”
세계 최초 히말라야 8,000m 16좌 등정에 성공한 산악인 엄홍길(50). 22년간 38번의 도전 끝에 세계 최고봉에 오른 불굴의 사나이. 맘껏 숨 쉬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그곳에 발을 내딛은 이후 그는 ‘살아남은 자’로서 해야 할 사명이 생겼다. 1,000m 빙벽이 길을 가로막고 칼날 같은 바람이 뒤로 밀어내도 결국은 날 받아들이고 살려 보내준 산, 그 대자연의 거룩함 앞에서 거듭 맹세를 다짐한 일이다.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산뿐만 아니라 산자락에 사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제대로 된 교육환경도 의료·위생 시설도 없는 열악한 삶이었죠. 그 삶은 세대를 거듭하며 쳇바퀴처럼 계속 돌고 있었어요.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삶 자체를 확 뒤바꿀 수는 없지만, 교육을 통해 변화시키고 깨우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산의 은혜는 히말라야가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 되돌아갔다. 지난 2008년 5월 28일 창립된 엄홍길휴먼재단에서는 히말라야가 우뚝 선 네팔에 학교를 짓기 시작했다.

삶을 허락한 산 봉우리 수만큼 16개 교 건립을 목표로 한 지 3년, 지난 4월에는 3번째 ‘휴먼스쿨’ 착공을 위한 첫 삽을 떴다.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엄홍길휴먼재단에서 만난 엄 대장



 세상 가장 높은 마을에 학교를 짓다
 

히말라야 4,060m 에베레스트로 가는 길목에 있는 네팔 팡보체 마을. 2010년 5월 세상에서 가장 높은 마을인 이곳에 첫 번째 휴먼스쿨이 들어섰다.

자동차도 들어갈 수 없는 4,000m 고지대에 학교를 짓는 일 자체가 처음엔 도전이었다. 세계 구호단체에서도 수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오지 중의 오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고집한 이유는 엄 대장과의 각별한 인연 때문이다. 1985년 8,848m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등반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함께 산을 오르던 셰르파(등반 안내인) 술딤 도로지(당시 19세)가 목숨을 잃었다. 그의 고향이 팡보체였다.
 
“1,000m 절벽 아래로 크레바스(빙벽의 갈라진 틈)에 추락해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어요. 어머니와 임신 3개월 된 어린 아내가 하염없이 울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해요. 그의 고향에 첫 학교를 세우고 싶었죠.”
각오는 했지만 쉬운 일이 없었다. 건축자재를 경비행기로 옮긴 후 다시 야크(소의 일종)를 이용해 3~4일을 가야했다. 작은 부품 하나가 필요해도 3박 4일을 걸어 산을 내려가야 했다. 갖은 우여곡절 끝에야 1,300여㎡ 부지 내 교실 4개, 강당 1개, 도서실, 화장실, 식수대, 양호실까지 갖춘 학교가 완공됐다. 반신반의 하던 마을 사람들은 기적 같은 일이라며 ‘엄 사부니까 해냈다’고 입을 모았다.   
 
“학교가 마을 아이들 80여 명이 자립할 수 있는 터전이 되었으면 해요. 이곳 대부분의 부모들처럼 등반 짐을 나르는 포터나 셰르파로 사는 것이 아니라 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희망과 꿈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휴먼스쿨 2호는 타르푸에 지어졌다. 네팔 수도인 카트만두에서 서북쪽 방향으로 1,110km 떨어진 농촌 오지마을이다. 올 2월 준공된 휴먼스쿨은 건축면적 540㎡의 2층 건물로 컴퓨터실, 진료실, 위생 화장실, 급수시설 등을 갖추며 네팔 학교 건축의 표준 모델이 됐다. 또 기본적인 의약품을 비치하고 간호사도 상주시켰다. 현재 200명의 아이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현지 기후와 기상을 세밀하게 체크해서 건물을 지었어요. 건물과 건물 사이에 모두 단열재를 넣어 난방시설이 없어도 훈훈해요. 유리가 깨지면 공수하기 힘들기 때문에 보통 창문을 작게 만들고 철창을 달지만, 어둡고 음산한 곳에서 아이들이 공부하게 할 순 없죠. 창문도 크게 설치해서 주변 아름다운 자연이 주는 혜택을 아이들이 누릴 수 있도록 했어요.”네팔 교육부 장관은 휴먼스쿨에 헬기까지 타고 와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네팔 대통령은 치하하기 위해 엄 대장을 궁궐로 초청하기도 했다. 두 번째 성공이었다. 엄 대장은 올해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섰다. 석가모니의 탄생지인 룸비니 지역에 올 4월 휴먼스쿨 3호 착공을 시작했다.
  

세계 7번째로 높은 로체사르(8,382m)는 세 번의 실패 끝에 정상에 올랐다.



 휴머니즘 실천하며 ‘제2의 인생’
 

해발 8,848m의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발아래 두었던 사나이. 그러나 세계 최고 ‘산악인’이 되기까지 그는 22년간 38번을 도전하며 성공보다는 더 많은 실패를 맛봤다. 세계 7번째로 높은 로체샤르(8,382m)는 3번 실패 끝에 정상에 올랐고, 안나푸르나(8,091m)는 죽음의 문턱까지 넘나들며 5번 도전 끝에 성공했다. 4번째 도전 때는 7,600m 지대에서 추락하며 오른쪽 발목이 180도 돌아가는 끔찍한 사고도 겪었다. 의사는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려면 가도 좋다’고 만류했지만 결국 5번째에 성공했다.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2000년 여름 세계 8번째, 아시아인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14좌를 완등했다. 2007년 7월에는 히말라야 위성봉인 얄룽캉(8,505m)과 로체샤르를 정복하며 세계 최초 히말라야 8,000m 16좌를 완등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히말라야를 등반하면서 성공만 있었겠습니까? 38번의 도전, 실패와 사고를 수도 없이 겪었죠. 친 혈육과도 같았던 동료 10명을 하늘나라로 보내야 했습니다. 나아갈수록 앞은 보이지 않고 죽을 것 같은 한계에 부딪친 후에야 정상에 올라와 있더군요.”

매 순간이 죽음을 무릅쓰는 도전이었다. 팔, 다리가 떨어져 나갈 것만 같은 육체적 고통, 동료를 잃은 정신적 고뇌…. 한 발자국도 옮기기 힘든 순간순간은 뫼비우스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았지만, 그 순간을 이기자 누구도 오르지 못한 곳에 발을 딛을 수 있었다. 이젠 인생의 절반을 산 시점에서 그는 더 이상 히말라야에 오르지 않는다. 대신 또 하나의 목표에 도전한다. 휴머니즘의 실천이다.
“휴먼스쿨을 짓는 과정도 도전과 극복의 연속이었죠. 수많은 시련도 극복해낼 수 있다는 걸 산에서 배웠어요. 제 인생에서 산은 위대한 스승과도 같죠. 끊임없이 도전하게 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가르쳐줬죠.”
 

네팔 타르푸의 휴먼스쿨 2호 기공식



 실패를 두려워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수없는 도전과 극복,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삶은 그 자체가 청소년들에게는 큰 교훈이 아닐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란 말을 꼭 하고 싶어요. 목표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 두려울 게 없죠. 신념을 가지고 이것만은 꼭 해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해요. 그러면 목표에 집중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죠.” 그는 긍정적 사고를 하라고 조언한다.

실패를 하더라도, 혹은 수학 문제를 풀다가 틀려도 ‘아~ 더 잘되기 위한 과정이구나.’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그는 ‘모든 것은 흘러가는 과정’이라고 끊임없이 되새기면서 고난을 극복했다고 한다.

엄 대장은 스스로도 낙천적이라고 말한다. 학창시절 성적은 중간이었지만,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3살 때부터 40여 년을 자연 속에서, 산 속에서 살았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찾는다. 교실에서는 지식을 얻었지만 정신세계는 자연을 통해 형성했다는 것. 그가 산을 오르고 자연과 함께하는 체험학습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다.

“교사가 교실에서 수천 번 배려와 이해심을 가져야 된다고 말해도 아이들이 듣겠어요? 그런데 산에 데려가면 자연스럽게 깨우쳐요. 같이 등산을 하면 조금 쳐지는 사람도 보일 거고, 그러면 짐도 들어주고 도와주게 되죠. 인성은 이처럼 자연을 통해서 체험하고 경험해야 가능하죠.”

이제 휴머니즘 실천이라는 또 하나의 목표를 세운 엄홍길 대장. 이젠 산이 아닌 사람을 품는 휴머니스트로 인생의 16좌 등정을 준비 중이다. 자신의 묘비에 ‘여한이 없다’는 문구를 쓰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여한’ 없는 인생의 2막이 더욱 기대된다.

/ 글 : 한주희 기자
 교과부 웹진  꿈나래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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