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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전자기파로부터 듣는 우주의 소리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7. 19. 07:00
중학교 수학교육을 제대로 받았다면 아마 피타고라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고대 그리스의 인물로 수학자, 종교가, 철학자였으며 천문학, 음악에도 능통했다고 알려져 있다.

피타고라스가 음악을 수학적으로 연구해 만들어낸 것이라고 알려진 ‘피타고라스 음계’는 현재 사용되는 음계의 기초가 되기도 했다. 그는 천문학에서도 음악을 찾으려 했다. 우주의 행성들이 움직이면서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고대 그리스로부터 나온 것으로 여겨지며 ‘천구의 음악(The Music Of The Spheres)’이라고 불린다. 이는 희대의 예술가인 셰익스피어도 그렇다고 믿어 자신의 작품에 사용하기도 했다.

예술가뿐만이 아니다. 독일의 천문학자인 케플러 또한 이를 과학적으로 검토해 행성들이 만들어 내는 음정을 알아내려 노력했다. 케플러는 특히 행성의 운동에 관한 세 가지 법칙인 ‘케플러의 법칙’을 만든 학자인 만큼 그의 이러한 연구에는 큰 의미가 있다.

미국의 저명한 작가 케네스 데이비스는 그의 저서 ‘우주의 발견’에서 이런 케플러의 모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케플러는 자신의 법칙 중 제 3법칙을 발표한 ‘우주의 조화’를 통해 각 행성의 속도와 변화, 그리고 그에 따른 음정을 악보로 나타내려 했다. 행성들은 태양 주위의 궤도를 돌며 속도가 빨라지거나 느려지며 이 때 음정을 낸다는 것이다. 다분히 과학적인 접근임에는 틀림없다. 케플러와 피타고라스가 말한 천구의 음악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음파는 매질을 필요로 하는 탄성파
 

▲ 우주에서는 어떤 소리가 날까? ⓒNASA

우선은 ‘틀렸다’고 하는 것이 맞다. 복잡한 행성의 운동에서 한가지의 특정 음이 나타날 리는 만무한데다가, 기본적으로 우주공간에 ‘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소리는 음원으로부터 파동의 형태로 사방에 퍼져나간다. 음파는 파동 중에서도 탄성파에 속한다. 탄성파는 매질의 교란 상태변화로 인해 에너지가 전달되는 파동이다. 즉, 탄성파가 전파되기 위해서는 매질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우리 생활 속에서 음파를 전달해주는 그 탄성 매질은 바로 공기다. 이에 진공상태에 가까운 우주공간에서는 소리가 전달될 수 없는 것이다. 

탄성파와 대비되는 것으로 매질 없이 전달되는 비탄성파라는 것이 있는데 전자기파가 이에 속한다. 빛도 파동의 일종이지만 태양을 비롯한 여러 항성들의 빛이 진공에 가까운 우주공간을 지나 지구까지 전달돼 올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찌됐든 우주에서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여러 SF영화들은 이런 사실을 간과하고 우주 공간에서 갖가지 폭발음을 실감나게 재현하기도 한다. 물론 우주공간이라고 해서 소리가 나지 않는 영화를 만든다면 현실성을 넘어서 우선 재미가 없을 것이기에 의도적인 오류를 범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주에 음원이 아예 없다고 볼 수만은 없다. 물론 소리가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음원이라는 말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겠지만 그것을 소리로 만든다면 전혀 무의미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듣는 소리는 성대가 울리면서, 물건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손가락이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면서 발생하는 진동이 주변의 매질인 공기를 진동시키고 이것이 고막에 전해지는 것이다. 물론 우주에서도 이런 진동을 만들 만한 일은 수도 없이 일어난다. 운석이나 혜성의 충돌은 물론이거니와 행성 자체의 운동으로 인한 진동도 있을 수 있다. 특히 목성이나 토성처럼 가스로 이루어진 행성의 경우는 표면의 움직임이 암석행성에 비해 활발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진동을 만들 만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지구 대기압의 90배에 달할 정도의 짙은 이산화탄소대기를 가지고 있는 금성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것들이 우주공간에서 전달되지 못할 뿐이다. 

 


 우주의 소리를 전달해 주는 것은 플라즈마
 

▲ 제 4의 물질 상태인 플라즈마.

헌데 이미 미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에서 나는 소리를 공개 한 바 있다. 심지어는 지난 2007년, 태양계탐사선 보이저 호 발사 25주년을 기념해 우주의 영상과 소리를 세계적인 현악 4중주단 크로노스 콰르텟의 연주와 함께 한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어떻게 우주의 소리를 알아내고 녹음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일까.

사실 우주를 완벽한 진공이라고 하지 않고 ‘거의 진공’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아무 것도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항성과 행성 등의 천체를 제외하고라도 우주에는 또 다른 물질들이 채워져 있다. 하지만 그것의 양이 극히 적기 때문에 진공에 가깝다고 말하는 것. 

그 정체는 바로 플라즈마다. 물질의 상태는 고체, 액체, 기체 이렇게 세 가지가 있다고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 4의 상태인 플라즈마 상태도 있다. 기체 물질에 계속해서 열을 가해 온도를 높여주다 보면 이온핵과 자유전자로 이뤄진 상태가 되며 이를 플라즈마라고 한다. 플라즈마상태는 우리에게 매우 생소하다. 지구상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번개나 오로라처럼 드문 현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주공간에서 플라즈마 상태는 흔한 모습이다.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물질 중 99%이상이 플라즈마 상태이기 때문이다. 태양의 대기도 플라즈마 상태이며 항성 및 행성들을 탄생시키는 우주 가스도 플라즈마 상태다. 플라즈마도 엄연한 물질의 한 상태기 때문에 플라즈마가 있는 공간은 완벽한 진공이라 말할 수 없다. 

즉, 플라즈마가 매질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밀도가 크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소리의 전달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다만, 다른 방법으로 소리를 얻을 수 있다. 어떤 계기로 인해 천체에 진동이 발생하면 플라즈마를 이루고 있는 이온과 전자들도 진동하게 된다. 헌데 이들은 전하를 띄고 있기 때문에 그 진동으로부터 전자기파를 발생시키게 되고, 이를 인공위성 등을 통해 감지해 낼 수 있게 된다. 

 이 전자기파의 주파수를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청 영역대로 변환해 소리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진정한 그 천체의 소리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생활에서 듣는 모든 소리들도 그저 공기가 전달해 주는 진동을 인지할 뿐이다. 진동이 전자기파로, 그것이 가청영역대의 주파수로 변환됐다 하더라도 이는 실제 음원의 진동과 그 변화를 소리로 들을 수 있다는 데서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된다. 


▲ 토성의 오로라. 오로라에서 발생하는 전파를 소리로 변환한 것이 오로랄 코러스다. ⓒNASA

이와 비슷한 원리로 나는 소리는 더 있다. 특히 지구상에서 나타나는 플라즈마 상태인 번개와 오로라가 그것이다. 이 현상들이 나타날 때 발생하는 전파를 소리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번개는 대기기가 진동하는 소리인 천둥을 동반하지만 전파로부터 얻은 소리는 그것과는 다르다. 또한 오로라가 발생할 때의 전파를 소리로 바꾼 것을 오로랄 코러스(Auroral Chorus)라고 한다. 해가 뜰 때 지구의 밴앨런복사대에 고에너지의 전자가 걸려 들어오며 나는 소리인 돈 코러스(Dawn Chorus)라는 현상도 있다. 

이와 같은 소리들은 일반적으로 들을 수 없는데다 지구 밖 우주에서도 나타나는 현상들이기에 더욱 신비감을 더해주기도 한다. 실제로 강한 자기장을 가진 토성과 목성에서도 오로랄 코러스가 기록된 바도 있다. 지난 날, 피타고라스와 케플러는 ‘천구의 음악’을 상상했다. 물론 그것을 음정과 음계로 나타낼 수 있다는 상상을 틀렸을지 몰라도 여러 천체들이 각자
소리를 내고 있다는 상상은 어느 정도 맞았다
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조재형 객원기자 | alphard15@nate.com
 한국과학창의재단  사이언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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